24.03.18 21:05최종 업데이트 24.03.1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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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을 아시나요? 다이렉트 메시지(Direct Message)의 약자인 디엠은 인스타그램 등에서 유저들이 1대 1로 보내는 메시지를 의미합니다. 4월 10일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 국회로 가겠다는 후보들에게, 유권자들이 DM 보내듯 원하는 바를 '다이렉트로'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오마이뉴스>는 시민들이 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진솔하게 담은 DM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편집자말]

현실성 없는 교통 공약 대신, 국민에게 꼭 필요한 걸 제안해주세요. ⓒ 오마이뉴스


4년에 한 번 이뤄지는 '총선'이란 오디션에서 '여의도 데뷔'에 성공하느냐, 아니냐를 가르는 수단 중 가장 큰 요인은 단연 공약입니다. 특히 지역의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공약'을 잘 만들어 내놓아야 합니다. 그 공약은 정책일 수도 있고, '교통'으로 대표되는 SOC(사회간접자본) 확충 약속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 달도 안 남은 총선에서, 드높은 경쟁률을 뚫고 여의도에 입성하기 위해 공약을 짜고 있을 수천 명의 후보들께 간곡한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많게는 수천억 이상 예산이 드는 '공수표 교통 공약' 대신 '현실적인 교통 공약'을 부탁드립니다.

소리없이 사라지는 교통 공약들 
 

교통은 현대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지금까지의 선거를 훑어보면 교통과 관련한 공약이 참 많았습니다. 지하화를 두고 시끌시끌한 경부고속도로 수도권 구간의 모습입니다. ⓒ 박장식

  
철도와 도로, 공항으로 대표되는 교통 관련 공약은 총선부터 시작해 대선·지방선거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단골손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역에 필요한 철도와 도로 노선을 확충한다는 내용의 공약도 있지만, 최근에는 고속철도역 개설이나 자동차 우회도로 개설까지 꽤 다양한 공약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교통 공약들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을까요? 4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영 아니올시다'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KTX역이나 전철역을 확충하겠다는 공약, 국도 우회도로 등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이 공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을 깨달으실 겁니다.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 때의 자료만 톺아봐도 정말 '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공약'이 많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20년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만든 자료에 의하면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내놓은 교통 공약은 약 71조 원,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았던 교통 공약에 쓰일 비용은 약 31조 원이었던 것으로 계산됩니다.

그런데 올해 정부 SOC 예산은 26조 4천억 원. 이미 삽을 떠서 열심히 공사하고 있는 기추진사업에 갈 예산을 고려한다면 어느 쪽이든 이 공약들을 이루기가 참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이 공약들, 얼마나 지켜졌을까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지난 1월, 21대 국회 지역구 의원들의 공약 이행률을 내놓았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공약완료율은 51.83%. 폐기되거나 보류된 공약들도 적지 않은데, 이 자료에서 교통과 관련된 내용을 찾아보면 '이 정도 수준의 공약을 폐기시켰다고?' 싶은 것들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서울에서는 ▲지하철역 출구 신설 ▲차량기지 내 간이역 개설 ▲지역도로 환경 개선 등이 보류되거나 폐기되었고, 대전에서는 복합터미널 개설 공약이 폐기되었습니다. 경기에서는 ▲KTX역 연계 버스 확충 공약 ▲버스정류장 개설 공약이 폐기되는 등 예산의 규모와 관련 없이 꽤 많은 공약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하화·GTX... 4년 전과 다를 게 없네
 

이번 달이면 개통하는 GTX-A 노선의 차량.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 총선에도 GTX 관련 공약은 '단골 공약'이 되었습니다. ⓒ 박장식

 
문제는 벌써부터 교통 관련 '공수표 공약'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4년 전과 다르지 않은 공약도 눈에 띕니다. 바로 철도와 도로를 땅 속으로 묻어버리겠다는 '지하화' 공약, 그리고 3월 첫 노선의 개통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점점 관심이 커지고 있는 GTX 확충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철도 지하화 관련 공약은 '우리 지역을 위해 다른 지역의 필수 SOC 예산을 갉아먹는 일'인데도, 4년 전보다 더욱 부각되는 점이 유감입니다. 더구나 지하화 예산은 결국 이미 있는 인프라에 중복적으로 예산을 투입하는 일이기에, 지역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기도 합니다(관련기사: 동탄신도시에서 이미 경험... 철도 지하화가 초래할 일 https://omn.kr/27cxc)

GTX 공약도 4년 전과 다를 바 없습니다. 특히 이미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거나 개통 예정인 A·B·C 노선의 경우, 정차역 추가나 연장 공약이 여러 후보로부터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외에 현재 제안 단계인 D·E·F 노선에 대해서도 해당 지역 후보들마다 노선이나 정차역 관련 '희망사항'을 외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미 완료된 GTX 노선을 보면, 역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나 연장 공약이 얼마나 현실성 떨어지는 일인지 알 수 있는데요. 이번 달 1차 구간이 개통되는 GTX-A 노선의 경우 초기 계획안이 정확히 그대로 실현되었기 때문입니다. 추가 역이 딱 하나 존재하긴 하나, 3기 신도시 조성에 따른 정책으로 추진되었기에 '공약 덕분'이라고 단정해서 말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퍼스트·라스트 마일' 공약, 추천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공약이 현실적이면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사업성이 낮아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거나, 다른 지역의 인프라 예산을 갉아먹지 않으면서 내실 있는 공약을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국회의원 후보자 분들께 제안드리고 싶은 공약이 있습니다. 바로 '퍼스트·라스트 마일'이라고 일컬어지는 단거리 이동에 초점을 맞춘 공약, 그리고 '수요응답형 교통체계'와 같이 낮은 비용으로 큰 효용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적극 활용한 공약이 있었으면 합니다. 
 

인천광역시에서 운행했던 수요응답형 교통체계인 I-MOD. ⓒ 박장식

 
집에서 가까운 전철역이나 환승 거점으로 나가는 길을 '퍼스트 마일'이라고 하고, 그렇게 도착한 전철역 등에서 목적지까지 향하는 길을 '라스트 마일'이라 일컫습니다. 모든 사람이 역세권에 살지 않고, 모든 직장이 역세권이나 거점에 있지 않은 만큼 평균적으로 '퍼스트·라스트 마일'에 소모되는 시간은 꽤나 긴 편입니다. 

특히 그런 소모 시간을 줄이기 위해 킥보드나 전기·공공자전거로 대표되는 개인형 이동장치가 많이 도입되고 있지만, 도보 공간 침범 등으로 인한 갈등 역시 심각한 편입니다. 그래서 유권자들을 위해 지역의 '퍼스트·라스트 마일'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공약을 충분히 추진해주실 것을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신도시 지역의 경우 노선버스나 도시철도로 대표되는 '레거시 시스템'의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런 간극을 메우기 위해선 거창하고 공사 기간도 긴 BRT(간선급행버스체계)나 철도 노선을 공약으로 내놓기보단, 낮은 비용으로 큰 효용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건 어떨까요?

세종·서울 은평 등에서 소외 지역이나 신도시 지역의 교통 간극을 메우는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운행되고 있는 수요응답형 교통체계(DRT)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되면서 실시간으로 효율적인 노선을 짜, '노선이 없는 버스'로 알려지기도 한 수단입니다. 실시간 예약으로 운행되며, 이용자의 예약에 따라 승차 지점과 노선 등이 변경됩니다. 

수요응답형 교통체계 외에도 기존의 교통수단에 비해 적은 예산으로 큰 효용을 누릴 수 있는 여러 대책이 있는 만큼, 단순히 '크고 웅장하면 좋을 것 같은' 공약보다는 지역에 꼭 필요한 공약을 연구해서 내놓아주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매년 배정되는 SOC 예산을 지역구 의원 한 명씩 나눠가진다면 얼마가 나올까요. 단순 계산을 해봐도 1천억 원 남짓이 나오는데, 이 돈으로는 전철역 하나를 짓기에도 빠듯합니다. '나는 몇 배를 가져올 수 있다'는 헛된 공약보다는, 예산을 적게 가져오더라도 잘 쓸 수 있는 건실한 공약을 내놓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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