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대표팀 개최국 카타르가 2023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 카타르 대표팀 개최국 카타르가 2023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 아시아축구연맹 홈페이지 캡쳐

 

카타르의 사상 첫 2연패와 '언더독' 요르단의 돌풍 등 중동팀들의 강세와 아시아 축구의 상향 평준화가 두드러진 2023 아시안컵이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전통의 강호 한국, 일본, 사우디 아라비아, 이란, 호주는 결승에도 오르지 못하며 실패를 맛봤다. 

중동팀들의 급성장...카타르 아시안컵 2연패 

지난 11일 카타르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은 24개국이 참가, 4개 팀씩 6개 조를 이뤄 조별리그를 치르는 포멧이었다. 상위 1, 2위가 16강에 직행하고, 각 조 3위에 오른 상위 4개국이 와일드카드로 토너먼트에 오른다. 16강부터는 넉아웃 토너먼트 시스템이다. 

이 가운데 중동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11개의 본선 참가국 중 무려 9개팀이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2019 아시안컵보다 1팀이 더 늘었다. 

4강 대진표에는 한국을 제외한 요르단, 카타르, 이란 등 3개국이 중동으로 채워졌으며, 결승은 중동 국가 간의 맞대결로 성사됐다. 

중동 개최 특성상 유사한 문화, 기후 및 많은 관중들의 성원에 힘입은 이점도 존재한다. 하지만 대체로 중동팀들의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개개인의 능력이 향상되었음은 물론이고, 유능한 외국인 지도자를 영입해 팀 조직력을 끌어올렸다. 

그동안 아시아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 요르단이 역대 최고성적인 8강을 뛰어넘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드리블러 알타마리, 최전방 공격수 알나이마트가 이끄는 공격진의 파괴력은 아시아 정상급 레벨이었다.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혹독한 패배를 겪은 카타르는 2019년 대회에 이어 2연패를 달성하며 아시아의 신흥 강자임을 재확인했다. 결승전에서 페널티킥 해트트릭을 기록한 아피프는 8골로 득점왕과 함께 대회 MVP를 수상했다. 

비록 16강에서 요르단에 밀려 조기 탈락했지만 아시아 랭킹 1위인 일본을 조별리그에서 제압한 이라크의 선전도 빼놓을 수 없다. 
 
클린스만-손흥민 클린스만 감독이 4강 탈락 후 좌절한 손흥민을 위로하는 장면

▲ 클린스만-손흥민 클린스만 감독이 4강 탈락 후 좌절한 손흥민을 위로하는 장면 ⓒ 아시아축구연맹 홈페이지 캡쳐

 

전통 강호들의 부진...아시아 5강, 결승 진출 실패 

최다 우승국 일본(17위)을 비롯해 이란(21위), 한국(23위), 호주(25위), 사우디(56위) 등 아시아 탑5 국가들이 결승전에 오르지 못한 것은 이례적이다. 

호주(2006년 AFC에 가입)를 제외한 나머지 아시아 상위 4개국이 결승 진출에 실패한 것은 1972년 대회 이후 52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은 동아시아의 한일 부진이 단연 눈에 띈다. 카타르 월드컵 16강주역들이 건재한 데다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유럽파를 보유한 팀들이었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컵에서 최악의 부진을 보이며, 아시아 무대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깨닫게 해줬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로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선언한 한국은 넓은 공수 간격과 수비 불안을 노출하며, 매경기 졸전을 펼쳤다.

요르단, 말레이시아와는 무승부를 거둔 뒤 16강, 8강에서 각각 사우디아라비아, 호주에 극적으로 승리하며 4강에 올랐다. 그러나 요르단과의 리턴매치에서 유효슈팅 이 0개에 그치며 0-2로 패했다. 90분 기준으로 한국은 6경기 동안 겨우 1승을 챙기는데 그칠만큼 어떤 경기에서도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우승후보 1순위 일본의 8강 탈락은 큰 이변이었다. 모라이스 감독의 장기집권으로 안정된 전력을 보여줄거란 기대와 달리 매우 답답한 경기력으로 일관했다. 이라크, 이란전 패배 모두 피지컬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아시안컵 참가국 중 감독 연봉 1위인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은 사우디 아라비아를 이끌고 16강 탈락에 그치며 자존심을 구겼다. 48년 만의 아시아 정상에 도전한 이란은 경쟁국들의 동반 탈락으로 우승할 적기를 맞았지만 4강에서 개최국 카타르에 덜미를 잡히며 또 다시 좌절을 맛봤다. 
 
말레이시아 대표팀 말레이시아가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한국과 3-3으로 비기며 대이변을 연출했다.

▲ 말레이시아 대표팀 말레이시아가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한국과 3-3으로 비기며 대이변을 연출했다. ⓒ 아시아축구연맹 홈페이지 캡쳐

 
중앙 아시아-동남 아시아 대약진 

비교적 약소국들이 즐비한 중앙 아시아, 동남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본선에 참가한 중앙아시아 3개국 중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이 8강에 진출했다. 

이 가운데 '언더독' 타지키스탄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출난 스타가 없음에도 동네북이 될 것이란 예상을 깨뜨렸다. 

이렇다 할 스타플레이어조차 없는 타지키스탄은 A조에서 중국과 무승부, 카타르에 0-1로 패배하며 선전하더니 마지막 레바논전에서 역사상 첫 골, 첫 승, 첫 16강 진출의 기적을 일궈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강한 정신력과 절실함을 가지고 매 경기 모든 힘을 쏟아냈다.

그렇다고 투지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다. 페타르 셰그트 감독은 뛰어난 전술적 역량으로 팀 퀄리티를 높였다. 16강에서는 강호 UAE마저 제압하고 8강에 올랐다. 

동남아시아 축구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지난 2019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2팀이 16강에 진출했다. 태국은 정교한 패스 플레이와 기술적 완성도를 앞세워 F조에서 2위로 16강에 올랐다. 

동남아시아에서도 약체에 속하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한국인 지도자를 영입해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를 이끌고 참가한 첫 아시안컵에서 베트남을 맞아 7경기 만에 승리를 챙기며, 1승 2패의 성적에도 극적인 16강행을 이뤘다. 

김판곤 감독의 말레이시아는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한 2007년 대회 이후 16년 만에 아시안컵 진출이자, 43년 만에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르는 기적을 만든 바 있다.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23위 한국과 3-3으로 비기며 아시안컵 역사상 최다 득점에 성공, 김판곤 매직을 말레이시아 전역에 퍼뜨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아시안컵 신태용 김판곤 카타르 요르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신뢰도 있고 유익한 기사로 찾아뵙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