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치 34개의 슈팅을 때려냈지만, 득점은 0이다. 90분 내내 맨유를 몰아붙였지만 한 골도 넣지 못하면서 안필드에서 무승부에 그쳤다.
 
리버풀은 18일 오전 1시 30분(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에 위치한 안필드에서 열린 2023-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17라운드 노스웨스트 더비에서 맨유와 0-0으로 비겼다. 승점 1점만을 추가한 리버풀은 아스널로부터 1위 자리를 탈환하지 못했다.
 
리버풀은 모든 면에서 맨유보다 우위에 있었다. 경기 시작부터 수비라인을 극단적으로 올려 계속해서 압박했고, 좌우측 윙어 루이스 디아스와 모하메드 살라를 이용한 측면 플레이도 활발히 사용했다.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는 우측 풀백임에도 아예 맨유의 하프 스페이스 지역까지 나오며 슈팅을 때리는 모습이었다. 맨유는 수비하기에 급급했다. 공격은 물론 수비적인 면에서도 철옹성에 가까웠다. 앙드레 오나나의 수비 뒷공간을 노린 긴 패스는 반 다이크가 완벽하게 막아냈고, 좌우풀백 아놀드와 치미카스는 가르나초와 안토니를 틀어막았다.
 
우위에 서있었지만 전반부터 이어진 골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살라의 크로스에 이은 다르윈 누녜스의 오픈 헤더 찬스가 있었지만, 그의 헤더는 골대 쪽으로도 향하지 못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반 다이크의 헤더는 오나나 골키퍼의 동물적인 선방에 막혔고, 살라의 회심의 왼발 감아차기 슈팅은 족족 골키퍼 정면으로 갔다. 스즈보슬러이와 아놀드의 중거리 슈팅은 수비벽에 걸리기 일쑤였다.
 
전반전에만 15개의 슈팅을 때렸는데 한 골도 넣지 못하자 리버풀은 조급해졌다. 자신의 안방 안필드에서 말 그대로 '극강'의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에는 좀처럼 선제골이 터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상대 맨유는 전반전에 단 한 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할 만큼 '수비'만 했다. 압도한 경기력과는 다르게 승부의 추는 전혀 기울지 않았다.
 
후반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리버풀은 더욱더 거세게 나왔다. 골을 터뜨리기 위해서 알리송 골키퍼가 센터백 라인까지 나와 후방 빌드업을 담당했고, 클롭 감독은 코디 학포와 커티스 존스, 하비 엘리엇을 교체 투입하며 선제골을 향한 굳은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골은 터지지 않았다. 맨유의 수비진은 몸을 던지면서 리버풀의 슈팅을 막아냈고, 리버풀의 잘 나온 슈팅은 옆 그물을 때리기만 했다. 그렇게 0-0의 균형이 깨지지 않은 채로 경기는 종료됐다.
 
경기 종료 후 리버풀의 주장 반 다이크는 "맨유는 이길 생각이 없었다"며 그들의 수비 전술을 비판했다. 극단적으로 라인을 내려 두 줄로 수비하는 지키는 전술에 볼멘 목소리를 낸 것이다. 리버풀에는 수많은 기회가 있었다. 68%의 압도적인 볼 점유율을 가져갔고, 34개의 슈팅을 때렸다. 그러나 13개의 슈팅이 빗나갔고, 8개의 슈팅은 골키퍼에 막혔다. 단 한 번도 살리지 못한 12개의 코너킥 찬스는 '무용지물'이었다. 반 다이크의 인터뷰는 득점하지 못한 팀의 '변명'에 불과하다.
 
리버풀로서는 맨유의 이번 경기 전술을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중원에서 볼 배급을 담당하는 주장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경고 누적 징계로 출전할 수 없었고, 메이슨 마운트와 크리스티안 에릭센 또한 부상으로 이탈해있었다. 수비진에서도 최근 최고의 폼을 자랑하던 해리 매과이어도 부상이었고, 리산드로 마르티네즈, 빅토르 린델로프, 타이럴 말라시아도 결장했다. 가뜩이나 많은 부상에 악명 높은 안필드 원정 경기에서 맨유의 선택지는 단 하나였다. 일단 내려앉아서 막아내고, 역습으로 한 골 노리자는 계획일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저번 시즌 베스트 일레븐으로 안필드에서 리버풀과 맞불을 놓았다가 0-7로 패배한 바 있었다. 역사에 길이 남을 굴욕적인 대패였다. 또한, 안필드에서 치러진 경기에서 맨유의 전적을 보면 더욱 처참했다. 마지막 승리는 고사하고 마지막 득점이 무려 4년 전이었다. 2018년 12월 17일 리그 경기에서 터진 제시 린가드의 골이 맨유의 안필드에서의 마지막 득점이었다. 물론 그 경기도 1-3으로 패배했지만 말이다. 최근 몇 년간의 전적과 현재 기용 가능한 맨유의 스쿼드 명단을 보면 맨유가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들고나올 것이라는 건 뻔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리버풀의 주전 선수들은 체력적으로도 여유가 있었다. 클롭 감독은 지난 15일 유니온 생질루이즈와의 UEFA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했다. 다가올 맨유전을 대비한 모습이었다. 반면 맨유는 13일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최종전 뮌헨전에서 16강 진출을 위해 주전 선수들이 모두 뛰었다. 맨유보다 체력적으로 더 나은 상황에 있었기에 반 다이크의 인터뷰는 더욱 변명으로 다가온다.
 
맨유의 레전드 로이 킨도 날선 비판을 가했다. 그는 반 다이크의 발언을 두고 "반 다이크는 30년 동안 한 번밖에 우승하지 못한 클럽에서 뛰고 있는 걸 상기해야 한다"며 무례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축구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결과'로 말할 때가 있다. 이번 경기 같은 유구한 전통의 역사 깊은 더비전은 더더욱 그럴 때가 많다. 골을 넣지 못하면 승리를 가져올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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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빠르고 정확하게 '스포츠' 를 알려드리는 박윤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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