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있는 2일 오후, 배우 한지민, 조인성, 이시언, 조혜정, 임세미, 가수 마야, 작가 노희경 등 방송, 영화, 연극, 예술계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판자촌에서 연탄 배달 봉사를 했다. 

구룡마을은 비좁은 골목 사이로 판자집들이 모여 있어서 차가 진입해 연탄을 내릴 수가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골목마다 줄을 서서 릴레이로 연탄을 날라주는 일손이 필요하다. 그래서 방송, 영화, 연극, 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마음공부 모임인 길벗(대표 노희경)에서는 해마다 120여 명의 봉사자들이 연탄의 온기를 나르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연탄을 나르고 있는 한지민  “연탄과 한 몸이 되려고요” 강남구 구룡마을 판자촌에서 배우 한지민이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 연탄을 나르고 있는 한지민 “연탄과 한 몸이 되려고요” 강남구 구룡마을 판자촌에서 배우 한지민이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 이준길

 
장갑, 방한모자, 마스크를 끼고 부지런히 연탄을 나르는 긴 행렬 속에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보였다. "혹시 한지민씨 아니세요?"라고 묻자 "연탄과 한몸이 되기 위해 집에서 가장 검은색 옷을 꺼내 입고 왔어요" 하고 대답했다. 한지민씨는 그동안 길벗 모임과 JTS가 주관하는 빈곤퇴치 거리모금에 20년째 참가해 오고 있다. 연탄을 나르던 중 "거리모금이 쉬워요? 연탄 배달이 쉬워요?" 하고 묻자 "둘 다 쉬워요. 늘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거리모금을 못한 지 너무 오래된 것 같아요"하고 대답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20년 째 진행해 온 거리모금이 잠시 중단이 되었지만 나눔을 실천하자는 취지는 연탄 배달을 통해 계속 되고 있었다. 

오늘 배달해야 할 연탄은 총 3000장. 길벗 모임과 JTS에서는 구룡마을에서도 가장 어려운 조건에 놓인 장애인, 중증 환자, 유공자 등 15가구를 선별해 가구마다 200장을 배달했다. 

"1, 2, 3...... 198, 199, 200"

연탄을 하나씩 나를 때마다 몇 번째 연탄인지 모두가 숫자를 헤아렸다. 번호가 하나씩 불러질 때마다 연탄은 여러 사람의 손을 타고 집집마다 온기를 전했다.  
 
구룡마을 판자촌에 집집마다 배달이 된 연탄 구호단체 JTS와 길벗 모임에서는 연말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연탄 지원 활동을 해오고 있다.

▲ 구룡마을 판자촌에 집집마다 배달이 된 연탄 구호단체 JTS와 길벗 모임에서는 연말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연탄 지원 활동을 해오고 있다. ⓒ 이준길

 
JTS 이사장인 법륜 스님도 배우들과 함께 연탄 배달을 함께 했다. 스님은 바닥을 수평으로 만들고 연탄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일을 맡았다.

"수평이 되었어요. 이제 차곡차곡 쌓아 올리면 됩니다." 

200장 배달을 완료하면 지체 없이 다음 집으로, 다음 집으로 배달은 계속 되었다. 연탄이 쌓여가던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던 집주인은 200장이 모두 배달되자 "수고가 많으십니다. 너무 고마워요" 하며 환하게 웃었다. 2시간 30분이 경과한 후 연탄 3000장 배달이 끝났다. 
 
연탄을 나르고 있는 배우 조인성 “마지막 연탄입니다” 강남구 구룡마을 판자촌에서 배우 조인성이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 연탄을 나르고 있는 배우 조인성 “마지막 연탄입니다” 강남구 구룡마을 판자촌에서 배우 조인성이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 이준길

 
배우 조인성씨도 4년 째 연말마다 연탄 배달을 함께 하고 있다. 멀리서 조인성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지막 연탄입니다. 끝났습니다!"

장갑을 벗으니 손에는 연탄재가 까맣게 묻어 있었다. 연탄 배달을 마치고 길벗 모임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소감을 나누었다. 한지민씨는 "연탄을 열심히 나르고 나니까 마음이 훈훈해졌어요. 내년 겨울에도 함께 합시다" 하고 함께 한 동료들을 독려했다. 길벗 모임 대표인 노희경 작가도 "날씨가 추웠지만 마음은 즐거웠어요. 함께해 주셔서 모두 감사합니다" 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연탄을 나르고 있는 작가 노희경 “날씨가 추웠지만 마음은 즐거웠어요” 강남구 구룡마을 판자촌에서 작가 노희경이 길벗 모임 회원들과 함께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 연탄을 나르고 있는 작가 노희경 “날씨가 추웠지만 마음은 즐거웠어요” 강남구 구룡마을 판자촌에서 작가 노희경이 길벗 모임 회원들과 함께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 이준길

 
이들은 마음공부를 하며 봉사활동을 하는 '길벗' 모임에서 만나 국제구호단체 JTS(이사장 법륜스님)와 함께 20년째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매년 5월과 12월에는 거리 모금을 진행하여 배고픔에 처한 가난한 나라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한지민 조인성 노희경 연탄 법륜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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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자.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42기 수료. 마음공부, 환경실천, 빈곤퇴치,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아요. 푸른별 지구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기자를 꿈꿉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생생한 소식 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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