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2013 시즌부터 2017-2018 시즌까지 통합 6연패를 달성한 우리은행은 2018-2019 시즌 KB스타즈에 밀려 정규리그 7연패가 좌절됐고 플레이오프에서도 삼성생명 블루밍스에게 패했다. 매 시즌 통합우승이 당연했던 우리은행이 챔프전 진출조차 실패하자 적지 않은 농구팬들이 사상 첫 통합 6연패에 성공했던 신한은행 에스버드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은행도 전성기가 저물고 침체기에 들어갈 거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왕조시대'를 마감한 후에도 한 번도 정규리그에서 7할 미만의 승률을 기록한 시즌이 없다. 비록 최근 다섯 시즌 동안 챔프전 우승은 한 번뿐이었지만 여전히 KB와 '양강'구도를 형성하며 WKBL을 이끄는 명문팀의 위용을 지킨 것이다. 우리은행 전성기의 시작을 알린 위성우 감독의 뛰어난 지도력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함께 뛰었던 선수들의 조직력과 적절한 선수 영입 역시 우리은행이 오랜 기간 강호로 군림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하지만 일부 농구팬들은 우리은행이 2017-2018 시즌 이후 5년 만에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시즌의 결과를 폄하하기도 한다. 우리은행의 최대 라이벌인 KB가 박지수의 부상으로 제대로 된 시즌을 보내지 못한 만큼 진정한 챔피언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우리은행으로서는 일부 비판 의견을 일축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시즌 연속 우승을 통해 지난 시즌의 우승이 결코 박지수의 부재로 인한 '행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김단비 영입 후 5시즌 만에 통합 우승
 
 김단비는 우리은행 이적 첫 시즌에 통산 6번째 우승반지와 함께 정규리그,챔프전 MVP를 휩쓸었다.

김단비는 우리은행 이적 첫 시즌에 통산 6번째 우승반지와 함께 정규리그,챔프전 MVP를 휩쓸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2017년 양지희 은퇴 후 확실한 토종 빅우먼을 구하지 못했던 우리은행은 골밑을 나탈리 어천와와 크리스탈 토마스, 르샨다 그레이 등 외국인 선수에게 맡겼다. 하지만 2019-2020 시즌이 끝난 후 한국여자농구연맹은 WKBL에 외국인 선수 제도를 폐지했고 이는 확실한 센터자원이 없었던 우리은행에게는 매우 불리한 조건이었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폐지된 후 우리은행에서 가장 키가 큰 선수는 183cm의 '가드' 박지현이 됐다.

우리은행은 외국인 선수 제도가 폐지된 후에도 김소니아(신한은행)와 최이샘, 박지현 등의 활약을 앞세워 정규리그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2020-2021 시즌 플레이오프에서는 배혜윤과 김한별(BNK 썸)이 이끄는 삼성생명에게 덜미를 잡혔고 2021-2022 시즌에는 가까스로 챔프전에 올랐지만 리그 최고의 센터 박지수에 국가대표 슈터 강이슬까지 가세한 KB를 상대로 3연패를 당했다.

그렇게 통합 6연패 이후 네 시즌 연속으로 챔프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우리은행은 작년 FA시장에서 계약기간 4년, 연봉총액 4억5000만 원의 조건에 리그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포워드 김단비를 영입했다. 물론 김단비 역시 '정통 빅우먼'은 아니지만 2021-2022 시즌 박지수를 제치고 블록슛 부문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만능선수로 우리은행의 전력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프로 데뷔 후 한 번도 신한은행을 떠난 적이 없는 김단비의 첫 이적에 적응을 걱정하는 농구팬도 적지 않았지만 이는 기우였다. 김정은과 박혜진, 박지현, 최이샘 등 우리은행의 주력 선수 대부분과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췄고 김단비는 이적하자마자 곧바로 우리은행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김단비가 가세한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25승5패에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도 5전5승을 기록하며 5년 만에 챔프전 우승컵을 되찾았다.

우승의 주역은 역시 김단비였다. 정규리그 30경기에 모두 출전한 김단비는 17.17득점(2위)8.77리바운드(5위)6.10어시스트(2위)1.53스틸(2위)1.30블록슛(1위)3점슛성공률36.9%(4위)의 성적으로 프로 데뷔 첫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다. 김단비는 챔프전에서도 18.3득점6.3리바운드4.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챔프전 MVP까지 휩쓸었다. 통합우승이라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으니 결과적으로 우리은행의 김단비 영입은 대성공이었던 셈이다.

우리은행 핵심선수로 성장한 박지현
 
 우리은행은 박혜진이 복귀할 때까지 박지현이 더 많은 역할을 해줘야 한다.

우리은행은 박혜진이 복귀할 때까지 박지현이 더 많은 역할을 해줘야 한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우리은행은 2022-2023 시즌이 끝나고 고아라와 김정은(하나원큐), 노현지, 박다정(BNK)까지 4명의 선수가 FA자격을 얻었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팀의 핵심 식스우먼으로 활약한 고아라, 180cm의 장신포워드 노현지와 계약기간 2년, 연봉 총액 6000만원에 계약했지만 맏언니 김정은의 하나원큐 복귀는 막지 못했다. 박다정은 계약기간 3년, 연봉총액 6000만원에 계약을 체결한 후 BNK로 무상트레이드했다.

고아라, 노현지와 재계약한 것을 제외하면 FA시장에서 별다른 외부영입이 없었던 우리은행은 하나원큐로 이적한 김정은의 보상선수로 포인트가드 김지영을 지명했다. 그리고 곧바로 신한은행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유승희를 영입했다. 유승희는 신한은행 시절 두 번이나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며 두 시즌을 통째로 날리기도 했지만 건강만 허락된다면 공수에서 우리은행에 쏠쏠한 도움이 될 수 있는 자원이다.

2018-2019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무려 4.8%의 확률을 뚫고 우리은행에 입단했던 박지현은 어느덧 우리은행의 핵심선수로 성장했다. 지난 시즌 득점 6위(15.28점)리바운드3위(8.86개)어시스트5위(4.48개)2점 성공률 1위(55.3%)에 올랐던 박지현의 기량이 한 단계 더 성장한다면 우리은행은 더욱 강한 전력을 구축할 수 있다. 다만 박지현은 팀 내 최장신 선수인 만큼 수비에서 더욱 견고할 플레이를 선보일 필요가 있다.

전성기 만큼의 성적은 아니었지만 정규리그 26경기에 이어 플레이오프와 챔프전 일정까지 모두 소화하며 우리은행의 통합우승에 기여했던 '또치' 박혜진은 부상으로 시즌 개막을 동료들과 함께 하지 못한다. 위성우 감독 역시 지난 10월 30일 미디어데이에서 "우리은행의 주체가 없는 것"이라며 박혜진의 부재를 크게 아쉬워했다. 우리은행으로서는 조금 늦더라도 박혜진이 '건강하게' 돌아와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박혜진의 복귀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김단비와 박지현, 최이샘 등이 버틴 우리은행이 이번 시즌 KB와 양강구도를 형성할 확률이 높다는 것에 이견을 제시할 농구팬은 거의 없다. 과연 우리은행은 김단비의 이적 두 번째 시즌에도 챔프전 우승을 통해 재건한 왕조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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