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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CJ의 밤 행사 연사로 나선 구창근 CJ ENM 대표.

지난 6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CJ의 밤 행사 연사로 나선 구창근 CJ ENM 대표. ⓒ CJ ENM

 
"CJ ENM이 영화 투자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있는데 당연히 사실이 아니고요. 그간 저희가 선보였던 기존 영화들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영화 투자) 사업이 위축돼있는 건 사실이지만..."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내 영화투자배급사가 진행한 유일한 파티였던 'CJ의 밤' 행사에 연사로 나선 구창근 CJ ENM 대표의 말 일부다. 지난 6일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서 열린 이 자리엔 구 대표를 비롯해 윤제균 CJ ENM스튜디오스 대표,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부장, 최주희 티빙 대표가 차례로 스피치에 나섰다.
 
희망론의 행간 

발언의 주제는 일관됐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1위 투자배급사인 CJ ENM 작품들이 연달아 큰 손해를 보며 강력한 조직 개편이 있었고, 사업 부문 조정도 이어진 가운데 일각에서 제기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었다.

특히나 윤제균 대표는 미국 영화 관계자 말을 빌려 "미국 영화인들은 코로나19 이후 영화 산업이 주춤했을지언정, 과거 대공황과 경제 위기를 이겨내 왔기에 전혀 비관하지 않고 있다"며 희망론을 설파하기도 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었고, 사업 주체 입장에선 해야 할 말이었다. 다만, 그 맥락과 행간을 살피면 급변한 콘텐츠 산업 환경이 여실히 드러났던 말이기도 했다.
 
고경범 부장은 "지금의 위기는 사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도입됨과 동시에 코로나19로 여러 물리적 변화가 일어나는 등 총체적 변화로 인해 더욱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양상"이라 진단하면서 "이번의 위기로 영화가 조금 다른 차원으로 도약할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구창근 대표의 말에서 보다 구체적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영화 투자는 당연히 이어갈 것이고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에 의지를 보인 구 대표는 "다만 소비자들이 콘텐츠를 보는 시청 행태 그리고 그에 따른 비즈니스 리스트가 많이 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된 영화들이 고객을 만나는 방식과 형식은 조금씩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은 한다"고 말했다.
 
OTT를 통한 작품 공개, 관련 투자를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를 방증한 게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온스크린 섹션(OTT 플랫폼 작품 초청 부문)이다. 총 6편이 초청됐는데 CJ ENM 계열사인 티빙의 작품이 세 작품으로 절반에 해당한다. 여기에 넷플릭스 1작품, 웨이브 1작품, 디즈니플러스 1작품이 해당 부문에 초청돼 관객들을 만났다.
 
국내외 영화제에 OTT 기반 작품이 유입되는 건 이제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이다. 칸영화제, 베니스영화제 등 해외 주요 영화제에서도 빗장을 연지 5, 6년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선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등이 각자의 홍보 부스를 차렸고, 파티를 열었다. 올해도 넷플릭스는 같은 장소에서 사랑방을 열고 국내외 영화인들과 취재진을 맞았다. 흥미로운 건 지난해 OTT 플랫폼 각사가 파티를 따로 연 것과 달리 올해는 정부 부처의 후원으로 연합 행사가 열렸다는 점이다.
 
관련법 제정 및 관리 시스템 시급
 
 지난 8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콘텐츠어워즈 & 글로벌 OTT 어워즈 행사 사진.

지난 8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콘텐츠어워즈 & 글로벌 OTT 어워즈 행사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7일 밤 열린 K-OTT의 밤, 그리고 다음날 진행된 ACA G.OTT 어워즈가 대표적이다. 전자는 티빙, 웨이브, 왓챠 등 국내 OTT 플랫폼 관계자들이 주축이 된 파티였고, 후자는 부산국제영화제와 국내외 엔터테인먼트사가 합심해서 열어온 시상식에 OTT 플랫폼이 합류한 모양새다.
 
ACA G.OTT 어워즈는 지난해까진 ACA(Asian Contents Awards)로 진행된 행사에 OTT 플랫폼 작품까지 아우르며 확장된 결과물이었다. 디즈니플러스 <무빙>이 6관왕을 차지하며 배우 류승룡, 고윤정을 비롯해 작품 관계자들이 박수를 받았다. 부산영화제 초청작이 아님에도, 해당 어워즈 행사를 위해서 수많은 연예계 관계자들이 부산을 찾아 자리를 빛냈다.

위 두 행사는 모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고 주최했다. OTT 산업 담당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하느냐, 문화체육관광부가 하느냐를 두고 정부 부처 내에서 알게 모르게 힘겨루기가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이 가운데 부산국제영화제를 무대로 과기부가 선수를 친 셈이다. 

한 영화계 인사는 "과기부가 이번 행사를 진행하는 것을 문체부가 처음엔 인지를 못했던 것으로 안다"며 "정부 부처 간 OTT 산업 선점을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일련의 과정을 살피면 영화 산업의 지각변동은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보인다. OTT 기반 작품이 영화인지 아닌지 논쟁은 더이상 무의미해 보인다. 변화가 필연이라면 지혜롭게 산업 환경에 반영하고 제도 개선 또한 지혜롭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문제라면 올해 들어 OTT 플랫폼, 특히 국내 업체들 사이에서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거금을 투자했지만 성과는 기대에 못미쳤다. 국내 OTT 신규 투자가 주춤한 가운데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업체들이 투자를 늘려왔다고는 하지만, IP(지적재산권) 종속 및 제작비 후 정산 등 국내 콘텐츠 업계에 불리한 계약을 관행처럼 이어가고 있다. 섬세한 관리 감독 시스템 개선이 더욱 시급한 시기다.  
부산국제영화제 OTT 넷플릭스 티빙 영화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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