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6일까지 9연승을 질주하며 상위권을 노리던 KIA 타이거즈가 암초를 만났다. 투타 모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최근 5연패에 빠진 것이다. 더구나 지난 주말 3연전에선 가을야구 경쟁팀인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3경기 모두 내주며 4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다행히 6위인 SSG 랜더스 역시 최근 5연패에 빠지며 승차 없이 5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그렇지만 최근 KIA의 경기력이라면 4위 두산을 쫒는 것보다 6-7위인 SSG나 롯데 자이언츠와의 5위 싸움에 총력을 기울이는 편이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즌 막판 순위 경쟁팀과의 맞대결은 보통 2경기 이상의 무게감을 지닌다. KIA가 이처럼 중요한 승부처였던 두산과의 3연전에서 단 1경기도 잡지 못하고 무너진 이유는 주전 유격수 박찬호가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한 탓이 컸다.

박찬호는 지난 12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 중반 1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과정에서 손가락 인대 부상을 당했다. 박찬호가 경기 중 부상으로 빠진 12일 경기 이후 KIA는 단 한 경기도 잡지 못하고 5연패를 당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시즌 박찬호는 타선에선 리드오프로 득점의 활로를 열어주는 역할을 했고 수비에서는 유격수로 넓은 수비 범위를 뽐냈다. 이처럼 공수에서 비중이 큰 박찬호가 예상치못한 부상으로 빠지자 팀 전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박찬호를 포함해 KBO리그 전체 선수단, 더 나아가 프로를 지망하는 학생 선수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대목은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빨라지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고 매우 위험한 플레이라는 점이다. 

사실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의 효과에 대해서는 과거부터 오랜 논쟁이 있었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이 부상의 위험이 있긴 하지만 세이프 판정을 받을 확률을 높여준다고 생각한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비디오 판독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그런 경우도 있었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은 심판의 시야를 방해하는 동시에 강렬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종종 세이프 판정을 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 제도가 도입되면서 심판과 상대 벤치를 속일 수 있는 가능성은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간의 여러 실험이나 시뮬레이션 결과를 봐도 슬라이딩을 시도하는 순간 달리는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타격 후 1루까지 전력질주 하는 편이 더 빠르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더 큰 문제는 손가락을 다쳐 경기에 제대로 나서지 못하는 박찬호의 경우처럼 큰 부상을 당할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플레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2006년 1회 WBC 대회에 참가했던 김동주는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어깨 탈구 부상을 입었고, 그 부상 여파로 해당 시즌 43경기 출장에 그쳤다.

간단히 말해 '1루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은 긍정적인 효과는 거의 없고 부상 가능성만 높이는 위험한 플레이라는 의미다. 이쯤되면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시도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결론이 나온다.

KIA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공수겸장을 잃고 말았다. 접전 상황에서 반복되어 나오는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더이상 선수의 생존 본능이나 승부욕으로 포장하고 간과해서는 안된다.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포함해 부상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플레이에 대해서는 리그 차원의 방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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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KBReport.com), KBO기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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