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 로비가 주연을 받은 할리우드 영화 <바비>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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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 <바비>가 중국에서 의미있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1일 <바비>가 중국의 엄격한 외화 검열을 뚫고 여성 인권과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에 불을 붙였다고 보도했다.

북미와 유럽에서 엄청난 흥행을 거두고 있는 <바비>는 인형들의 세계인 '바비랜드'에서 주인공 바비가 인간 세상으로 나오며 겪는 일을 그린 영화로 남성 중심 사회와 성차별에 대한 풍자를 내세웠다.

<작은 아씨들>, <레이디 버드> 등으로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여성 감독으로 주목 받는 그레타 거윅 감독이 만들었고 마고 로비,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을 맡았다.  

SCMP는 "여성이 대통령, 대법관 등 모든 권력을 가진 바비랜드는 '남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현실 세계와의 거대한 간극을 재미있게 표현했다"라며 '이는 중국 사회의 여성 인권에 대한 낮은 관심이나 관용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1일 중국에서 개봉한 <바비>는 28일까지 1억4천만 위안(약 250억 원)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중국 영화 시장에서 그다지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외화에 배타적인 중국의 특성과 <바비>의 내용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많다.

중국 여성들이 <바비>에 열광하는 이유?
 
 영화 <바비> 흥행으로 불붙은 중국 페미니즘 논의를 보도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영화 <바비> 흥행으로 불붙은 중국 페미니즘 논의를 보도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 SCMP

 
미국 CNN 방송도 "<바비>가 중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미국에서의 성공에 비하면 작은 규모이지만,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영화에 대한 토론이 추진력을 얻으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바비>의 성공은 지난 수년간 중국 당국의 검열과 규제가 심해지면서 할리우드 영화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만 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낡은 성 역할과 왜곡된 남성의 관점이 만연한 중국 영화와 비교하면 <바비>는 신선한 공기를 불어 넣었다"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한 누리꾼이 올린 "중국 여성은 이렇게 잘 만든 여성 중심 영화를 극장에서 볼 기회가 많지 않다"라는 글에는 2만5천 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렸다. 

중국의 여성 인권 운동가이자 방송 작가인 저우샤오쉬안은 SCMP에 "모든 소녀가 친구와 함께 극장에 가서 <바비>에 대해 논할 수 있다"라며 "<바비>는 온전히 페미니즘에 관한 영화는 아니지만, 중국에서는 큰 의미를 지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비> 덕분에 모든 극장이 페미니즘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며 "극장에 가는 것은 누구도 금지할 수 없는 합법적인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바비>가 중국의 검열을 통과하고 화제로 떠오른 것은 페미니즘 영화이면서도 코미디를 내세워 평단과 관객을 모두 잡았다는 분석도 있다. 

남성들은 짜증내며 극장 나가... "오래된 '미의 기준' 답습" 지적도
 
 중국의 영화 <바비> 흥행을 보도하는 <파이낸셜타임스>

중국의 영화 <바비> 흥행을 보도하는 <파이낸셜타임스> ⓒ 파이낸셜타임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의 성차별을 연구하는 미국 컬럼비아대학 레타 홍 핀처 조교수는 "중국에서 이처럼 노골적으로 페미니즘적이면서도 엄청난 상업적 호소력을 가진 영화는 없었다"라며 "<바비>는 중국 검열관의 레이더를 피해 날아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인기 팟캐스트 진행자 장즈치도 "<바비>가 가치있는 이유는 폭넓은 계층의 관객에 닿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더 통찰력 있고 선구적인 영화들도 있지만, 그 영화들은 일반 관객을 위한 상업 영화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바비>를 본 중국의 한 여대생은 "나는 어릴 때부터 모든 것을 잘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자랐다"라며 "하지만 이 영화는 내가 나 자신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남성 관객들은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SCMP는 "많은 여성이 극장에서 <바비>를 보던 남성 관객들이 짜증을 내며 상영 도중에 나가는 것을 봤다는 글을 올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중국 남성들이 많이 이용하는 스포츠 전문 사이트 '후푸'에서는 <바비> 평점이 10점 만점에 5.6점으로 다른 곳보다 현저하게 낮았다. 

다만 '쓴소리'도 있다. CNN방송은 "일각에서는 <바비>가 표면적 수준의 페미니즘을 보여주는 데 그친다고 비판한다"라며 "주인공의 인형 같은 완벽한 외모가 오래된 '미의 기준'을 더욱 영속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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