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터틀' 박준용이 옥타곤 4연승과 함께 3연속 피니시 승리를 거뒀다.

UFC 미들급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준용은 1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엔터프라이즈의 UFC Apex에서 열린 UFC on ESPN 49 대회에서 러시아의 알버트 두라예프를 2라운드 4분45초 만에 서브미션으로 꺾었다. 작년 5월 에릭 앤더스를 제압하며 승리행진을 시작한 박준용은 조셉 홈즈와 데니스 티울리울린에 이어 두라예프까지 꺾으면서 4연승으로 '스턴건' 김동현이 가지고 있는 한국인 UFC 최다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편 메인이벤트로 열린 홀리 홈과 부에노 실바의 여성 밴텀급 경기에서는 실바가 2라운드38초 만에 서브미션으로 승리하면서 '암사자' 아만다 누네즈의 은퇴로 공석이 된 여성 밴텀급 타이틀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갔다. 한편 밴텀급 3위였던 만 41세의 노장 파이터 홈은 또 한 번 연승의 문턱에서 좌절하면서 2020년 10월 이후 2년 9개월 동안 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며 타이틀 전선에서 사실상 멀어지게 됐다.
 
 '아이언 터틀' 박준용(오른쪽)은 두라예프를 꺾고 한국인 UFC 최다연승 타이기록을 달성했다.

'아이언 터틀' 박준용(오른쪽)은 두라예프를 꺾고 한국인 UFC 최다연승 타이기록을 달성했다. ⓒ UFC

 
2014년의 김동현에 이어 두번째 4연승

한국 종합격투기 역사상 최고의 파이터를 묻는 질문에는 아마도 많은 격투팬들이 오는 8월 26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UFC on ESPN 50에서 페더급 전 챔피언 맥스 할러웨이와 맞붙는 '코리안 좀비' 정찬성을 언급할 것이다. 실제로 정찬성은 한국인파이터 중 체급별 순위에서 가장 높은 순위(3위)에 올랐을 뿐 아니라 페더급의 황제로 군림하던 시절의 조제 알도,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와 두 번이나 타이틀전을 치렀던 선수다.

하지만 정찬성은 부상과 군복무 등으로 인해 UFC 데뷔 후 12년 동안 11번 밖에 옥타곤에 오르지 못했다. 따라서 적지 않은 격투팬들이 2008년 한국인 최초로 UFC에 데뷔해 2017년 콜비 코빙턴과 싸울 때까지 10년 동안 18번이나 옥타곤에 오른 김동현이 '가장 위대한 한국인 UFC 파이터'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실제로 김동현이라는 선수가 많은 후배 파이터들이 UFC를 꿈꿀 수 있게 만든 '개척자'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UFC 무대에서 13승을 따낸 김동현은 10년의 커리어 동안 두 번의 3연승과 한 번의 4연승을 기록했다. 2008년 5월 옥타곤 데뷔전에서 강력한 엘보우 파운딩을 선보이며 제이슨 탄을 꺾은 김동현은 맷 브라운과 T.J.그랜트, 아미르 사돌라, 네이트 디아즈를 차례로 제압하며 5연승을 달리는 듯 했다. 하지만 2009년 1월 김동현의 판정패로 끝났다가 상대의 금지약물이 적발됐던 카로 파리시안전이 무효 처리되면서 김동현의 연승기록은 '3'으로 수정됐다.

카를로스 콘딧과 데미안 마이아에게 패하며 잠시 주춤했던 김동현은 2012년 11월부터 다시 연승행진을 시작했다. 파울로 티아고와 시야르 바하두르자다를 만장일치 판정으로 꺾은 김동현은 2013년 10월 에릭 실바와의 경기에서 UFC진출 후 처음으로 강력한 왼손 '스턴건'을 작렬하며 KO로 승리했다. 2014년 3월에는 존 해서웨이를 상대로 그림 같은 '백스핀 엘보우'를 작렬시키며 2경기 연속 실신 KO 승리로 파죽의 4연승 행진을 달렸다.

웰터급 전 챔피언 타이론 우들리에게 패하며 연승행진이 마감된 김동현은 다시 조쉬 버크먼과 도미닉 워터스, 타렉 사피딘을 꺾고 3연승을 달린 후 2017년 코빙턴전 판정패를 끝으로 6년째 경기에 나서고 있지 않다. 그리고 김동현이 옥타곤에서 4연승을 거둔지 9년의 세월이 흐른 2023년 7월, '아이언 터틀' 박준용이 미들급에서 한국인 파이터로는 두 번째로 옥타곤 4연승이라는 값진 기록을 세웠다.

옥타곤 13승의 김동현과 타이기록 달성

중학교 시절까지 수영선수로 활약했던 특이한 이력을 가진 박준용은 2013년 프로파이터로 데뷔해 국내와 일본, 러시아, 호주 등 국내외의 중소단체에서 활동하다가 2019년 8월 UFC 중국대회에 출전하며 옥타곤에 데뷔했다. 박준용은 데뷔전에서 앤서니 에르난데스에게 서브미션으로 패했지만 이후 3경기를 연속으로 판정승하면서 국내에선 흔치 않은 미들급 파이터 유망주로 격투팬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흔히 연승을 기록한 파이터들은 랭킹에 오른 파이터와의 대결을 희망하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랭킹에 포함돼야 대전료도 오르고 강한 상대와 맞붙을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준용은 UFC 데뷔 초부터 자신의 목표는 챔피언이 아닌 최대한 많은 경기에 출전해 많은 승리를 따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준용은 김동현의 한국인 UFC 최다승 기록을 갈아 치우고 싶다는 목표를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박준용은 코로나19로 대회 자체가 적게 열렸던 2020년을 제외하면 1년에 두 번씩 꾸준히 옥타곤에 오르고 있다. 2021년 1월에는 그레고리 로드리게스에게 첫 KO패를 당했지만 7개월 후 앤더스를 꺾으며 연패 위기에서 탈출했고 다시 5개월 후에는 조셉 홈즈를 제물로 UFC 데뷔 첫 피니시 승리를 따냈다. 박준용은 지난 2월에도 데니스 티울리울린을 서브미션으로 꺾으며 UFC 데뷔 후 두 번째로 3연승을 기록했다.

김동현에 이어 한국인 파이터로는 두 번째로 4연승에 도전한 박준용은 16일 러시아의 두라예프를 상대했다. 박준용은 1라운드에서 두라예프의 레슬링에 다소 고전했지만 1라운드 후반 길로틴 초크를 시도하며 흐름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박준용은 2라운드에서 레슬링 공방 후 체력이 떨어진 두라예프를 몰아 붙인 후 리어 네이키드 초크를 걸어 항복을 받아냈다. 이로써 박준용은 옥타곤 4연승과 함께 3연속 피니시 승리를 거두게 됐다.

박준용은 UFC 데뷔 후 9경기를 치렀지만 아직 미들급 랭킹에 포함된 유명 파이터와의 대결은 없었다. 4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음에도 박준용의 미들급 랭킹 진입을 낙관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박준용은 두라예프전 승리 후 인터뷰에서 "나는 UFC에서 싸우라고 하면 싸우는 직원"이라고 유쾌하게 말했다. 3연속 피니시로 4연승을 달성한 박준용은 이제 한 경기만 더 승리하면 '역대 UFC 한국인 파이터 최다연승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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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UFN ON ESPN 49 박준용 아이언 터틀 4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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