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14 21:03최종 업데이트 23.07.1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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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촬영한 광교중앙역 인근 수원소방서 이의119안전센터와 인근 아파트 단지의 모습 ⓒ 차원


지난 9일, 한 언론이 "새로 생긴 소방서 119안전센터를 둘러싸고 수도권의 한 신도시 아파트 입주민과 119대원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주민들이 '소방서는 혐오시설'이라며 사이렌을 끄고 출동할 것을 요구하고, 집단 시위까지 예고했다는 내용이다. 이후 여러 언론이 비슷한 보도를 쏟아냈고, 소방서와 주민들의 갈등은 심각해져 가는 듯 보였다.

지난 12일, 광교중앙역 인근 수원소방서 이의119안전센터를 찾았다. '수도권의 한 신도시 아파트'로 지목된 A 아파트와는 사거리 하나를 두고 대각선으로 마주 자리해 있었다. 그곳에서 이의119안전센터를 통해 연결된 수원소방서 관계자, 그리고 A 아파트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수원소방서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현재 언론과 입주민들의 갈등이 심하지 않다고 밝혔다. A 아파트 입주자 대표가 '소음 완화 방안'을 요구한 것은 맞지만 원만하게 협의했고, 입주민 측으로부터 '소방서는 혐오시설'이라는 표현이 나오지 않았을 뿐더러 '소방서 앞 시위' 예고 등도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언론 보도 이후 소방서의 입장도 '난감해졌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기자와 소방서 관계자와의 질의 응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주민들과 원만하게 협의... 언론 보도 이해 안 가

- 언론에 나온 것처럼 주민들과 119 대원 간의 갈등이 심한 상황인가.
"아니다. 지금 A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과 저희의 관계는 전혀 나쁘지 않다. 그분들도 우리의 사정을 많이 이해해 주셨고, 같이 상생하자는 방향으로 이야기했다. 저와 입주자 대표회장은 지금도 문제없이 소통한다. 상태가 악화될 일이 없다. 언론을 통해 사건을 접하신 분들이 입주민들과 소방서의 갈등이 심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 이러한 논란이 벌어지게 된 배경을 설명해달라.
"이의119안전센터가 지난 5월에 문을 열었다. 소방차 긴급차량이 출동하다 보면, 사거리에서 사이렌을 켤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맞은편 아파트에서 소리가 울리는 현상이 심했나 보더라. 그래서 입주자 대표회장이 전화로 '입주민들이 이런 피해를 호소하는데, 대화를 좀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지난달 28일) 만났다. 소방차 출동 관련 규정에 대한 설명과 사이렌 소리 완화를 요청하시더라. 우리는 '소방차는 긴급차량이기에 소방기본법과 도로교통법상 경광등과 사이렌을 안 켤 수가 없다'고 설명하며 이해를 요청했다.

우리도 할 수 있는 부분을 이야기했다. 비 긴급성 생활안전 출동(벌집 제거 등) 등을 할 때는 교통상황을 고려해서 사이렌 소리를 줄여 출동하는 것이다. 긴급출동은 무조건 경광등과 사이렌을 켜고, 생활안전 출동은 주민들의 불편을 줄이는 것으로 이야기를 잘 마무리했다. 소통 과정도 원활하게 이뤄졌다. 감정의 골이 생길 일이 없었다.

그리고 입주민들을 직접 만난 게 아닌 입주자 대표회장과 이야기한 것이기에 주민들이 소방서를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다. 소방서와 광교 주민의 관계가 나쁘다는 식의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 언론 보도 뒤, 입주자 대표회장과도 통화했나.
"전화가 와서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우리는 서로 양보하고 노력했는데 왜 이런 기사들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언론 보도 때문에 오히려 소방서와 주민 관계가 안 좋아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른 언론에도 '입주자 대표회에서 사이렌을 꺼달라는 요구를 한 게 아니다', '사이렌을 꺼달라는 요구에 소방서가 굴복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혐오시설은 소방서를 지칭한 표현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실과 다른 보도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 입주자 측이 소방서를 지칭해서 혐오시설로 표현하지 않았다는 건가.
 "소방서를 지칭해 혐오시설이라고 하지 않았다. 다른 것에 비유해서 그런 단어가 쓰인 건 맞는데, 소방서를 혐오시설로 표현한 적은 없다."

- 주민들이 시위를 예고했다는 보도도 사실이 아닌가.
"역시 사실과 다르다. 우리가 회의할 때 주민들이 이의119안전센터 앞에 와서 시위하겠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이의119안전센터가 이곳에 들어오기 전 다른 부지가 선정되지 않았나. 당시 그곳에서 반대했었다고 이야기하다가 '시위'라는 단어가 나오게 된 걸로 기억한다. 그것이 와전돼 지금 '주민들이 시위를 예고했다'는 말이 돌고 있다."

- 그렇다면 왜 언론 보도는 소방서의 입장과 다르게 나갔을까?
"우리 쪽의 어느 분과 (기자가) 접촉했는지 알 수 없지만, 어디서 (다른 이야기를) 들으신 것 같다. 만약에 우리가 이걸 소재로 '언론플레이'를 해서 우리의 목적을 달성할 생각이었으면 이런 식으로는 하지 않는다. 사실 이미 상황이 사실과 다르게 알려져서, 제 말이 기사로 나간다고 효과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언론에서 사실과 다른 제목과 기사를 쓰니, 오히려 제 입장이 무척 난처하다."

주민들 "소방서가 혐오시설이라니... 그런 생각 한 적 없다"
 

오후 9시 48분경 긴급출동을 마친 구급 차량이 소방서로 복귀하고 있다. ⓒ 차원

 
A 아파트 입주자 대표 B씨 또한 지난 11일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입주자 측이 소방서를 혐오시설이라고 하고, 집단시위를 벌이겠다'라고 한 내용의 보도는 "허위"라고 밝혔다. B씨는 "소음을 좀 완화해 달라고 한 것일 뿐"이라며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있는 센터에 왜 시위를 하냐. 상식에 벗어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또한 '혐오시설'이라는 표현 역시 "소방서와의 협의 과정에서 '센터가 생기고 한 달을 살아 보니 그동안 왜 센터 건립이 반대됐는지 알 것 같다'고 말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A 아파트 단지 근처에서 만난 주민들도 당혹스러운 심정을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주민은 "갑자기 크게 들리는 사이렌 소리의 특성상 밤에 잠에서 깬다거나, 깜짝 놀라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면서도 "소리를 좀 줄여줄 수는 없을까 생각한 적은 있지만, 소방서를 혐오시설이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도 "우리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일선에서 지키는 소방서를 어떻게 혐오시설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느냐. 그런 주민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언론 보도로 소방서와 주민 모두 상처 입을까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언론의 보도로 괜한 갈등이 조장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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