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24 10:22최종 업데이트 23.07.2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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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하구 ⓒ 녹색연합


여행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사는 것이 익숙하지도 허용되지도 않는 보통의 생활이라면 부산의 초보 여행지 후보군에 낙동강 하구를 넣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낙동강 하구가 처음이어도 이상할 것은 없다. 그러나 남해와 맞닿은 강하구에 위치한 도요등, 백합등, 장자도, 신자도, 진우도와 같은 모래등을 바라보고, 야트마한 아미산 전망대에서 삼각주를 마주했을 때 조금은 늦었다 싶었다.

새들이 많지 않아도 충분히 감사한 경관이었지만, 그러나 어디로 갔을까? 애국가의 배경화면으로,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로 또 한 번 유명세를 탔었을 법한 낙동강 하구 을숙도의 그 많은 새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동양 최대 철새도래지라는 명성을 누렸던 낙동강 하구, 일찍부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 그러나 하나둘 하굿둑과 다리가 건설되면서 새들은 자리를 잃고 있었다. 이미 10개나 놓여 있는 다리. 그래서 교량 필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20년 전에 수립된 대저대교 건설 사업은 아직도 살아있고, 그래서 낙동강 하구는 지금도 조용하지 않다.   

환경영향평가 거짓 부실 대명사, 대저대교 건설사업

대저대교 건설사업은 환경영향평가 거짓 부실 건으로 형사처벌까지 받은 유일한 사례이다. 환경영향평가는 일정 규모 이상의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개발로 인해 미치는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그래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거나, 그 피해를 저감할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되면 환경부가 평가서를 돌려보내거나(반려), 다시 제출된 평가서에도 별다른 해법이 없다고 여겨지면 부동의(지금은 재검토로 용어가 바뀌었다)할 수 있다. 즉 사업이 진행되지 못한다.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해 환경피해 사전예방 차원에서 환경부가 발휘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이라고나 할까? '지속가능한 개발', '환경을 고려한 개발'을 위해 환경영향평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제도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주민들이 설명회나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자 절차의 근거가 이 제도이기 때문이다. 물론 환경영향평가가 환경부에 의해 부동의 된 사례는 1% 정도에 불과하고 대체로 조건부 동의를 얻어서 사업이 진행된다.

'조건'을 달아 동의해 주었음에도 그 조건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고, 주민의견 역시 제대로 수렴되지 않아서 갈등도 많다. 그런데, 대체 대저대교 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는 얼마나 부실하고 거짓이 많았길래 처벌까지 받았을까? 뒤늦게나마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큰고니 비상과 착지에 필요한 4km
 

삼락생태공원 내의 하늘연못 이곳이 개발되면 너른 수변에 숨겨진 하늘연못과 초지 사이로 날아다니는 멸종위기 대모잠자리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지고 만다. ⓒ 녹색연합


강이 이렇게 너른 수변을 품고 있으리라는 상상은 해보지 못했다. 낙동강 수변의 삼락생태공원은 흡사 너른 대지 위에 조성된 숲과도 같아 보였다. 하늘을 품고 있는지 하늘연못이라 붙여진 자그마한 습지도 있고, 하늘연못 주변에서 서식하고 있는 대모잠자리, 맹꽁이 새매, 새홀리기, 잿빛개구리매, 쇠부엉이도 있다.

이들은 대저대교가 예정대로 건설된다면 훼손될 삼락생태공원의 멸종위기종들이다. 대모잠자리는 잠자리 날개의 흑갈색 반점이 거북을 연상시키기도 해서 대모잠자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부산에서 활동 중인 '습지와새들의친구'는 환경영향평가서에 대모잠자리의 서식이 누락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에게 백조로 더 알려져있는 고니, 그중 멸종위기 2급인 큰고니는 가장 크고 무거운 새에 속한다. 날개를 뻗치면 2미터 이상, 무게도 제법 5~12kg나 된다. 해마다 평균 큰고니 3000마리가 낙동강 하구를 찾아오는데, 이처럼 많은 수의 큰고니가 찾아오는 곳은 세계 그 어느 도시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새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것은 그만큼 생태계가 건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큰코니에게는 너른 공간이 필요하다. 워낙 무겁고 크기 때문에 아름다운 비상과 착지를 위해서는 4km가 확보되어야 한다.

문제는 낙동강을 가로질러 예정된 곳에 대저대교(부산시 사상구 삼락동에서 강서구 식만동 식만 분기점으로 연결)가 건설되면 4km가 단절된다는 점이다. 안정적인 활주로를 확보하며 서식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상실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저대교가 큰고니들의 핵심 서식지를 관통하며 건설된다는 사실은 환경영향평가서에 언급되어 있지 않았다. 
 

낙동강 하구의 대표적 겨울철새인 큰고니 ⓒ 습지와새들의친구


우리 환경이 제대로 지켜지려면

멸종위기종 누락만이 문제가 아니다. 제출 자료 자체가 조작이었다. 환경영향평가서를 꼼꼼히 보면 알 수 있다. 포유류, 양서파충류, 조류, 곤충류 등의 탐문조사 최단 거리는 50km가 넘는데, 5개 분야를 시간당 평균 8km를 걸어서 2인이 카메라 9대로 조사한 것으로 되어 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조사다.

조사 장소를 특정할 수 없는 사진이 다수이고, 이미 어두워져서 조류 조사가 불가능한 시간대까지 조사 시간으로 기재되어 있다. "조사했다며 제출한 사진을 보니 한겨울 오후 4시에 찍었다고 하는데 해가 중천에 떠있더라." 해당 지역을 꾸준히 모니터링해 온 습지와새들의친구 박중록 운영위원의 말이다.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부산시와 낙동강유역환경청, 시민단체가 공동조사를 벌였다. 큰고니들의 상당수가 대저대교 예정 구간에 서식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은 물론이다.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는 현지 조사 시간과 인원 등을 조작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었고,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검토위원회는 평가서가 거짓부실작성되었다고 최종 결정했다. 이후 여러 대안노선들이 제시되었지만 결국 부산시는 기존 노선과 크게 다르지 않은 노선을 결정해 버려 논란과 갈등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환경영향평가는 공공의 자산인 자연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평가한 것이어야 한다. 개발사업자가 개발에 유리하도록,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면 '친환경', '지속가능한개발'의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개발로 인한 환경영향을 어떻게 하면 최소화하고 미래에도 이 공공의 자산을 남겨줄 것인지, 야생동식물과 그 서식환경을 적극적으로 보호함으로써 그 혜택이 미래세대에게도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인지 그 책임감을 담은 것이어야 한다.

거짓 부실로 얼룩진 환경영향평가서가 '차라리 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고 할 수 없다'는 과거 대법원의 판결을 등에 지고 아무렇게나 거짓으로 부실하게 혹은 절차적 요식행위로 처리할 일은 아니다.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되어야 우리 환경이 제대로 지켜진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하면 잘 바꿀 수 있을까? 얼마간은 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덧붙이는 글 녹색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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