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번호 88번을 달고 있는 이탈리아 프로축구 아탈란타의 마리오 파살리치

등번호 88번을 달고 있는 이탈리아 프로축구 아탈란타의 마리오 파살리치 ⓒ 아탈란타 구단 소셜미디어

 
이탈리아 프로축구가 독일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에 대한 존경을 의미하는 등번호 88번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27일(현지시각) 모든 축구 경기장에서 반유대주의를 근절하기 위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수도 로마에서 열린 선언문 서명식에는 마테오 피안테도시 내무장관, 안드레아 아보디 스포츠·청년 정책 담당 장관, 가브리엘레 그라비나 이탈리아축구연맹(FIGC) 회장 등이 참석했다.

숫자 88이 '히틀러 존경'을 의미하는 까닭은?

선언문에 따르면 이탈리아 프로축구 1부 리그인 세리에A를 비롯해 하위 리그에서도 등번호 88번 착용은 금지된다. 숫자 88번은 히틀러를 존경하며 '하일 히틀러(Heil Hitler·히틀러 만세)' 경례를 의미한다. 

H가 알파벳의 여덟 번째 문자인 점과 관련이 있으며, 네오나치 단체들이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 

현재 세리에A에서는 아탈란타의 마리오 파살리치, 라치오의 토마 바시치 2명의 선수가 등번호 88번을 달고 있다. 다른 88번 선수들은 올 시즌 등번호를 바꿨다. 

또한 선언문에는 축구 경기장에서 관중이 반유대주의적인 구호나 노래, 행동을 하면 심판이 즉각 경기를 중단하고, 장내 스피커와 대형화면을 통해 관중들에게 경기 중단 사유를 안내하는 규정도 담겼다.

최근 유럽 축구가 반유대주의를 비롯한 인종차별,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 등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이탈리아는 특히 악명이 높다. 

"누군가를 경멸·차별하는 것과 맞서 싸워야"
 
 반유대주의 선언문 서명식을 알리는 이탈리아축구연맹(FIGC) 홈페이지

반유대주의 선언문 서명식을 알리는 이탈리아축구연맹(FIGC) 홈페이지 ⓒ FIGC

 
지난 3월 로마의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열린 라치오와 AS 로마의 경기에서 한 관중이 '히틀러손(히틀러의 아들)'이라는 글과 등번호 88번이 새겨진 라치오 유니폼을 입고 나온 모습이 언론과 소셜미디어로 공개되면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또 다른 관중 2명은 팔을 앞으로 쭉 뻗는 나치 및 파시스트식 경례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라치오 구단은 히틀러의 이름과 등번호 88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관중을 찾아내 홈구장에 평생 출입을 금지하는 징계를 내렸다. 

피안테도시 내무장관은 "이번 선언은 이탈리아가 걸어온 선의의 길을 이어가는 것이자, 지금도 축구 경기장에서 나타나는 편견에 대한 적절하고 효과적인 대응"이라며 "누군가를 경멸하고 차별하는 것과 맞서 싸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라비나 FIGC 회장도 "이런 선언을 통해 스포츠가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좋은 수단이라는 것이 다시 입증됐다"라며 "우리는 이런 문제에 있어 조금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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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아돌프 히틀러 반유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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