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현충일과 6.25전쟁, 제2연평해전 등 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목숨을 바친 장병과 순국선열의 충성을 기리는 역사적인 날들이 6월 달력에 채워져 있다. 

2015년 개봉한 영화 <연평해전>을 통해 지난 2002년 6월 29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근처에서 북한 경비정의 선제 기습 포격으로부터 서해를 수호하다 순직한 해군 6명과 19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제2연평해전을 알린 김학순 감독을 10일 만나 인터뷰했다. 
 
김학순 감독 김학순 감독은 지난 10일 인터뷰를 통해 문화를 경제적 가치로 보는 것은 하부개념이라며 철학이며 정신이며 행동임을 강조하고 '휴머니즘'의 중요성을 밝혔다.

▲ 김학순 감독 김학순 감독은 지난 10일 인터뷰를 통해 문화를 경제적 가치로 보는 것은 하부개념이라며 철학이며 정신이며 행동임을 강조하고 '휴머니즘'의 중요성을 밝혔다. ⓒ 임효준

  
"시민들이 바로 곧 국가입니다. 나와 우리를 보호하고 그들을 묶어줄 연대적인 그 무엇이 필요했기 때문에 국가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시민이 형성된 사회적 울타리가 나아가 하나의 국가를 탄생시키는데 거기에 법과 제도가 체계적으로 갖춰지면서 국민과 영토 등이 다른 나라와 구분된 독립적인 존재가 되고 비로소 지켜지는 것입니다."

김학순 감독은 재단법인 피앤에프 이사장을 맡고 있다. 피앤에프는 지난 2016년 설립한 연평재단의 바뀐 이름이다.

"미국의 작은 마을을 가보면 작은 공간에 지난 세계 대전 속에 전사한 마을 출신 장병들의 사진들이 걸려있습니다. 한 곳이 아니라 마을마다 존재하고 조국과 세계 평화를 위해 목숨 바친 그들의 희생과 고귀한 삶을 추모하며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마을사람들은 그들로부터 자부심과 긍지를 배우고 삶에 투영해 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나라사랑하는 마음은 이어지는 것입니다."

지난 6일 미국에서 돌아온 김 감독은 그런 시민의식이 한국에도 늘 있기를 희망했다.

"국내 정치 및 사회 이슈를 보면 과연 공정하고 상식적인가 제 스스로 묻고 합니다. 그리고 그 공정과 상식이 되기 위해 그것을 판단하는 시민들의 의식 또한 공정하고 상식적이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문화의식 고양을 통해 국민 의식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김 감독의 부모님은 6.25 때 평양에서 피난을 내려오신 분들이다. 아버지는 윤동주 시인과 동기로 일본서 함께 공부했고 감사원에서 일하다 우리나라 최초 자동차회사인 '새나라자동차' 중역으로 일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가 크레용으로 도화지에 그렸던 모란봉 그림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고향이 그리우시면 그렇게 그렸을까?' 생각해 봅니다. 어머님은 오르간을 자주 연주해 주셨는데 아직도 그 멜로디가 기억납니다. 제가 미술 전공이었지만 영화를 하게 된 것도 부모님의 기억과 함께 음악과 문학, 미술과 철학 및 예술을 다 녹아내는 현대영화의 매력을 알면서 그 길로 간 것 같습니다."

김 감독은 지금의 세종문화회관 뒷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4·19혁명이 일어나 트럭 같은 차 뒷좌석에 시민들이 올라타 거리마다 함성과 최루탄 가스와 돌덩이가 널려있던 역사의 한복판이었다.

그가 영화감독이 된 이유

"1985년쯤 외국어대학교 영화제에 제가 그린 그림에 키메라의 '더 로스트 오페라' 곡을 삽입해 만든 영상이 처음 상영되고 이것이 다시 프랑스 문화원에 소개되며 '카메라 없이 영화를 만든 천재'로 언론 기사가 나면서 이계진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명량열차'에 나가게 됩니다. 이것이 미국대학에 입학해서 영화를 전공하고 감독이 되게 하였습니다."

영화 <연평해전>이 만들어진 것도 기억하고 추모하고픈 강렬한 무언가 있어서다.

"통일을 위해선 먼저 우리의 국력과 군사력을 다른 나라가 감히 넘보지 못할 정도로 갖춘 뒤에 논의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핵을 철수시키지 않고 그대로 유지했다면 과연 러시아가 저렇게 공격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는 생각으로 튼튼한 국방과 국력을 갖추는 게 먼저라고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그는 문화 의식도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외세의 잦은 침입으로 피눈물 나는 역경을 겪다보니 나와 가족들을 먼저 챙기게 되었는데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었지만 이제는 옛날 보릿고개 시절을 겪지 않을 만큼 시대가 바뀌고 나라의 위상도 올라갔습니다.

이제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배려하는 사회가 형성되고 6·25 때 우리를 도와준 우방을 위해 우리도 어려운 우방을 도와줘야 할 도의적 책임도 생각하는 서로 돕고 베푸는 선진 문화시민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도 역설한다.

"가슴을 뛰게 한다는 것은 마음을 움직인다는 얘기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 난무하는 법과 집행들, 각종 사회적 비리로 피로감에 젖어 있지만 문화와 스포츠를 보면서 위안을 받습니다. 그 이유는 '진정성' 때문입니다.

열심히 땀을 흘리고 정신적 고뇌와 단련 및 수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문화와 스포츠의 결과물이며 거기에는 어떠한 요행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오직 진정성만이 존재하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가슴 뛰게 하는 것입니다."


그는 올 10월에 불독국제사진전을 기획하고 있다.

"마하트마 간디는 '나에게 있어서 애국심은 인류애와 동일하다. 나는 인간이요, 인간이기 때문에 애국자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힘들고 어려울수록 인간 본연의 따뜻함이 필요합니다.

휴머니즘은 적 진지에서 들려오는 성탄절 노래가 상대편 진지에 전달되어 야수가 아닌 서로 같은 인간이라는 동질감을 불러일으켜 전쟁도 멈추게 합니다. 그런 휴머니즘을 고취하기 위해 사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는 미래 희망을 '휴머니즘'에 담는다.

"죄인도 회계하고 속죄하게 만드는 힘도 가지고 있는 것이 '휴머니즘'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고 인간에게 연민을 느끼며 우리가 모두 다 유한하고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불쌍히 여기다 보면 사랑은 결국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 됩니다. 이것은 인간에게만 적용되지 않고 동물과 식물에도 적용되며 우리가 사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도 적용되게 됩니다."

그는 모든 사랑이 있는 생명에 대한 존중과 배려, 연민 그리고 사랑은 휴머니스트가 지닌 특성이라고 말한다.   

"최근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 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정치와 사회, 그리고 경제가 안정된 다음에 문화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즐기는 엔터테인먼트는 문화의 하부구조입니다.

예전에 '영화 한 편이 자동차 4만 대 수출보다 낫다' 식의 경제적 측면만 부각했던 적이 있는데 이럴 경우 하부구조의 문화만 계속 추구하게 되고 정작 문화를 통해 고양될 정신과 고양될 생각, 그리고 고양될 행동을 놓치게 됩니다."


그는 더욱 문화접근에 있어 문제의식을 던진다.

"자동차 문화라고 하면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지켜야 하는 일종의 예의, 에티켓을 말합니다. 이것은 다른 말로 상식이며 미국에서 신호등이 없이 정지 신호만 있는 교차로에서 우측 도로에 도착한 차량이 먼저 갈 수 있는 우선권이 주어집니다. 칼같이 지켜지고 있는데요.

이것은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먼저 법으로 지켜야 할 것으로 만들어 제시하고 이후 사람들이 습관이 되고 관습이 되어 문화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문화를 경제 가치 개념으로만 생각하려 합니다. 문화는 철학입니다. 윤리이고 도덕이고 시민들의 의식 수준을 문화를 통해 형성되는 '정신'입니다."


그는 지금부터 우리가 해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K-pop, K-movie, K-culture를 얘기하면서 경제 측면이 아닌 정신과 생각, 그리고 행동이 담긴 우리나라의 소중한 것들을 담아 나가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마인드입니다. 저는 아들이 잘 보도록 '삶은 생각대로 이뤄진다'는 문구를 붙어놓았습니다.

차를 타고 가면서 양보하는 저를 보고 '아빠는 왜 자꾸 양보만 해?'라고 물어 '나중에 양보한 덕이 다 나한테 돌아온 단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운명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말고 삶의 주인공이 되세요."
덧붙이는 글 블로그와 브런치에 추후 올릴 예정입니다.
김학순 연평해전 호국보훈 문화의식 K-POP, K-MOVIE, K-CULTU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람들과 사물에 대한 본질적 시각 및 인간 본성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 옳고 그름을 좋고 싫음을 진검승부 펼칠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살아있다는 증거가, 단 한순간의 아쉬움도 없게 그것이 나만의 존재방식이라면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