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옥타곤에 돌아온 타티아나 수아레스(32‧미국)가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스트로급 타이틀 도전을 선언했다. 수아레스는 26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팩스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무니즈 vs. 앨런' 메인 카드 플라이급 경기에서 몬타나 데라로사(28‧미국)를 2라운드 2분 51초 만에 리어네이키드 초크로 무너뜨렸다.

데라로사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전적은 12승 8패 1무로 화려한 편은 아니지만 2014년부터 오랜기간 경력을 쌓아온 젊은 베테랑이다. 그만큼 경험이 풍부한데다 실질적으로 상위체급 파이터라는 점도 수아레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었다. 레슬링을 특기로하는 수아레스 입장에서 한 체급 위 더군다나 같은 그래플러는 상성상 안좋다는 평가도 많았다.

12승 중 8승(67%)이 서브미션승일 만큼 결정력도 빼어난지라 조금만 방심한다면 순식간에 경기를 내줄 수도 있었다. 길로틴 초크, 암바, 리어네이키드 초크 등 무기도 다양했다. 하지만 수아레스는 건재했다. 시작부터 장기인 레슬링을 통해 싸움을 걸기 시작했다.
 
 타티아나 수아레스(사진 왼쪽)와 몬타나 데라로사

타티아나 수아레스(사진 왼쪽)와 몬타나 데라로사 ⓒ UFC

 
데라로사의 저항도 완강했다. 상위 체급 파이터에 자신 역시 레슬러 출신인 점을 앞세워 테이크다운을 여러 차례 막아냈다. 하지만 수아레스는 끈질겼고 결국 계속된 시도를 통해 경기 시작 1분 만에 싱글 레그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키며 경기 흐름을 잡아갔다. 1라운드를 통해 경기 감을 잡게 된 수아레스는 2라운드에서 승부를 마무리지었다.

2라운드 공이 울리기 무섭게 압박을 거듭했고 헤드 앤 암 스로우로 데라로사를 그라운드로 데려가는데 성공한다. 데라로사는 다시 일어났지만 수아레스는 자연스러운 연결동작을 통해 스탠딩 상황서 목을 잡고 길로틴 초크를 걸었다. 제대로 그립이 들어가자 데라로스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고 결국 항복을 선언하고 말았다.

오랜만의 승리에 수아레스는 감격한 듯 싶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만큼 기쁘다. 오랜 시간 동안 옥타곤에 다시 서게 되는 이 순간만을 꿈꿔왔다. 그동안 싸울 수 없었다. 정말 힘들었다. 몇 번의 아픈 경험을 통해 꿈을 잃는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꿈을 잃고 싶지 않아 이를 악물었다"는 말로 눈물의 복귀 소감을 전했다.

많은 이들이 수아레스의 이번 복귀전 승리에 유독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그의 재능과 계속된 시련 때문이다. 수아레스가 어떤 선수인지는 '여자 하빕'이라는 한마디로 정리된다. 다게스탄 공화국 출신의 이슬람 레슬러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4‧러시아)는 세계 격투 역사상 최강의 파이터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전 UFC 라이트급 챔피언 출신으로 29경기를 싸워오는 동안 단 한 번도 지지 않고 무패로 은퇴했다. 어릴 때부터 유도, 컴뱃 삼보, 레스링을 수련했는데 힘과 기술을 겸비한 그라운드 싸움을 통해 상대가 누구든 옥타곤 바닥에 눌러놓고 악몽을 맛보게 했다. 같은 레슬러 출신 조차 하빕의 압박에는 상대가 되지 못하고 이리저리 내던져지기 일쑤였다.

수아레스는 하빕이 그랬듯 단 한 번도 패배를 당하지 않았다. 9번을 싸워오는 동안 별다른 위기 없이 무난하게 상대를 제압해왔다. 어찌보면 진작에 챔피언에 올라 롱런했어야 되는 선수인데 아쉽게도 연이은 병마와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19살의 어린 나이에 이미 자유형 레슬링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2번 동메달을 차지한 수아레스는 2012년 올림픽 출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갑상선 암을 진단받으며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포기해야만 했다.

힘든 항암 치료를 마친 후 MMA로 전향했고 8연승을 달리며 UFC 스트로급 차기 챔피언 후보로 급부상했다. 타격 능력에서는 아쉬움을 지적받았으나 그러한 부분이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무시무시한 그래플링 능력을 뽐냈다. 동체급 최고 수준의 완력을 앞세운 '그라운드 앤 파운드(Ground & Pound)' 전략은 알고도 막기 힘들었다.

사우스포 스탠스에서 기습적으로 테이크다운을 들어가는데 싱글렉, 더블렉 모두 능한지라 막아내기가 매우 까다롭다. 막힌다해도 크게 상관없다. 케이지 쪽으로 밀어붙여 클린치 싸움과 니킥으로 상대를 힘들게 하고 손목을 컨트롤하면서 자신의 페이스대로 경기를 풀어나간다. 결국 집요하고 끈질긴 압박에 대부분 상대는 그라운드로 끌려갈 수밖에 없는데 상위 포지션을 잡았다 싶은 순간 펀치, 팔꿈치 등을 사용해 쉴 새 없이 파운딩을 내리친다.

이후 빈틈이 발견되면 수시로 포지션을 바꿔가며 서브미션을 노린다. 워낙 컨트롤 능력이 좋아 어지간해서 포지션을 뒤집히거나 그런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디 얼티밋 파이터 시즌 23'에서 우승하고, 전 챔피언 카를라 에스파르자(35‧미국)마저 이겼다. 대부분 팬과 관계자들은 '벨트는 이미 수아레스에게 맡겨졌다'며 강력한 챔피언의 탄생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2019년 6월 마지막 경기 이후 심각한 목 부상을 입고 2년 이상의 공백기를 가졌다. 2021년 복귀하려고 했으나 다시 무릎 부상을 입어 1년 반을 더 재활에 매달렸다. 여기에 대해 수아레스는 "좌절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내가 좌절에만 머물렀다면 결코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동기 부여를 잃지 않았고,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는 것만 기억했다"며 당시의 힘들었던 상황에 대해 밝힌 바 있다.

복귀전을 승리로 장식한 수아레스는 스트로급 챔피언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4년 만의 복귀인 만큼 무리한 감량을 피하고 자신을 시험해보길 원했으나 이제 테스트에 통과한 만큼 다시 본래의 체급으로 돌아가 경쟁할 생각이다. 그는 "여러 가지 일로 말미암아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으나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겠다. 그것은 바로 세계 챔피언이다"라는 말로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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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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