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의 향방이 걸린 경영권 분쟁이 대한민국 엔터계뿐 아니라 경제계까지 뜨겁게 달구고 있다. SM 창업자이자 전 총괄 프로듀서인 이수만 측과 SM 공동대표인 이성수를 필두로 한 SM 현 경영진 측이 SM의 경영권을 놓고 여전히 대립 중이고, 분쟁은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이런 혼돈 속에서 활동 중인 SM 소속 아티스트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팬들은 어떤 심정일까. SM 소속 아티스트들의 개인적 속내를 직접 들을 수는 없었지만, 이들이 참여한 시상식과 온라인 방송, 개별 SNS를 통해 간접적으로 그들의 심정을 들어볼 수 있었다.  

샤이니 키 "회사가 지금 뒤숭숭해" 
 
'에스파' KBS 가요대축제 참석! 에스파(카리나, 윈터, 지젤, 닝닝)가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KBS 가요대축제> 레드카펫에 참석하고 있다.

▲ '에스파' KBS 가요대축제 참석! 에스파(카리나, 윈터, 지젤, 닝닝)가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KBS 가요대축제> 레드카펫에 참석하고 있다. ⓒ 이정민

 
"NCT가 이렇게 좋은 상을 받게 된 것은 멤버들과 팬 여러분, 오래 같이 곁에서 함께 해주는 형·누나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중략) 우리는 형·누나들만 있으면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열심히 할 것이다." (NCT 도영)

지난 18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열린 <써클차트 뮤직 어워즈 2022>에서 SM 소속 가수인 NCT 도영이 전한 수상소감이다. 지난해 서울가요대상에서의 대상 수상소감과 달리 "이수만 선생님께 감사하다"라는 말이 없다. 같은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한 에스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수만이란 이름 석 자가 빠진 이례적인 수상 소감에 SM 아티스트들이 이수만 전 총괄을 손절하는 분위기가 도는 것 아니냐는 추측과, 잡음의 소지를 의식하여 언급을 삼갔을 뿐이라는 해석이 함께 제기됐다.

그보다 앞선 지난 13일, 샤이니 키는 온라인 생방송 중 공연에 관한 팬의 질문에 "공연을 너무 하고 싶은데 어디에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회사가 지금 뒤숭숭하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레드벨벳 슬기는 팬 미팅에서 한 팬이 뉴진스의 '하입보이' 안무를 춰달라고 요청하자 살짝 동작을 보여주다 급히 멈추며 "곤란한 일은 안 만들려 한다"라고 답했다. 뉴진스가 SM의 대주주가 된 하이브의 소속 가수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소녀시대 태연은 지난 17일 자신의 개인 SNS에 검사와 경찰의 비리와 스폰서로 얼룩진 사회를 그린 범죄 스릴러 영화 <부당거래>의 한 장면을 올렸는데, 이를 두고 소속사의 경영권 분쟁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정황들을 통해 SM 소속 아티스트들의 혼란을 추측할 수 있었다.

이수만 지지 입장... "이수만, 아티스트 배려"
 
 핑크 블러드

핑크 블러드 ⓒ SM

 
그렇다면 팬들은 어떨까. 일명 '핑크 블러드(Pink Blood)'의 생각을 들어봤다. 핑크 블러드는 SM의 아티스트와 콘텐츠를 응원하는 팬덤을 일컫는 용어로, SM이 직접 상표 출원까지 완료한 이름이다.

팬들의 의견은 각양각색 분분하지만 크게 이수만 전 총괄을 지지하는 핑크 블러드와 SM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핑크 블러드로 나뉜다. 

먼저, 이수만 전 총괄을 지지하는 핑크 블러드 양아무개씨(32세/서울거주/NCT팬)는 지난 23일 오후 "이수만이 사업적으로 독식하고 꼼수와 욕심이 많은 건 인정하고 또 반발심도 들지만, 그가 가수 출신이기 때문에 소속 아티스트들의 입장을 잘 살피고 끝까지 지키려한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른 회사에 비하면 SM 가수들의 활동 수명이 긴 것도 이수만의 고집 때문이라고 잘 알려져 있지 않나. 인기가 떨어진 가수에게도 솔로앨범 발매 기회 등을 지속적으로 주면서 아티스트로서의 활동을 끝까지 책임지려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100% 경영인의 피가 흐르는 이성수 등 현 경영진은 돈이 안 되는 아티스트를 계속 지원하려 할까?"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가 14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몽 경제인 만찬'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가 14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몽 경제인 만찬'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실 이성수 대표의 유튜브 발언은 너무 속이 빤히 보이고, 아마추어 같은 대처라는 생각이 들었다. NCT 티셔츠를 입고 나와서 감정에 호소하며 이수만 때문에 에스파가 컴백을 못한다는 식으로 상대를 몰아가면서 자신들이 선이 되려는 그림이잖나.

지금 SM 입장문과 대처 영상 등을 보면, SM의 성공에 이수만의 역할이 얼마나 절대적이었는지 보여주는 것으로밖엔 안 보여서 쓴웃음이 나더라. 오랜 슴덕(SM덕후)으로서 이수만의 약점을 잡아 SM을 통째로 그로부터 앗으려는 계획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아티스트를 챙기는 인간미가 있는 이수만이 낫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양아무개씨가 하이브의 SM 인수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그는 하이브가 SM에 추천한 이사진 명단을 언급하며 "비엔터 출신 경영진들로 구성된 하이브가 역시나 SM에도 비엔터 경영진들을 제안하는 걸 보면서 미래가 걱정 되더라"라며 "K팝과 오랜 시간 함께 성장한 엔터 출신의 SM 경영진만큼이나 하이브 경영진이 엔터에 대한 이해가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털어놓았다. 즉, 이수만 전 총괄을 지지하는 쪽이긴 하지만 하이브 산하의 레이블로 SM이 넘어가는 것에 대해선 비관적인 것.  

그는 "오랜 슴덕으로서 모두에게 되돌릴 수 없는 상처가 되기 전에 이 사건이 잘 해결되면 좋겠다"라며 "마음이 아프다"라고 덧붙였다.  

SM 경영진 지지 입장 "SM은 이수만 개인회사 아냐"
 
 SM 이성수 대표이사 제2차 유튜브 영상

SM 이성수 대표이사 제2차 유튜브 영상 ⓒ 이성수 유튜브 캡처


SM 경영진을 지지하는 핑크 블러드들은 "SM을 지켜야 한다"라는 마음이 강했다. 자신을 엑소 디오 팬이라고 밝힌 정아무개씨(38/용인거주)는 지난 22일 오후 "솔직히 자존심이 상한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SM 전통이 얼만데, 쏘스뮤직이나 플레디스처럼 하이브 산하 레이블 중 하나가 된다고 생각하면 어안이 벙벙하다"라며 "나는 H.O.T. 열혈팬이기도 했는데 솔직히 SM만큼 좁고 깊은 충성도의 팬심을 만드는 데 탁월한 회사는 없다. 하이브 아래로 들어갈 급의 회사는 분명 아니라고 본다"라고 호소했다. 

"보통 1세대, 2세대, 3세대, 4세대 아이돌 이렇게 나누잖나. 1세대 아이돌 기점이 H.O.T.고, 2세대가 동방신기, 3세대가 엑소잖나. 매 세대마다 문을 열어오면서 세대별로 원톱 아이돌을 계속 배출한 SM인데, 이제 4세대의 문을 SM이 열지 못하게 되는 걸 볼까봐 속상하다.

이수만이 지금의 K팝 대들보를 놓은 사람이고, 가수출신이라 후배 아티스트를 챙기는 마음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SM은 이제 이수만의 개인회사가 아니지 않나. 수많은 주주들의 이익이 걸린 사업체인데 이수만이 개인회사로 돈을 가져간 행위는 배임에 가깝다고 본다. 주주입장에선 당연하고, SM 팬 입장에서도 용납이 안 된다."


온라인상의 반응도 살펴봤다. SM 소속 아티스트들이 하이브 산하에서 뒷전으로 밀릴까봐 염려하는 반응도 꽤 많았다. 한 네티즌은 "아무래도 하이브는 하이브 가수들을 더 밀어줄 것 아닌가. SM 가수들 컴백 수가 줄거나, SM 음악색이 점점 사라질 수도 있다고 본다. 세븐틴도 하이브 산하로 들어가면서 음악색이 좀 하이브와 비슷해진 느낌을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SM 팬들은 소속 가수들이 피해를 입을까 염려하는 마음도 컸다. "두 분 싸움은 두 분이서 하시고 가수들은 끌어들이지 말라", "에스파가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는 거 자체만으로 마이(팬덤명) 입장에서는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아티스트들이 돈 벌어오는 대체가능한 상품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팬들이 중심을 잡고 선전·선동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티스트들을 지켜달라. 자기 꿈을 이루려고 들어온 SM의 모든 아티스트들이 분홍빛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해달라", "SM 정체성을 꼭 지켜달라" 등 다양한 의견이 눈에 띄었다. 

하이브 팬들 "관심 없어"
 
 BTS(방탄소년단)

BTS(방탄소년단) ⓒ 빅히트


그렇다면 하이브 팬들의 생각은 어떨까. 대체로 SM 팬만큼 큰 관심은 없었고,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분위기였다. 방탄소년단의 팬인 이아무개씨(29/부산거주)는 지난 23일 오후 "솔직히 '노관심'이다. 방탄은 (이 문제로) 영향 받기엔 너무 큰 것 같고, 다만 '그럼 유영진이 방탄 곡을 만들게 되나?' 이런 상상은 해보게 되더라. 그런 면은 기대되는 게 좀 있다"라고 말했다.

"양쪽 다 치졸한 것 같다. 사내 경영권 싸움인지라 언론 플레이도 당연하고 그렇긴 한데, 누가 승자가 되든 이미지 타격이 이미 너무 심해서 SM 이미지 실추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누가 이기든 양측 모두의 실책이 아닐까."

일각에서는 K팝의 다양성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장철혁 SM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유튜브를 통해 "SM과 하이브가 합쳐지면 전체 케이팝 시장 매출의 66%가량을 차지하는 독과점 지위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두 거대 기업의 만남은 음반·음원·공연 수익의 90% 가까이를 가져가며 K팝 시장의 다양성을 저해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인 것. 

과연, 이 분쟁은 어떻게 끝이 날까. SM 팬들은 지금 너무 피곤하다. 한 핑크 블러드는 SM 공식 유튜브 영상의 댓글에 이렇게 썼다.
 
"아이돌 좋아하겠다고 기업 돌아가는 사정까지 알게 되는 상황이 참 피곤하다."
하이브 SM 이수만 이성수 방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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