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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 "만신창이 돼 죽은 아들... 가해자는 책임 면할 시간 벌고 있어" https://omn.kr/22hsa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사망한 고 김용균씨(당시 나이 24) 어머니 김미숙씨가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사망한 고 김용균씨(당시 나이 24) 어머니 김미숙씨가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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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을 하루 앞둔 26일 오전 민주노총과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운동본부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후퇴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족들의 발언 전문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3월 21일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크레인 보수작업 중 사망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고 이동우(38)씨의 부인 권금희씨의 발언은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의 대독으로 읽혔다. 김씨는 권씨의 발언문을 대신 읽으며 울먹였다. 

동국제강 포항공장 산재사망자 고 이동우씨 아내 권금희씨

"안녕하세요. 지난 2022년 3월 21일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크레인 보수작업 중 사망한 고 이동우의 아내입니다. 남편은 38살 너무 젊은 나이에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하였습니다. 정말 어렵게 가진 소중한 아이는 이제 아빠를 사진으로만 그리워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기다리던 아이를 한번도 안아보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난 남편을 생각해보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픕니다. 정말 평화롭고 행복한 삶만 있을 것 같은 꿈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남의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제게 일어날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분명 뉴스로 보시는 분들도 이전에 제 마음과 같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제 일이 되고 나니 다른 유족들의 울분을 다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말할 수 없는 아픔과 억울함이 이제 더 이상 반복돼선 안됩니다. 저희 남편은 중대재해법이 통과하고도 2개월이 지나서 사망하였습니다. 법이 개정되고 처음부터 실행이 잘되었다면 분명 저희 남편은 지금 제 곁에 있었을 겁니다. 사고가 난 날 작업을 하기 위해 올라갔을 때 전원 차단이 되었다면... 남편 손에 무전기라도 있었더라면... 남편 옆에 한 사람이 더 있었더라면... 모든 것이 한가지라도 되었더라면 이렇게 억울하게 죽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도 아직 기소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검사는 무얼 더 찾고 있는 것인지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인지 동국의 잘못들이 드러났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검사의 입장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사고가 난 지 8개월이 지나도 기소조차 하지 않아 서울 대검 앞에서도, 포항 검찰청 앞에서 했던 기자회견 속의 외침들은 모두 무시하는 건가요, 더 이상 시간 끌기는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정의로운 검사의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법이 개정 되었을 때는 그에 정당한 처벌도 이뤄져야 되풀이 되는 죽음을 막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근로자들을 위해 법이 만들어졌다 한들 그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니 자본가들은 이법에 대한 실천이 부족한 걸로 보입니다.

지금 이 시간 역시도 안전에 관해 지켜지지 않는 곳들이 많습니다. 한번만 더 신경 썼더라면 아까운 목숨들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아직 처벌이 이뤄지지 않아서, 판례가 될 거 같아서... 이런 생각들을 먼저 했다면 정의로운 검사 판사가 아닐 것입니다.

내 아들, 내 남편의 일이 되기 전에 모두 힘을 합쳐 이런 억울한 죽음들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한 사람의 죽음으로만 끝인 게 아니고 한 가정의 파괴 죄입니다. 살인이나 다름 없는 중대한 죄입니다.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짓 밟지 말아주세요. 중대재해법이 더 강화되어 억울하게 죽은 목숨 값의 상응 할 수 있는 처벌을 내려주세요.

중대재해법의 첫 처벌 판례가 앞으로 모든 노동자의 안전고리가 될 수 있도록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더 이상 일하다 억울하게 죽지 않게 해주세요."

화일약품 사망자 고 김신영씨 아버지 김익산씨
 
CJ E&M에서 일하다 사망한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씨가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CJ E&M에서 일하다 사망한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씨가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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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고 하지만 저희 가족은 지난해 9월 30일 일어났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고 여전히 악몽의 날을 버티고 있습니다. 경기도 화성시 향남제약단지 화일약품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날 무렵 저희 아들은 여느 때처럼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시각, 같은 층 옆 작업장에서는 18명의 사상자를 낼 수 있는 위험천만한 밸브 수리 작업을 하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이 같은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아세톤 유증기가 유출되었을 때도 비상벨조차 울리지 않았고, 대피하라는 명령도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우리 아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아무 잘못도 없이 만신창이가 되어 죽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고 이후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한결같이 국과수 결과가 나와야 조사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국과수 결과가 나오고 12월초 산안법 위반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은 아직도 수사 중이고, 언제 마무리될지 모른다고 합니다.

탱크와 배관으로 가득한 작업장에 노동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방송 장치 하나도 갖추지 않아 위급한 상황을 알릴 수도 없게 만든 것은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자의 책임입니다. 위험천만한 일을 허가서도 없이 전문가가 아닌 일반 작업자가 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갖춘 것은 경영책임자의 잘못입니다.

안전관리자가 공무팀 소속으로 일할 정도로 안전관리체계도 없이 노동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은 경영책임자의 죄입니다. 사고가 발생하고 4개월이 지났습니다.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 너무도 분명한데 무엇을 얼마나 더 조사해야 한다는 것입니까?

화일약품은 생때같은 자식을 죽여 놓고 아버지인 저에게도 처벌불원서를 요구한 적이 있었고, 지난 12월 피해자인 전직원을 모아놓고 처벌불원서를 일괄 받았다고 합니다. 분통이 터집니다. 피해자는 불면과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고용노동부의 수사가 늦어지면서 가해자는 잘못을 회피하고 책임을 면할 시간을 벌어주고 있습니다.

저희 아들을 죽게 만든 화일약품 대표에 대한 처벌은 또다른 아들들의 죽임을 막는 길입니다. 모든 결정 권한이 있는 회사대표에 대한 처벌이 하루 속히 이루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SPL지회 강규형 지회장

"저는 작년 10월 15일 SPL 산재 사망사고로 고인이 되신 분과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SPL 지회장 강규형입니다. 이번 SPL 20대 청년 노동자 산재사망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예견된 인재이며 명백한 중대재해입니다. 사측이 조금만 더 안전에 신경을 쓰고,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가졌다면 이런 끔직한 죽음에 이르는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고가 난 공정은 샌드위치 공정으로 초기에는 수작업으로 작업을 진행하다 물량이 점점 많아지면서 교반기라는 기계를 사용하여 소스 작업을 했습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안전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혼자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했고, 돌아가신 고인이 사용한 교반기에는 안전센서 조차 없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SPL은 주야 12시간 맞교대로 근무자의 피로와 집중력에 많은 부담을 주는 근무형태입니다. 맞교대근무를 하기 위해서 노동자는 출퇴근시간을 포함한 15시간 이상을 근무를 위해 사용해야 하는 극한의 노동 환경입니다.

SPL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했던 시간 또한 야간 근무시간이었습니다. 야간근무 시간 중에서도 가장 힘든 새벽시간에, 정해진 주문량에 맞춰 작업을 끝내야 하는 숨 막히는 작업시간이 계속됩니다. 저 또한 같은 공장에서 10년 이상 일한 노동자이기에 야간근무의 고질적인 행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또, 생산 작업에 여유가 있다면 천천히 작업에 집중을 할 수 있고, 사고의 위험성도 줄일 수 있지만, 이번 산재사망사고가 났던 샌드위치라인은 숙련사원도 부족하고 인원도 부족해 여유있게 생산 작업을 하기 보다는 항상 작업량에 시달려 무리하게 작업 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인 문제도 있었습니다.

뉴스와 기사를 통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나랑 같이 일을 하던 동료가 사고를 당한 바로 옆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을 해야 했던 상황을 상상해 보십시오. 동료를 잃은 슬픔에 다들 힘들어도 회사에 잘못보이면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라는 두려움에 회사가 출근하라고 지시하면 나와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노동자의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그동안 회사는 일하는 노동자를 어떻게 생각한 것일까요? SPL은 노동자를 마치 감정 없는 기계 부속처럼 취급하는 기업문화를 바꾸지 않는다면 위와 같은 사고는 또 다시 반복될 수도 있습니다. 산재사망사고 이후 안전을 위해 신경을 쓰고 있지만, 노동자를 바라보는 인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잠잠해지고 난 후에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겠습니까?

산재 사망사고로 꽃다운 청춘이 별이 된 지 4개월이 다 되어 갑니다. 사망사고가 났을 때는 당장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 할 것처럼 떠들더니 이제는 처벌에 대한 내용조차 기사화 되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 회사 SPL의 주식지분은 100%로 파리크라상이 가지고 있습니다. SPL 강동석 대표이사는 2022년 SPC본사에서 상무로 승진하고 4월에 우리 회사 대표이사로 취임 했습니다. 그렇다면 강동석 대표이사가 회사를 인수한 겁니까? 아니지 않습니까? 누군가에 의해 발령을 받아 대표이사로 왔습니다. 그럼 누가 대표이사로 발령을 했습니까? 그럼 SPL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 받는 것이 정말 맞는 일 일까요?

대표이사로 발령한 자, 파리크라상의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자, SPC의 모든 일의 최고 권한이 있는 자, SPC 허영인 회장이 반드시 처벌 받아야 합니다. 허영인 회장은 형식적인 사과 기자회견으로 유가족과 노동자들의 분노를 유발한 바 있습니다. 약속했던 1천억 투자는 어디에 어떻게 쓰여질지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SPL 산재사망사고의 책임자를 반드시 엄정 수사해야 합니다. 꽃 피지 못하고 별이 된 청년 노동자 생각해 주십시오. 말만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아니라 정말 처벌받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되도록 뜻을 모아 주십시오. 저희 SPL지회도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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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중대재해처벌법, #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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