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서준원과 김진욱(이상 롯데 자이언츠)의 겨울나기가 쉽지 않다.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아 보인다.

두 선수는 유지성, 이태규(이상 KIA 타이거즈)와 함께 지난해 12월 1일자로 호주프로야구(ABL) 질롱코리아에 합류했다. 따뜻한 날씨 속에서 공을 던질 수 있게 된 것은 물론이고 호주 타자들을 상대하면서 한 단계 성장할 기회를 잡았다.

나름 소속팀에서 잠재력을 나타내면서 언젠가는 선발진의 한 축을 책임져야 하는 투수들이다. 팀도 이들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깨달았다.
 
 호주에서 뛰고 있는 서준원(왼쪽)과 김진욱(오른쪽)

호주에서 뛰고 있는 서준원(왼쪽)과 김진욱(오른쪽) ⓒ 롯데 자이언츠


호주 리그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12월 중순까지만 해도 존재감이 부각되지 않았던 서준원은 12월 29일 시드니 블루삭스전과 이달 6일 퍼스 히트전에서 2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투구로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그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서준원은 12일 오후 호주 질롱 베이스볼 센터에서 열린 오클랜드 투아타라와 홈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 5이닝 7피안타(2피홈런) 1볼넷 5탈삼진 7실점(5자책)으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호주에 도착한 롯데 성민규 단장이 지켜보는 앞에서 팀 합류 이후 개인 한 경기 최다 실점을 기록했다.

경기 초반까지는 잘 버텼는데, 빅이닝을 헌납한 6회초에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팀도 송찬의(LG 트윈스)의 연타석 홈런에 힘입어 3-3의 균형을 이어가다가 6회초에 이어 7회초에도 6실점을 내주는 등 서준원이 내려간 이후에도 분위기를 바꾸는 데 실패했다.

김진욱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12월 30일 시드니전, 1월 7일 퍼스전까지 2경기에 등판한 그의 성적은 2경기 7이닝 2패 평균자책점 14.14로, 특히 첫 등판이었던 시드니전서 2이닝 8피안타(1피홈런) 1볼넷 8실점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그나마 7일 경기에서는 5이닝을 던지며 선발투수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는 했지만, 내용이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서준원에 비해 경기 수가 적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박세웅 외에는 경쟁 체제, 살아남아야 하는 두 투수

서준원과 김진욱은 각각 2019년 1차지명, 2021년 2차 전체 1순위로 지명될 만큼 입단 당시 팀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프로 데뷔 이후 만족할 만한 시즌이 없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1군에서 123경기에 등판한 서준원의 통산 성적은 318⅔이닝 15승 23패 5홀드 평균자책점 5.56, 규정이닝에 도달한 시즌은 전무하다. 지난해(33경기)에는 4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구원투수로 경기를 소화했다.

올해로 프로 3년차가 된 김진욱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다. 2021년과 지난해 모두 1군에서 6점대 이상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불안한 제구가 발목을 잡았다. 퓨처스리그에서도 뚜렷하게 나아지지 않았다.

김진욱의 경우 고교 시절부터 '동갑내기' 이의리(KIA 타이거즈)와 비교되는 일이 많았다. 게다가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쥔 이의리는 2021년 도쿄올림픽과 올해 WBC 엔트리 승선까지 성공해 두 투수의 희비가 더 극명하게 엇갈렸다. 김진욱 입장에서는 분발이 필요한 2023시즌이다.

롯데의 국내 선발진에서 '에이스' 박세웅을 제외하면 나머지 두 자리는 정해진 게 없다. 다음 달부터 진행되는 스프링캠프서 치열한 경쟁을 뚫는 선수가 4~5선발을 차지하게 된다. 서준원과 김진욱도 선발진 진입을 호시탐탐 노리는 가운데, 호주에서의 경험이 이들을 달라지게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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