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1.10 14:06최종 업데이트 23.01.1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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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미셸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의 차에 유럽연합 깃발이 달려있다. ⓒ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유럽연합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합의했다. 철강, 알루미늄, 전기, 수소 등 6개 품목을 유럽연합으로 수입하는 업체는 올 10월부터 이들 품목에 포함된 온실가스에 대해 보고해야 한다. 2026년부터는 탄소국경세를 부과하고, 탄소국경세를 부과할 시점에 플라스틱과 유기화합물도 추가할 예정이다. 합의 후 암스테르담 탄소선물 가격은 1톤당 83.82유로(약 11만 5천 원)로 결정되었고, 국경세 부과 기준인 탄소 가격은 5년 전보다 10배 이상 상승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 두고 볼 일이다." - 블룸버그 통신

탄소국경세가 최근 빠른 속도로 지구촌을 달구고 있다. 지난 12월 26일 개최된 대외경제장관회의는 2021년에 철강 43억 달러(약 5조 3500억 원), 알루미늄 5억 달러(약 6200억 원), 플라스틱 50억 달러(약 6조 2000억 원)를 유럽연합(EU)에 수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EU에 탄소국경세 면제를 요청하는 편지를 두 번이나 보냈다. 아울러 12월 초에는 통상교섭본부장도 EU 관계자를 만나 '긴밀한 협조'를 당부하는 외교전을 펼쳤다. 그러나 편지는 무시되었고, 한국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 없이 탄소국경세는 통과되었다. 결국 외교는 실패했다. 이제 기준에 맞는 대책이 없으면 해당 상품들의 수출길이 막히게 생겼다.


탄소국경세 제도의 핵심은 첫째, EU 기업들이 온실가스 기준이 느슨한 나라로 이탈하는 것을 막고, 둘째, 오염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과연 EU 기준을 통과할 수 있을까? 지난 12월 26일 대외경제장관회의는 탄소국경세에 대응하는 정책으로 향후 3년간 정부가 269억 원을 투입해 수소환원제철을 지원, 2026년부터 이를 실증한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문제는 우리나라 수소다. EU 기준은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한 '그린수소'다. 우리나라 그린수소는 얼마나 될까? 2021년 5월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은 2020년 우리나라가 생산한 198만 톤의 수소 100%가 화석연료로 만든 '그레이수소'라고 발표했다. 이 수소로 만든 철강은 오염자부담 원칙에 따라 100% 탄소국경세 대상이다.

EU에 이어 작년 6월 미국도 청정경쟁법(CCA)이라는 탄소국경세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2024년 시행 예정인 이 법에 따라 미국은 철강, 알루미늄, 수소, 종이 등 12개 품목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1톤당 55달러(약 7만 원)의 탄소국경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철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자동차, 반도체도 탄소국경세 대상이 된다.

출발 늦은 우리나라, 뛰어도 안 되고 날아가야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복합의 위기를 수출로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전, 방산, 인프라 건설을 언급했다. 철강, 알루미늄, 정유, 종이, 자동차, 반도체 수출이 무너지는 마당에 원전, 방산으로 수출 돌파가 되겠는가? 세계는 이제 기후정책이 경제의 중심인데, 우리나라 기후정책은 아직도 변방일 뿐이다.

탄소국경세와 관련한 대응 정책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제의 기후정책을 따라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출발이 늦은 우리나라는 이제 뛰어도 안 되고 날아가야 앞선 기후정책을 따라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기후정책을 경제, 무역, 일자리의 중심에 두고 법과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 문제는 산업이다. EU는 산업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62%(2005년 기준) 줄이겠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2021년 10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설정할 때 산업 부문은 2030년 감축목표가 14.5%(2018년 기준)에 머물렀다. 당시 산업계는 이것도 많다고 반발했다. 수출을 하려면 우리 산업계도 EU의 목표를 수용해야 한다.

둘째, 탈탄소를 정책 중심에 둬야 한다. 지난해 10월 25일 애플은 자사 공급망 200개 기업(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함)에 2030년까지 탈탄소를 요구했다. 해당 기업들과 연결된 공급망들에도 탈탄소를 요청했다. 매년 이행 상황도 점검하겠단다. 애플은 지침으로 ▲ 청정에너지로 75% 온실가스 감축 ▲ 조림 등 땅을 회복해 25% 온실가스 흡수 ▲ 기후피해 주민공동체가 주도하는 기후 회복을 제시했다.

애플은 선도자동맹(First Movers coalition)의 핵심 기업이다. 선도자동맹은 애플, 구글, 아마존 등 60개 글로벌 기업이 자신들의 구매력으로 온실가스를 해결하고자 만든 조직이다. 이들 기업의 자산 규모는 9조 달러(약 1경 1200조 원)에 달한다. 애플에서 시작한 선도자동맹의 탈탄소 요구는 향후 거세질 것이고, 이것은 현실이다.

셋째, 탈탄소 전환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탈탄소 전환 시 없어질 일자리(자동차 10만 3천 명, 석탄발전 9600명 등), 에너지 빈곤층, 영세 중소기업 등을 지원하는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직접 지원을 해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구조적으로 일자리, 청정에너지, 산업 전환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 점은 EU에서 배울 바가 있다. EU는 탄소국경세와 함께 탈탄소 전환 피해자를 지원하는 '사회적 기후기금'을 동시에 합의했다. 기후 피해 주민, 에너지 빈곤층, 영세기업을 보호하는 사회적 기후기금 정책을 우리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탄소국경세 대응에 실패하면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해온 제조업들은 해외로 이전할 것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미국에 이전한 우리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는 하지 않던 녹색투자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기후정책이 있어야 기업이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제, 무역, 일자리의 중심에 기후정책을 두고 나아가야 생존할 수 있다. 이제 3년 남은 탄소국경세 제도 시행을 앞두고 우리 정부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오기출 / 푸른아시아 상임이사(소셜 코리아 운영위원) ⓒ 오기출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겸 '소셜 코리아' 운영위원은 경제학을 전공하고 1997년부터 기후위기 현장에서 기후난민들의 자립을 지원해온 기후운동가입니다. 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ICE)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고 유엔사막화방지협약 CSO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관심영역은 ▲ 무역에 온실가스가 포함되면서 구성되는 세계질서 변화 ▲ 기후위기와 인권, 식량, 전쟁, 테러의 상호 관계 ▲ 기후위기로 땅, 공동체가 붕괴된 마을 공동체의 자립과 생태복원입니다. 주요 저서로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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