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12 11:53최종 업데이트 22.12.1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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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 [편집자말]
한국전 적자 문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기에 한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더는 늦출 수 없는 문제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원인에 대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필자는 두 번에 걸쳐서 한전 적자의 원인과 대안을 차례로 연재하고 있다. 이번 글은 그 두 번째 글로 '한전 적자의 대안'이다... 기자말

* 1편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한전 적자, 함께 풀어야>(http://omn.kr/21vir)에서 이어집니다.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203인, 찬성 89인, 반대 61인, 기권 53인으로 부결되고 있다. 2022.12.8 ⓒ 연합뉴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십조 원의 한전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1편에서 한전 적자의 근본 문제점으로 높은 에너지 가격과 전력 구매비용이 판매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가격 결정 구조를 지적했다.

해결책은 문제의 원인에서 찾아야 한다. 급등한 에너지 가격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이라는 점에서 한전 적자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기요금에 연료비를 반영하고 가격 결정 과정에 정부의 자의적 통제가 최소화 되게 해야 한다. 즉, 독립적으로 비용이 가격에 반영되는 요금 구조인 '비용반영 요금제'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2021년 1월부터 연료비 변동분이 주기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되는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 정부와 현 정부 모두 물가상승을 이유로 급등하는 연료비 상승분이 전기요금에 반영되는 것을 꺼려왔다. 두 정부 모두 국제 에너지 가격이 지금처럼 높은 수준까지 급등하고, 그 수준이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한전 적자로만 국한되지 않았다. 정부의 소극적 대처로 전기요금에 대한 통제가 길어지자 한전의 재무 위기가 한국경제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까지 염려해야 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즉, 불안한 국제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이 요금에 반영되지 않는 현행 시스템은 자칫 한국 경제 전체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연료비 상승분이 전기요금에 반영되는 '비용 반영 요금제'는 한전 적자와 이로 인한 경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급변하는 연료비 변동분이 전기요금에 반영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 따라 가격이 자유롭게 변하는 시장 원리를 따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명시된 요금의 변동 시점과 주기와 폭에 따라 일관되고 독립적으로 수행되는 원가 연계형 전기요금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다.

두 해결책은 모두 전력 생산과 송전 과정에서의 변화가 소매 전기요금에 반영되는 시점과 폭을 정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두 제도의 차이는 전자는 방법을 시장기능에 맡기는 것이고, 후자는 미리 정해놓은 규칙에 따르는 것이다. 결국 비용 반영 요금제에서 관건은 이중 어떤 것을 선택하는가로 귀결된다.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할 일

필자는 어느 한 방법이 모든 면에서 다른 방법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할 수 없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연료비 연동제'에서 경험한 것처럼 물가안정 등을 이유로 요금상승이 유보되는 예외 상황이 반복된다면 이 제도는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 제도의 존재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비용 반영 요금제'가 효과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정부나 정치권의 임의적 간섭이 최소화되어야 한다.

비용 반영 요금제가 시장에 대한 규제로 인식되더라도 정부의 자의적 통제가 배제된다면, 제도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시장 참가자들에 대한 규제의 부정적 효과는 최소화될 것이다.

실례로 에너지가격 상한제(Default Tariff Cap)을 운영중인 영국은 올 4~9월 표준가구 기준 에너지요금 상한을 이전 반기보다 54% 인상하였고, 10월에는 에너지요금 상한을 다시 80% 인상해 상한 수정 주기를 반년에서 분기로 축소하였다. 그러나 독립성이 보장된 제도의 운영은 급격한 에너지가격 상한 인상에 대한 국민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었다.

비용 반영 요금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정부와 여의도가 반드시 해야할 일은 성실한 소통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둔화와 외부적 요인에 의한 물가상승 압박 하에서 정부는 전력시장만을 위한 정책을 펼칠 수 없다. 그러나 물가안정을 위한 희생이 무엇인지를 국민에게 분명하고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

SK하이닉스, 포스코, 현대차의 영업이익보다 많은 영업적자를 한전이 올해 기록한 주된 이유와 적자 당사자인 한전에 대한 대책 그리고 이 적자로 인한 우리의 이득과 손실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과 설득이 필요하다.

단순한 계산이지만 한전이 전력 1킬로와트시당 50원의 손해를 본다면, 작년 전력판매량 533TWh 기준으로 한전은 26조 원 이상의 연간 적자를 보아야 한다. 반면 한 달에 300kWh를 소비하는 가정은 한전의 적자로 인해 한 달에 1만5천 원, 일 년에 18만 원의 이득을 본다. 2021년 전력 다소비 상위 30개사가 전년과 동일한 102TWh의 전력을 올해에도 사용한다면 이들 30개 기업은 5.1조 원의 추가 이득을 한전 덕분에 누리게 된다.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비용 반영 요금제의 약점

필자는 학생들에게 한 학기 내내 '경쟁시장을 통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강조해 가르친다. 그리고 '시장실패'로 경쟁시장이 완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학생들이 잘 인지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정부와 정치권도 제도의 명암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안내하고 소통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시장원리에 따라 전력산업 전체에 경쟁이 도입되면 과연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달성될 수 있는지,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토론하며 그 결과를 국민과 공유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과 소통에 실패하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한 비용 반영 요금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장원리에 입각해야 한다. 시장의 가격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연료비 변동분을 언제, 어느 정도, 얼마나 자주 반영할지가 시장에서 결정된다. 정치적 통제의 영향도 줄어들고, 한전 적자의 원인에 대한 논쟁과 적자의 영향에 대한 고민도 최소화될 것이다. 그러나 공짜 점심은 없다. 시장원리의 효율성 이면에는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가능성이 상존한다.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한 비용 반영 요금제는 '가격 변동성의 악영향'과 '이의 억제를 위한 규제의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먼저 가격 변동성의 악영향을 보자. 전기요금 결정 구조의 변화에 따라 전력소매시장에 시장원리가 도입되면 생산 비용의 변동성, 즉 가격 변동성은 대부분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다. 특히 지금과 같이 연료비가 급등하는 시기에는 전기요금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고, 필수재적인 성격을 갖는 전기의 특성으로 인해 요금 상승 충격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가계나 전력 의존성이 높은 중소기업에 더 크게 전달될 것이다. 그리고 전기요금이 물가를 통해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도 낮아질 것이다.

가격 변동성의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정한 규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자유시장에서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규제는 또 다른 피해자와 사회적 부담을 양산할 수도 있다.

전력시장에서 시장원리가 가장 잘 도입된 것으로 평가받는 영국 사례에서 이런 문제점을 잘 엿볼 수 있다. 영국의 에너지 규제 기관인 오프젬(Ofgem)은 2003년 이후 소매시장의 경쟁 촉진을 위해 소매사업자의 자본 요건 등의 규제를 완화하여 신규 소매사업자의 진입을 장려하였다.

그런데 경쟁 강화를 위한 진입규제 완화 정책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가격상한 정책이 충돌해 다수의 소매사업자가 파산하고, 그 파산 비용을 영국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실례로 에너지 가격 급등 이후 30여 개의 전기·가스 소매사업자가 파산했다. 파산 원인은 전기·가스 도매가격의 급등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가격상한으로 인해 적자가 누적됐기 때문이다. 이들 사업자의 고객수는 주택용의 16% 수준에 달하는 460만 명으로 소매사업자의 파산에 따른 소비자 이동비용은 최대 24억 파운드에 이를 전망이다.

프랑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2년 3월 영국과 프랑스의 전력 도매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338%와 444% 증가하였지만, 전력 소매가격은 같은 기간 영국에서 19%, 프랑스에서는 6% 증가하였다.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프랑스의 전력 소매가격 상승률이 낮았던 것은 EDF라는 거대 공기업이 적자를 감내하며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억제 정책을 이행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EDF의 적자 해소를 위해 프랑스 정부는 올 2월 2조 9000억 원의 예산을 긴급 투입하였다.

시장 원리에 입각한 제도 설계에 있어서 '가격 변동성의 악영향'과 '이의 억제를 위한 규제의 악영향'과 더불어 고려해야할 또 하나의 문제는 '경쟁을 통한 편익의 귀속 대상'이다.

전력시장에서 시장기능의 도입에 적극적인 유럽에서 외부적 요인이나 독점적 지위를 통해 획득한 비정상적인 이윤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일명 '횡재세(windfall tax)'를 도입한 국가가 늘고 있고, 미국에서도 관련 법안을 추진 중이다. 시장에서의 경쟁이 충분히 촉진되지 않아 경쟁 도입의 과실이 시장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일부 기업에 집중된다면, 경쟁 도입의 효과를 우리 사회 전체가 누릴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탄소중립 시대 대비한 전력시장제도 필요

위에서 급변하는 연료비 변동분이 전기요금에 반영되는 두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하나는 가격이 시장경쟁으로 결정되는 방법과 다른 하나는 명시된 요금의 변동 시점과 주기와 폭에 따라 일관되게 수행되는 원가 연계형 전기요금제도를 시행하는 것이다.

문제는 어떤 제도를 선택하더라도 전기요금은 상승할 것이고, 높은 전기요금은 소비자에게 고통으로 다가올 것이다. 특히 소외계층이나 영세 중소상공인들에게 전기요금 인상은 곧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 따라서 전력요금의 현실화와 함께 우리는 전기요금 상승으로 생존의 위협을 직접 받게될 가계와 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전력 최종소비자인 우리는 전기요금을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의 시각에서도 바라봐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생산 및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하지만, 에너지 자체의 소비도 줄여야 한다. 낮은 전기요금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높은 전기요금에 대한 저항감이 크겠지만, 비용이 반영된 전기요금을 통해 우리는 전기의 과도한 소비를 줄여야 한다. 
 

한국전력 서울본부 전력수급 상황 현황판 모습. 2022.12.5 ⓒ 연합뉴스

 
2021년 우리나라 1인당 전기 사용량은 1만 330kWh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였고,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1인당 전기사용량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았다.

그런데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가정용 전기판매량 비중은 13.5%로 미국(37.8%)이나 캐나다(34.9%)의 1/3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IEA의 'Electricity Information: Overview"에 따르면 2019년 세계 전력 소비에서 가계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21.2%로 13.5%인 우리나라의 가계부문 전력소비 비중은 전세계 평균의 2/3에도 미지치 못한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정용 전력소비 비중은 가계와 산업 부문이 낮은 전기요금에 서로 다르게 반응하였음을 보여준다. 탄소중립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비중의 확대만큼 에너지 소비 감소도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기요금 상승에 따른 전력 소비 감소 효과에 대한 분석과 함께 전기 소비 절약을 위한 산업 부문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끝으로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한 논의는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대내적으로 전기요금 제도의 변화가 전력산업을 넘어 국가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대외적으로 전기요금 제도의 변화는 기후변화, 에너지 안보 등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단기적으로는 한전의 적자 해소와 그 파급력 감소를 위한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탄소중립 시대에 대응해 국가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도록 종합적 관점에서 전기요금제를 비롯한 전력시장 제도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논의 과정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다.
  
* 필자 소개 : 직장 찾아 부산으로 이사와 부경대학교에서 미시경제학과 산업조직론을 가르치고 있다. 시장경제의 매력에 푹 빠졌지만,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감독이 필요하고 시장경제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고민을 요즘 하고 있다. "Tambien de este lado hay sue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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