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할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독일과 일본의 경기. 독일 요주아 키미히가 슛 찬스를 놓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이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신들린 듯한 용병술에 힘입어 강력한 우승후보 독일을 격파하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이 승리로 일본은 역대 월드컵 최초로 선제골을 허용한 뒤 역전승을 거둔 경기로 기록됐다.
일본이 23일 밤(한국시각)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E조 조별리그 1차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2대 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첫 경기를 승리한 일본은 코스타리카전을 승리할 시 16강 진출을 확정짓게된 반면 독일은 2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초반 위기 딛고 리드 잡은 독일
초반 분위기는 일본이 가져갔다. 전반 10분 동안 강한 전방압박을 통해 독일 선수들의 실수를 유발한 뒤 빠른 역습을 구사한 일본은 전반 7분 이토 준야의 패스를 받은 마에다 다이젠이 선제골을 터뜨렸으나 오프사이드 선언이 되었다. 비록 오프사이드 선언이 되었지만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장면이었다.
위기를 넘기자 독일이 경기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전반 17분 코너킥 상황에서 안토니오 뤼디거의 헤더슛으로 포문을 연 독일은 왼쪽 윙백 다비트 라움의 오버래핑을 활용한 측면 공격으로 일본을 공략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전반 20분 요쥬아 키미히의 슈팅과 28분 일카이 귄도안이 위협적인 슈팅을 가하면서 득점을 노렸다.
이러한 노력은 전반 31분 결실을 맺었다. 다비트 라움이 페널티박스 안으로 돌파한 끝에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이것을 귄도안이 득점으로 마무리 하면서 독일이 1대 0 리드를 가져갔다.
이후 독일은 추가골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전반 41분과 42분 귄도안과 키미히가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대를 외면한 데 이어 전반 종료 직전에는 그나브리의 패스를 받은 카이 하베르츠가 득점을 터뜨렸으나 오프사이드 선언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추가골 실패한 독일, 모리야스 감독 용병술 빛나
▲ 23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할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독일과 일본의 경기. 일본 도안 리츠가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2.11.23 ⓒ 연합뉴스
후반전 접어들자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교체카드를 꺼내들기 시작했다. 후반시작과 함께 쿠보 다케히사 대신 토미야스 타케히로를 투입해 3-4-3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꾀한 일본은 이후 미토마 카오루, 아사노 타쿠마, 도안 리츠 등을 투입하면서 속도감 있는 공격전개로 독일을 압박하고자 했다.
이런 가운데 독일은 마무리에서 지속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후반 2분과 5분에 각각 나온 그나브리, 자말 무시알라의 슈팅이 골대를 빗나간 데 이어 후반 15분 귄도안의 슈팅은 골대를 맞고 나왔다. 여기에 후반 25분에는 그나브리와 요나스 호프만이 1분 사이 무려 4차례의 슈팅을 시도했으나 일본 곤다 유이치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면서 추가골에 실패했다.
이러자 일본이 반격에 나섰다. 독일의 뒷공간을 노리는 역습으로 여러차례 기회를 엿보던 일본은 후반 24분 아사노 타쿠마가 이날 팀의 첫 유효슈팅을 기록하면서 서서히 공격의 활로를 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후반 30분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미토마가 측면에서 돌파한 뒤 볼을 내줬고 이것을 미나미노가 받아 슈팅으로 연결했다. 이것을 노이어 골키퍼가 막아냈지만 달려들던 도안 리츠가 마무리하면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교체투입된 3명의 선수가 모두 득점에 기여한 장면이었다.
기세를 탄 일본은 8분 뒤 역전골까지 기록했다. 후방에서 이타쿠라 쿄가 전방으로 길게 넘겨줬고 이것을 아사노가 상대 수비와의 몸싸움을 이겨낸 뒤 골문앞에서 슈팅으로 연결해 득점에 성공하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독일은 후반 34분 마리오 괴체와 니클라스 필크루크를 투입한데 이어 종료직전에는 유수파 무코코를 투입하면서 동점골을 넣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반드시 결실을 맺어야 했던 세트피스들에서 모두 무위에 그치면서 4년전에 이어 또한번 이변의 희생이 되고말었다.
독일에 4년 전 악몽 재현시킨 일본, 승리 원동력은?
이날 경기는 4년 전 '카잔의 참사'로 인해 더욱 주목받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한민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독일은 대한민국에 0대 2로 패하면서 80년 만에 조별리그 탈락의 치욕을 맛본 기억이 있다. 그리고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공교롭게도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일본과 맞대결을 펼치게 되었는데 일본이 그때를 재현할 수 있을지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받었다.
그리고 일본은 대한민국에 이어 또 한번 독일에게 악몽을 선사했다. 전반 31분 일카이 귄도안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면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일본이었지만 후반전들어 속도감있는 역습을 활용한 공격, 독일의 해결사 부재 등이 겹치면서 대역전승을 거뒀다.
일본이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용병술이 빛났다. 전반전에는 수비를 두텁게 한 뒤 역습을 구사하는 실리적인 경기운영을 펼친 그는 후한 골 뒤진 후반전 쿠보 다케후사를 빼고 토미야스 타케히로를 투입해 독일과 똑같은 3-4-3 대형으로 응수하면서 후반전 경기 주도권을 서서히 잡아나갔다.
이에 그치지 않고 후반 12분 미토마 카오루, 아사노 타쿠마, 후반 26분과 29분에는 도안 리츠, 미나미노 타쿠미를 투입하며 공격의 속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는데 이는 전체적인 라인을 올리면서 수비에 수적열세를 갖고 있는 독일의 허를 찌르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이 중 도안 리츠와 아사노 타쿠마는 각각 독일 분데스리가 SC 프라이부르크, 보훔에서 활약하고 있어 활약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교체투입된 4명은 곧장 영향력을 행사했다. 기동력이 떨어진 독일을 상대로 중원 장악에 성공한 데 이어 측면에서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공격으로 상대를 공략한 이들은 후반전 일본이 터뜨린 2골에 모두 관여했다. 후반 30분 도안 리츠의 동점골 상황에선 미토마의 패스와 미나미노의 슈팅이 시발점이 되었고, 후반 38분 아사노는 직접 결승골을 터뜨렸다.
여기에 곤다 유이치 골키퍼의 선방도 빼놓을 수 없었다. 전반 31분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었지만 전반 19분 키미히의 위협적인 슈팅을 막아내며 예열을 시작한 그는 전반 27분 귄도안의 중거리 슈팅도 안정적으로 캐치해내면서 초반 독일의 기선제압을 차단했다.
곤다 골키퍼의 선방은 후반 25분 빛났다. 독일의 역습기회에서 그나브리의 패스를 받은 요나스 호프만의 슈팅을 시작으로 그나브리가 3연속 슈팅까지 1분 사이 무려 4차례의 슈팅을 가져간 독일이었는데 여기서 곤다 골키퍼는 이 슈팅들을 몸을 날려 막아냄으로써 독일의 추가골을 허락하지 않었다.
결과적으로 페널티킥을 허용해 선제골의 빌미를 제공한 곤다 골키퍼지만 엄청난 선방쇼를 선보이며 이를 상쇄시키게 됐다. 곤다 골키퍼의 선방속에 자신감을 탄 일본은 후반 30분 도안 리츠, 38분 아사노 타쿠마의 연속골이 나오면서 승리를 거머쥐게 됐다.
한편 이날 승리로 일본은 역대 최초로 월드컵 본선에서 선제골을 내준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게 됐다. 이 전까지 선제골을 넣은 경기에선 5승, 반대로 선제골을 허용했을 때는 2무 7패를 기록할 정도로 선제골의 중요성이 상당히 크게 다가왔던 일본은 독일과의 경기에선 이를 뒤집고 역전승을 일궈내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는 일본이 또 한번 성장했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승리로 일본은 27일 코스타리카전을 승리할 경우 조기에 16강 진출을 확정지을 수도 있게 됐다. 스페인, 독일의 틈바구니 속에서 조별리그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지만 이 경기로 인해 16강 진출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반대로 1패를 안은 독일은 졸지에 2회연속 조별리그 탈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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