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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유가족과 시민들이 붙여 놓은 메모와 국화꽃이 해밀턴 호텔 벽쪽에 많이 붙어 있다. 추모 물품이 비에 젖는 등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비닐로 덮어 놓았다.
▲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훼손 방지되는 추모의 벽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유가족과 시민들이 붙여 놓은 메모와 국화꽃이 해밀턴 호텔 벽쪽에 많이 붙어 있다. 추모 물품이 비에 젖는 등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비닐로 덮어 놓았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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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지 20여 일이 흘렀다. 핼러윈 축제를 즐기러 10만 명에 달하는 인파가 이태원을 찾았지만, 국가와 지자체의 최소한 안전대비 소홀로 158명이 사망(외국인 26명)하고 196명이 다치는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믿기 어렵지만, 이 사건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여전히 책임을 지지 않고, 진상규명을 위한 절차는 본질에서 벗어난 정치적 공방 속에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부작위(不作爲) - 마땅히 하여야 할 일을 일부러 하지 아니함. (국어사전)

형법 제18조(부작위범)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 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하여 처벌한다.

10.29 이태원 참사의 본질은 '국가와 지자체의 안전대비 부작위에 의해 발생한 사건'이다. 다시 말하면 국가와 지자체가 핼러윈 축제에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 안전대비 조치를 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질문은 '왜 서울시와 용산구가 안전대비를 하지 않았는지', '그 과정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건이 발생하기 4시간 전부터 시민들의 신고가 이어졌는데 왜 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았는지', '대통령이 사건을 인지하고 지시를 내린 이후 행안부와 경찰 당국이 어떤 조처했는지' 등이 되어야 하며 진실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국가애도기간이 끝난 직후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왜 경찰이 4시간 동안 보고만 있었느냐'며 강하게 질타하고 사건의 본질에 접근할 수 없는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112에 신고가 접수된 이후에 경찰의 대처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사건은 단순히 경찰이 제때 대응하지 못해서 발생한 것만이 아니다. 경찰의 현장대응 미흡 책임으로 한정 짓기 전에 재난안전법에 따른 서울시와 용산구의 안전관리 대비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아래 특수본)의 수사는 이번 사건의 핵심책임자들을 향한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뛰고 있던 일선 책임자들을 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건 현장수습을 위해 발 벗고 나섰던 용산소방서장을 피의자로 입건한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일부 언론이 유가족들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희생자들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이를 두고 정치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으며 사법처리 등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은 사건의 본질을 드러내고 진상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사건의 본질을 조명할 수 있는 독립된 조사를 추진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장되는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국정조사를 추진해야 하는 5가지 이유
 
윤희근 경찰청장(왼쪽부터)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현안질의에 출석해 묵념하고 있다.
▲ 묵념하는 이상민 행안부장관-윤희근 경찰청장-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왼쪽부터)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현안질의에 출석해 묵념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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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빨리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경찰청 특수본 수사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재난안전법에 따라 이상민 행안부장관이 재난과 안전대책의 총괄책임자이고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이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다. 또한,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경찰국을 설치하고 경찰의 치안 사무에 대한 지휘 권한을 주장한 사람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어떠한가. 지난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회의에서 질의와 답변과정에 윤 경찰청장이 특수본의 보고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처럼 이번 참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이 자신의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경찰 특수본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경찰의 수사와 별도로 국정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경찰의 수사와 국정조사는 서로 상충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경찰의 수사가 접근하지 못하는 영역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책임 있는 사람들이 어떤 행보를 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중요한 기회이다.

둘째,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왜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는지 조사해야 한다.

많은 국민이 묻고 있다. 10만이 넘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던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왜 서울시와 용산구가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는가?' 이태원 핼러윈 축제는 한두 해 진행해온 행사가 아니다. 십 수년간 지속해서 진행됐던 연례행사며, 이전 서울시와 용산구는 이 축제를 대비해왔다.

그런데 왜 유독 2022년 핼러윈 축제만 안전관리 대비를 전혀 하지 않았는지 밝혀야 한다. 특히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불과 보름 전에 개최된 '이태원 지구촌 축제'는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했는데, 이 행사는 철저한 대비를 통해 안전사고 없이 진행됐다. 따라서 국정조사를 통해 예년에 서울시와 용산구가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대비해왔던 과정과 이번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사실을 명확히 조사하고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셋째, 국가의 재난대비 행정시스템 전반의 문제를 조사해야 한다.

경찰의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 이 나라의 경찰청장 – 행안부장관 – 국무총리 –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보고체계'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것이 확인됐다. 사고 발생 4시간 전(10월 29일 오후 6시 34분) 112에 '골목에서 압사당할 것 같다'라는 첫 신고가 접수되었지만 경찰라인 책임자 누구도 보고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대통령 국정상황실이 소방청으로부터 보고를 받아 행안부와 경찰청보다 먼저 이태원 참사 사실을 인지했다. 경찰청과 소방청을 총괄하는 이상민 행안부장관이 대통령 국정상황실보다 늦게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특히 대통령이 이상민 행안부장관을 중심으로 신속한 구급과 치료를 지시했지만 이상민 장관의 당일 행적이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에 무능했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국정상황실이 소방청에서 처음 보고를 받은 시각(밤 10시 53분)을 기준으로 왜 경찰 지휘부에 43분(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사건을 인지한 시간 밤 11시 36분) 동안 상황이 공유되지 않았는지를 밝혀야 한다. 경찰에 상황이 바로 공유됐다면 경찰이 현장의 인파와 교통을 통제하고 응급환자 이송 등 참사 수습 시간을 좀 더 앞당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안부는 무엇을 했는지, 행안부 경찰국은 무엇을 했는지, 이상민 장관이 무엇을 지시하고 어떤 대처를 했는지 등을 국정조사를 통해서 밝혀내야 한다.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총괄 책임자였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태원 참사' 당시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전 인사교육과장(총경).
▲ 증인석에 앉은 이임재 전 용산서장과 류미진 총경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총괄 책임자였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태원 참사' 당시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전 인사교육과장(총경).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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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경찰의 현장대응, 보고 및 지휘 체계 등이 총체적으로 마비된 문제에 대해 국정조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사건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전 인사교육과장(총경)이 답변한 내용을 통해서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의 문제점이 새롭게 확인됐다. 경찰의 수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없는 사안들이 국회 질의를 통해서 언론에 공개가 되고 국민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핼러윈 인파 관리를 위해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추가배치 요청을 두 차례 했으나 모두 거부당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본인이 참사 현장에 55분이 걸려서 도착한 것도 보고를 받지 못해 참사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류미진 총경 역시 112상황실에 근무하지 않고 자신의 사무실에 있었던 것에 대해서 관례였다고 진술했다. 관할 경찰서장에게 보고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112상황실 상황관리관이 상황실 현장을 지키지 않았던 것이 기존의 관례였다는 문제점이 확인된 것이다.

왜 서울경찰청은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대한 안전대비를 전혀 하지 않았는지, 왜 용산경찰서장의 기동대 파견요청이 있었음에도 거절했는지, 왜 용산경찰서장이 늦게 보고를 받고 현장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는지, 왜 윤희근 경찰청장이 가장 늦게 보고를 받았는지, 류미진 총경이 왜 참사 당일 상황실이 아닌 자신의 사무실에서 근무했는지, 관례가 맞는지 등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국회 차원에서 조사를 통해서 밝혀야 한다.

다섯째, 철저한 진상규명과 정부 당국 책임자들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는 데 필요하다.

16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류미진 총경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에서 눈물을 흘리며 책임을 통감한다는 사과를 했다. 시민들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을 평생 안고 갈 것이며, 보고체계가 미흡했던 부분도 다 본인 책임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정작 안전관리 총괄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의 수장인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지휘계통에 있던 사람들은 아직도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으며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이 없다.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에 급급하다.

따라서 국회가 나서야 한다. 국정조사를 통해서 이미 드러난 사실을 바탕으로 좀 더 깊은 내막과 구조적인 문제를 들여다보고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어디서부터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지를 조사해야 한다. 국회는 이 과정에서 책임 있는 사람들에게 마땅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해야 할 일이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수용해야
 
야3당 의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의당 장혜영 원내수석부대표,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원내정책수석부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야3당 의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의당 장혜영 원내수석부대표,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원내정책수석부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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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이미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이 공동으로 국회에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와 기본소득당 용혜인 상임대표 겸 원내대표는 15일 국회의장실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동을 하고 24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계획안을 처리할 것을 당부했다.

이제 국민의힘의 화답만 남았다.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진상규명을 원한다면 국정감사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경찰수사가 우선이라는 국민의힘의 주장은 위에 왜 국정조사가 필요한가 다섯 가지 이유를 든 것으로 갈음하겠다.

이태원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족들이 생때같은 자식들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슬픔, 허망함을 누가 어떻게 위로해 줄 수 있겠는가. 그것도 국가와 지자체의 안전관리 책임 소홀로 인해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는 것이 확인된 지금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당연히 관련자들의 책임 추궁과 함께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고 국가의 배상 책임 역시 인정해야 한다. 또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국회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진상규명을 앞당기고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자들에게 법적,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묻고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달래주는 것이다. 그 첫걸음이 국정조사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재민씨는 정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입니다. 이 기사는 지역언론사에도 송고되며 필자의 개인블로그(https://blog.naver.com/hcry99)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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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이태원 압사 참사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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