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이 4차전을 잡고 한국시리즈 전적을 동률로 만들었다.

홍원기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5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 경기에서 장단 11안타를 때려내며 6-3으로 승리했다. 1차전 승리 후 2, 3차전을 내리 내주며 힘든 시리즈가 예상됐던 키움은 안방에서 열린 올 시즌 마지막 한국시리즈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시리즈를 미궁 속으로 빠트렸다(5, 6, 7차전은 정규리그 우승팀 SSG의 홈구장인 인천 랜더스필드에서 열린다).

키움은 5회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양현이 생애 첫 한국시리즈 승리를 따냈고 8회 2사 후에 등판한 최원태가 4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며 생애 첫 가을야구 세이브를 기록했다. 타석에서는 3회 우전 적시타를 때린 이정후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송성문이 3안타 2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그리고 투타에서 큰 기대를 받지 않았던 선발 이승호와 유격수 신준우가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4차전 키움의 숨은 영웅으로 활약했다.

[이승호] '오프너'로 등판해 4이닝 1실점 호투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1회초 키움 선발 이승호가 역투하고 있다. 2022.11.5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1회초 키움 선발 이승호가 역투하고 있다. 2022.11.5 ⓒ 연합뉴스

 
지난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KIA 타이거즈에 입단한 이승호는 아직 1군 데뷔전조차 치르지 못한 2017년 7월 KIA와 히어로즈의 2대 2 트레이드를 통해 히어로즈로 이적했다. 당시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던 KIA에서 마무리 투수 보강을 노리고 있었고 2016년 36세이브로 세이브왕에 오른 김세현을 영입하기 위해 좌완 유망주 이승호를 히어로즈에 내준 것이다.

이승호는 2018년 1군에서 32경기에 등판하며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렸고 2019년과 2020년에는 선발투수로 100이닝 넘게 소화하며 각각 8승과 6승을 따내기도 했다. 하지만 선발투수로 활약한 2년 동안 비약적인 성장 속도를 보이지 못한 이승호는 작년부터 다시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그리고 좌완 셋업맨과 마무리를 오간 올해는 3승 2패 10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3.58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불펜투수로 낙점된 이승호는 준플레이오프에서 1경기 0.1이닝 무실점, 플레이오프에서는 2경기 1이닝 2실점(평균자책점 18.00)으로 그리 좋은 투구내용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이승호는 한국시리즈에서도 3차전까지 한 경기도 등판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에이스 안우진이 물집이 터지는 부상을 당하면서 4차전 선발에 구멍이 생겼고 홍원이 감독은 불펜투수 이승호를 선발로 예고했다. 

작년 8월 25일 한화 이글스전 이후 무려 438일 만에 선발로 등판한 이승호를 오프너로 내세운 홍원기 감독이 이승호에게 바란 기대 이닝은 길어야 3이닝 정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승호는 4이닝 동안 마운드를 지키며 48개의 공으로 SSG의 타선을 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6대 1이었던 스코어를 고려하면 5회에도 올라올 수 있었지만 홍원기 감독은 4차전의 중요성과 이승호가 불펜투수라는 점을 고려해 5회 투수를 양현으로 교체했다.

정규리그 12경기에서 7승 1패 ERA 1.67을 기록하며 한국시리즈에서 SSG의 에이스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됐던 숀 모리만도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2경기에 등판해 2패 ERA 13.50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에 경기 초반만 잘 버티면 성공이라던 이승호는 4이닝 1실점 호투로 키움의 4차전 승리에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만약 올해 키움이 한국시리즈의 패권을 차지한다면 마운드의 '숨은 영웅'은 4차전 선발투수였던 이승호가 될 것이다.

[신준우] 준PO 부진 날린 2안타 2타점 활약
 
 5일 고척스카이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SSG-키움 2회말. 키움 김태진이 신준우 번트 안타 때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2022.11.5

5일 고척스카이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SSG-키움 2회말. 키움 김태진이 신준우 번트 안타 때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2022.11.5 ⓒ 연합뉴스

 
홍원기 감독은 kt위즈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유격수 포지션에 깜짝카드를 꺼내 들었다. 올 시즌 95경기에 선발유격수로 출전했던 주전 김휘집 대신 올 시즌 정규리그 타율 .140에 타점이 한 개도 없었던 3년 차 내야수 신준우를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유격수로 출전시킨 것이다. 798이닝 동안 15개의 실책을 저질렀던 김휘집보다는 196.1이닝 동안 단 2개의 실책만 기록한 신준우가 더 안정된 수비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작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교체출전이 가을야구 경험의 전부였던 신예 신준우에게 포스트시즌 선발출전은 너무 큰 부담이었을까. 2차전까지 네 타석에서 삼진만 3개를 당한 신준우는 19일 3차전에서도 선발출전했다가 3회까지 3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무너졌고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대타로 교체되고 말았다. 신준우는 이후 준플레이오프 2경기와 플레이오프 4경기, 한국시리즈 3차전까지 한 번도 선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신준우를 대신해 주전으로 활약하던 김휘집이 한국시리즈에서 3차전까지 8타수 무안타로 부진하면서 홍원기 감독은 4차전에서 내야진에 대대적인 변화를 줬다. 한국시리즈에서 부진한 김혜성과 김휘집을 라인업에서 제외하고 1루 전병우, 2루 김태진, 유격수 신준우를 선발로 출전시킨 것이다. 신준우로서는 준플레이오프 3차전 실책 3개를 만회할 절호의 기회였다. 그리고 신준우는 실책 없이 공격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선보였다.

0-1로 뒤진 2회 1사 1, 3루에서 첫 타석을 맞은 신준우는 1루 방향으로 절묘한 세이프티 스퀴즈 번트를 대면서 동점을 만드는 내야안타를 기록했다. SSG의 1루수 오태곤이 서둘러 공을 잡았지만 투수 모리만도도, 2루수 김성현도 베이스 커버가 늦으면서 송구를 할 수 없었다. 신준우는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1사 3루에서 SSG의 두 번째 투수 노경은으로부터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때려내며 멀티히트와 함께 2타점 경기를 만들었다.

키움은 이번 가을야구에서 마운드에서는 에이스 안우진과 마무리 김재웅, 타선에서는 이정후와 야시엘 푸이그 등 키움을 대표하는 스타 선수들의 활약에 힘입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는 이승호와 신준우 등 그 동안 주목 받지 못했던 선수들의 깜짝 활약 덕분에 시리즈를 동률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역시 한국시리즈는 엔트리에 등록된 모든 선수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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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022 한국시리즈 키움 히어로즈 이승호 신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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