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낮과 달>의 배우 유다인.

영화 <낮과 달>의 배우 유다인. ⓒ 찬란


 
고향인 제주에 낚시 간 남편이 주검이 돼 돌아왔다. 남겨진 여성 민희(유다인)는 그 모든 게 괴롭다. 아이를 원하지 않던 남편을 너무 압박한 건 아닌지 자책하기도 한다. 이윽고 서울에서 모든 삶을 정리하고 남편의 고향인 제주로 향한다.
 
영화 <낮과 달>은 현실에 남겨진 두 여성을 조명한다. 유독 말수가 적었지만, 그런 남편을 사랑하고 연민한 민희가 있다면 제주엔 남편의 첫사랑인 목화(조은지)가 있었다. 그리고 남편과 목화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하경)은 민희와 목화를 묘하게 이어주는 끈이 된다. 남편의 옛사랑과 그 유전자를 이어받은 아들의 존재에 당황스러운 민희는 일부러 날을 세워 목화를 대하고 극 후반부로 갈수록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조금씩 찾게 된다.
 
다른 모습을 열망하다
 
이번 출연엔 유다인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지금껏 했던 작품들 분위기가 비슷하다 생각했기에 새롭고 신선한 캐릭터를 하고 싶어 소속사 사무실에 KAPA(한국영화아카데미)와 인연이 있는지 부탁드려 놨던 차였다"며 유다인이 운을 뗐다.
 
두 여성이 처한 현실은 다소 어두워 보일 수 있지만,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는다. 민희는 죽은 남편의 선택을 이해해보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고, 목화는 요가 강사일 등을 하며 일상을 채워나간다. 더욱이 암울한 상황을 대하는 두 사람의 태도에서 묘한 코미디 요소가 보이기도 한다. '낮이라 안 보이지만 여전히 달은 떠 있다. 죽은 그 사람이 달처럼 우릴 지켜보는데 우리가 이렇게 싸우면 되겠냐'며 타박하는 목화의 모습에서 픽 하고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전작들과 달리 캐릭터를 이해하는 게 어렵진 않았다. 사랑했던 사람에게 또다른 소중한 존재가 있었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동시에 내가 알던 사람이 맞나 알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목화에게 괜히 억지도 부리고 한다. 그 자체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지만, 살면서 억지를 좀 부리고 싶은 순간들도 있잖나. 그런 감정을 떠올리며 연기했다.
 
개그맨처럼 웃기려고 연기하는 것 말고, 상황 자체가 엉뚱하고 웃긴 걸 해보고 싶었다. 시나리오 볼 때 마음에 조금 걸리는 부분도 있었는데 조은지 언니 덕에 그런 부분들이 부드럽게 넘어가 지더라. 시나리오 때보다 촬영할 때가 더 좋았고, 완성된 영화를 보니 더 좋았다. 은지 언니의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

  
 영화 <낮과 달>의 한 장면.

영화 <낮과 달>의 한 장면. ⓒ KAFA


 
영화를 연출한 이영아 감독에게 직접 묻진 않았지만, 나름 감독의 자전적 요소가 일부 있다고 들은 유다인은 민희 캐릭터에 감독 말투를 반영했다. 이번이 첫 장편 연출인 이영아 감독도 서울서 살다가 제주로 이주한지 5년째라고 한다. "감독님이 낯가림도 많으신데, 한편으론 솔직하고 직설적인 면이 있다. 꼭 민희 같다. 느리지만 솔직한 감독님의 말투를 따라하려 했다"고 유다은은 설명을 덧붙였다.
 
열린 마음들
 

회사로부터 차별대우와 부당 전근을 당한 여성 노동자의 삶을 다룬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도 그렇고, 최근 유다인은 작품 선택 면에서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나름 폭넓은 시도를 하고 있다. "예전보다 많이 열린 마음으로 작품을 보긴 하는 것 같다"며 그는 "(민용근 감독과) 결혼하며 그런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때 우연히 연예 관계자에게 명함을 받으며 마음에 연기를 품게 됐다. 2004년 <건빵선생과 별사탕>으로 데뷔한 이후 영화 <혜화, 동>, 드라마 <보통의 연애> 등을 거치며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독립영화계 신성' 혹은 '독립영화계 여신'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데 연연하기보단 내면의 성장에 집중했던 것으로 보인다. "예전엔 인터뷰 자리나 낯선 누군갈 만나는 게 어렵고 부담이었다면, 이젠 많이 편해졌다"며 그가 웃어 보였다.
 
10년 전 영화 <강철대오>로 만났던 유다인은 기자에게 자신을 "오래 두고 길게 봐야 매력을 알 수 있는 사람"이라 표현한 바 있다. 그 시간이 지금 꽃 피우는 게 아닐까. 목화의 아들로 출연한 신인 배우 하경을 보며 "참 열심히 한다. 예전에 제 모습이 생각나기도 했다"던 유다인에게서 어떤 편안함과 여유가 엿보였다. 그럼에도 "이번 영화로 사람들이 많이 알고 계시는 제 모습 말고, 새로운 모습을 보셨으면 한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여전한 연기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 제 모습과 민희가 닮은 면이 많다. 그만큼 어렵지 않게 접근했던 것 같다. 작은 영화라 잘 알려지지 않을까 걱정인데, 보시면 정말 기분 좋고 따뜻하게 극장을 나갈 수 있는 작품이다. 절 아시는 분이라면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실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이들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웃음)"
 
 영화 <낮과 달>의 배우 유다인.

영화 <낮과 달>의 배우 유다인. ⓒ 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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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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