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STORY 예능 프로그램 <회장님네 사람들>의 한 장면.

tvN STORY 예능 프로그램 <회장님네 사람들>의 한 장면. ⓒ tvN STORY

 
국민드라마 <전원일기>의 주역들이 20년 만에 다시 뭉쳤다. 지난 10월 17일 방송된 tvN STORY 예능 프로그램 <회장님네 사람들>에서는 김용건, 김수미, 이계인, 최불암 등 <전원일기> 출연진 식구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드라마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함께 추억 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김수미-박은수-김혜정의 일용엄니 패밀리가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박순천이 합류했다. 김 회장댁의 철없는 둘째 며느리 순영이 역할로 유인촌과 부부 역할을 열연했던 박순천은 "20년 만에 보는데도 선배님들을 보니까 순영이로 다시 돌아가더라. 전원일기는 참 희한한 드라마"라면서 감회에 젖었다.
 
박순천은 복길엄마 역의 김혜정이 빨래터에서 씻는 촬영을 했던 장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당시 미혼에 20대였던 김혜정은 속옷을 입지 않고 생활섹시 분위기를 연출하라는 이관희 감독의 제안에 난감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동갑내기 박순천은 "지금까지 어떤 화장품 광고도 그때의 김혜정만큼 예쁜 장면을 보지 못했다"고 극찬했다.
 
산책을 나갔다가 돌아온 김용건-이계인-이숙 등이 합류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함께 저녁준비를 하던 중에 문득 김혜정은 "앞으로 20년 뒤에 또 만난다고 하면 몇 명이나 만날까"라며 궁금해했다. 김수미는 대뜸 "그때면 나는 다이(Die)다. 다이"라고 손사래를 치며 웃음을 자아냈다.
 
김수미보다 연장자인 김용건이 "그럼 나는 뭐냐? 나도 다이냐?"라고 묻자 김수미는 "오빠는 특별한 사람이잖아"라고 의미심장한 말로 능청을 떨었다. 김수미는 "오빠는 전 세계 남자들의 로망"이라고 너스레를 떨자 모두 웃음을 참지 못했고, 김용건은 "꿈보다 해몽이 좋다"며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김수미 "전원일기 식구들은 22년을 함께한 시절인연"
 
 tvN STORY 예능 프로그램 <회장님네 사람들>의 한 장면.

tvN STORY 예능 프로그램 <회장님네 사람들>의 한 장면. ⓒ tvN STORY

 
<전원일기> 패밀리의 큰 어른 양촌리 김회장 역할의 최불암이 도착했다. 최불암은 옛 촬영지였던 마을을 돌아보며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출연자들은 최불암이 나타나자 일제히 환호했다. 

최불암은 "이런 만남을 주선해준 방송사에 고맙다"고 tvN에 감사를 전하며 "과거의 역사를 보듬어서 미래의 후배들을 위하여 이 정서를 전달해주는 게 의미가 있다. 역사 없이는 미래가 성립이 안 되니까"라고 소감을 전했다.
 
멤버들은 과거 <전원일기>속 장면처럼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즐겁게 식사를 했다. 최불암은 건배사를 제의받자 "건강하고 배려하고 사랑하고, 우리가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듯이 앞으로도 20년도 그렇게 살아가자"며 덕담을 전했다.김수미는 "최불암 선배와 김혜자 언니를 보면서 선배님들이 저렇게 활동하시니 나도 저렇게 되어야지하고 생각하게 된다"고 고백하며 "더 건강하게 오래오래 저희의 희망이 되어달라"고 응원했다.
 
또한 김수미는 '시절인연'을 언급하며 "가장 좋은 시절에 만나 행복한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고 한다. 전원일기 식구들은 22년을 함께한 시절인연인 것"이라고 회상했다.
 
사실 <전원일기> 촬영 당시만 해도 배우들은 자신보다 훨씬 연령대가 높은 배역을 맡는 경우가 많았다. <전원일기>가 첫 방영되던 1980년 당시 양촌리 김 회장 역을 맡았던 최불암의 나이는 41세, 아내역의 김혜자는 40세, 심지어 일용엄니 역의 김수미는 32세에 불과했다. 요즘으로 비교하자면 현빈, 김래원, 손예진, 이다희 같은 배우들과 비슷한 연배에 장노년 역할을 한 셈이다.

김수미는 "우리 때에는 무슨 역할인지 미리 말을 안 해주고 몇 시까지 나와 하고 통보했다. 연습실에 가보니 박은수 선배 혼자 있더라. 박 선배가 '우리 한식구야'라고 하길래 '우리 부부예요?'라고 물었더니 '니가 내 엄마야'라고 하더라"고 밝히며 폭소를 자아냈다.

아들 역의 박은수는 김수미보다 2살 연상이었고, 일용엄니 역할을 처음 제의받을 때 그녀의 나이는 29세에 불과했다. 김수미는 "불쾌한 것보다도 왜 나한테 이 역할을 줬을까가 항상 의문이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제작진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최불암은 "김수미의 일용엄니 캐스팅은 정말 기발했다"고 극찬했다. 억척스러우면서도 개구지고 인간미가 넘치는 일용엄니는 김수미라는 명배우를 만나 생명력을 얻으며 명실상부한 <전원일기>의 최고 인기 캐릭터가 됐다.
 
최불암 "김수미의 일용엄니 캐스팅 정말 기발" 극찬    
 
<전원일기>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동포들에게도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그리운 고향의 정서가 담긴 드라마를 보면서 향수병을 달랜 동포들이 많았다고. <전원일기> 촬영을 보기 위하여 LA에서 견학을 오기도 하고, 외국인 며느리에게 <전원일기> 비디오 녹화 테이프를 보여주면서 '한국의 예절과 문화'을 가르치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이에 최불암은 "그만큼 <전원일기>는 한국인의 정서와 역사를 담은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전원일기> 촬영지였던 마을의 단골 슈퍼마켓 주인이 영상으로 인사를 전했다. 인표엄마로 불리었다는 가게 사장님의 모습을 배우들도 모두 알아보고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야외촬영 당시 대기실이 따로없던 그 시절에는 슈퍼마켓을 대기실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사장님은 <전원일기>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배우들이 사장님의 가게를 휴게실이자 사랑방처럼 이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1980년대만 해도 낙후된 동네여서 마땅히 밥 먹을 곳도 없어서 배우들이 우리 집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곤 했다. 배우들이 농담도 하고 책 보고 연습도 하고 그랬다"고 회상했다. 배우들은 사장님의 맛깔난 김치솜씨와 넉넉한 인심을 떠올리며 추억에 빠져들었다.
 
 tvN STORY 예능 프로그램 <회장님네 사람들>의 한 장면.

tvN STORY 예능 프로그램 <회장님네 사람들>의 한 장면. ⓒ tvN STORY

 
사장님은 유난히 고마웠던 분으로 김용건을 언급했다. "그 당시 라면 가격이 100원인데 김용건 선생님은 2500원을 주시곤 했다. 얼마나 고마웠겠나. 그래서 항상 그분이 안 오시나 기다리곤 했다"고 밝혔다. 김혜정은 김용건이 정이 많고 힝상 후배들을 잘 챙기는 자상한 선배였다고 증언했다.
 
사장님은 어느날  <전원일기> 촬영이 끝나며 갑작스럽게 맞이한 이별에 "말도 못하게 섭섭했다"며 서운함과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장님은 <전원일기> 배우들에게 전하는 영상편지를 통하여 "가슴이 뛰고 말이 잘 안 나온다. <전원일기> 배우님들에게 항상 고맙고 감사했다. 언제 다같이 다시 한번 놀러와달라"며 그리움을 전했다. 배우들은 흔쾌히 슈퍼마켓 사장님과의 재회를 약속했다.

최불암 '파~' 웃음의 탄생비화

배우들은 <전원일기> 추억의 에피소드와 명장면을 회상했다. 100회 특집으로 제작된 '흙바람'편에서 유인촌이 연기한 둘째 용식이 암울한 농업 현실에 좌절하여 아버지와 갈등을 빚었으나 결국 가족애로 다시 화해하는 장면은 당시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과 눈물을 이끌어낸 명장면으로 꼽힌다.
 
1980년대 당시 부자간의 심각한 갈등은 곧 전통적 가족들이 해체되는 시대상을 반영했다. 당시 아들의 반항과 원망에 충격을 받아 쓰러지는 김 회장을 열연했던 최불암은 "제일 괴로웠다. 연기지만 정말로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며 당시 극중인물들의 상황에 실제로 깊이 감정 이입을 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실제 나이 43살에 불과했던 최불암은 "앞으로 김 회장이 겪었던 이런 일들이 실제 내게도 다가오면 어쩌나라는 생각도 들더라"고 밝혔다.
 
박순천은 김 회장댁 막내딸이 가출했다가 돌아온 221회 에피소드를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았다. 큰오빠의 역의 김용건에게 뺨을 맞고 혼이 나 울면서 방으로 들어간 막내딸의 모습을 보면서, 당시 김 회장이 말없이 딸의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해주는 엔딩 장면은, 원래 대본에는 없던 최불암의 애드리브였다고. 당시 그 장면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던 박순천은 "그 장면 하나가 이야기의 모든 상황과 감정을 함축했다"며 크게 감탄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김용건은 당시 장면에 대하여 "막내딸이 만일 아빠한테 맞았다면 충격이 더 컸을 거다"라고 해석하면서, 장남은 군기반장 역할을 하고 웃어른이 다독이는 역할분담이 익숙했던 당시 한국 대가족 고유의 위계서열 문화와 시대상을 설명했다. 김수미가 "지금 시대에 오빠가 때리면 큰일날 걸?"이라고 지적하자 김용건은 "지금 같으면 동생에게 '한 대 때려도 되겠어요? 신고는 안 할 거죠?' 정중하게 물어보지"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불암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파~'웃음의 탄생비화도 소개됐다. 당시 극중 김 회장 내외는 노모(고 정애란)와 따로 방을 썼는데, 바로 옆방에서 아들 부부가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리면 노모가 혹시 외로움을 느낄까 걱정하여 김 회장이 손을 입으로 가리고 웃기 시작한 설정이 바로 전설의 '파' 웃음의 시초가 된 것.
 
 tvN STORY 예능 프로그램 <회장님네 사람들>의 한 장면.

tvN STORY 예능 프로그램 <회장님네 사람들>의 한 장면. ⓒ tvN STORY

 
최불암은 <전원일기>에서 후배들의 연기 지도는 물론이고 연출에도 적극 참여했다. 이계인은 "현장에서 배우들이 작가나 감독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최불암 눈치를 봤다. 어떤 장면을 보고 최불암이 인상을 쓰면 맘에 안 든다는 뜻이다"라고 폭로하며 최불암의 표정과 성대모사를 그대로 재현하여 폭소를 자아냈다. 이계인은 투덜대면서도 한편으로는 최불암으로부터 집중적인 연기 지도를 받으며 훌륭한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최불암은 섬세한 성격으로 현장에서 일일이 관리가 어려운 작은 소품까지도 꼼꼼하게 챙겼다고. 김수미는 문득 최불암에게 "왜 그렇게 소품을 못 먹게 했냐"며 밀린 설움을 털어놨다. 촬영 중 출출해서 소품으로 나온 곶감을 몇 개 챙겼던 김수미가 소품 담당자에게 들켜서 혼이 나고 있던 와중에, 최불암이 옆에서 불쑥 던진 말이 "소품 먹고 출세한 배우 없다"였다고. 출연자들은 일제히 박장대소했다.
 
김수미는 "그때 정말 섭섭했다. 지금도 곶감만 보면 슬프다"고 털어놨고, 최불암은 미안해하며 "당시에는 소품이 딱 그만큼 밖에 없어서 그랬다"고 해명했다. 김용건은 "소품팀이 녹화하기 전까지는 빈 그릇만 갖다놓더라. 녹화 전에 미리 다 집어먹으니까"라고 회상했다. 김수미는 "나 소품 먹고도 출세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드라마에서 김 회장댁 강아지 삼월이 역할로 출연한 한 강아지는, 다른 드라마에서 까맣게 색칠을 해서 재활용했다는 웃픈 에피소드도 있었다. 제작여건이 전반적으로 열악했던 1980년대 드라마 촬영 현장이었기에 벌어진 장면들이다.

목소리까지 변한 일용엄니 김수미
 
 tvN STORY 예능 프로그램 <회장님네 사람들>의 한 장면.

tvN STORY 예능 프로그램 <회장님네 사람들>의 한 장면. ⓒ tvN STORY

 
일용엄니의 환갑잔치 장면도 등장했다. 당시 아직 30대였던 김수미는 머리만 하얗게 염색했지만 주름 하나없이 팽팽한 모습이 지금 보면 귀여움을 자아낸다. 김수미는 할머니 역을 소화하기 위하여 아스팔트용 염색제로 치아를 까맣게 분장하는 열정을 발휘했다. 원래 갸날픈 음색이었다는 김수미는 일용엄니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목소리가 굵고 허스키하게 변했다고.
 
최불암은 일용엄니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보고 "저렇게 노래를 못 부르게 연기하는 게 더 어려운 것"이라고 김수미의 연기를 칭찬했다. 김수미는 환갑잔치 장면이 방송된 이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서 금반지와 현금, 의류 등 일용엄니에게 보내는 선물이 쏟아졌다는 일화를 회상했다. 일용엄니의 인기에 힘입어 김수미가 전국으로 사인회를 다니기도 했다고. <전원일기>의 높은 인기와 그 시절이기에 가능했던 팬들의 순수한 반응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극중에서도 유난히 바람 잘 날 없던 일용이네 패밀리는 당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하고도 현실적인 갈등을 잘 표현해내 김 회장네 못지 않은 높은 인기를 누렸다. 요즘으로 치면 츤데레같은 남편 박은수와 우직하고 뚝배기같은 며느리를 표현해낸 김혜정, 그리고 화끈하고 직설적이지만 정 많은 일용엄니의 조합은, 정말로 실제 가족같은 환상의 케미를 선보였다. 배우들도 캐릭터에 몰입하면서 극중 역할처럼 실제 부부-모자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고.
 
최불암은 "<전원일기>를 국민드라마라고 해주시는 데 우리 모두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드라마를 통하여 시대상과 각 세대의 사회문제를 쉽게 풀어낸 게 인기의 비결"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불암은 "그저 재미를 위한 드라마를 넘어 미래를 고민하며 임했던 작품이다. 앞으로도 제2, 제3의 <전원일기>같은 이런 작품이 또 나왔으면 좋겠고,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람들과 연기자들도 더 고민해서 책임감을 가지고 좋은 영향력을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며 대중매체의 사회적 메시지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했다.

최불암은 특별히 동료들을 위하여 준비한 '낙이불류 애이불비'라는 글귀를 전하며 즐기되 지나치게 휩쓸리지 말고, 슬퍼하되 비탄에 빠지지 말라는 '중용'의 의미를 전했다. 배우들은 기념사진과 함께 최불암의 글귀를 벽에 걸어놓으며 그 의미를 새겼다.
 
최불암이 먼저 자리를 떠나고 남은 배우들은 전원하우스에서 함께 즐거웠던 첫날을 마무리했다. 이튿날에는 새로운 두 여성멤버의 합류와 함께 출연자들이 본격적인 시골체험에 나서는 다음 이야기를 예고했다. 20년 만에 재회한 <전원일기> 출연진들이 보여준 국민드라마 뒷이야기와, 한 편의 걸작을 만들기 위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보여준 노력과 헌신이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회장님네사람들 일용엄니 김수미 최불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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