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지원은 2000년대 초반부터 영화 <동감> <가위> <폰> <색즉시공>, 드라마 <다모> <발리에서 생긴 일> 등에 출연하며 각광 받는 20대 배우로 활동했다. 그리고 2006년 드라마 <황진이>를 통해 만 28세의 젊은 나이에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정상에 우뚝 섰다. 하지원은 2009년 영화 <해운대>로 천만 배우가 됐고 <내 사랑 내 곁에>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영화에서도 최고의 전성기를 달렸다.

하지만 현재까지 많은 대중들이 기억하는 하지원의 대표작은 바로 2010년 판타지 멜로의 새 장을 열었던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다. <시크릿 가든>에서 가난하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스턴트 우먼 길라임을 연기한 하지원은 김주원 역의 현빈과 환상의 호흡을 과시했다. <시크릿 가든>은 최종회 시청률 37.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고 하지원은 <시크릿 가든>으로 SBS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을 포함해 4관왕에 올랐다.

하지원은 2009년과 2010년 천만 영화와 청룡 여우주연상, 시청률 37.9% 드라마에 출연하며 최고의 여성배우로 군림했다. 잠시 숨을 돌릴 법도 했지만 하지원의 부지런한 활동은 2011년에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원이 2011년 <시크릿 가든>의 차기작으로 선택한 영화는 관객들의 큰 지지를 얻지 못했다. '한국형 괴수 영화'를 표방했지만 완성도와 흥행에서 모두 큰 아쉬움을 남겼던 영화 < 7광구 >였다.
 
 <7광구>는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했음에도 전국 220만 관객에 그쳤다.

<7광구>는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했음에도 전국 220만 관객에 그쳤다. ⓒ CJ E&M

 
1960년대부터 꾸준히 제작된 한국 괴수영화

괴수영화는 호러 영화처럼 괴수의 등장 전까지 관객들을 긴장시킬 수 있고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관객들에게 '액션 쾌감'을 선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업영화로서 다양한 장점을 가진 장르다. 실제로 할리우드에서는 <킹콩>과 <쥬라기 공원> <콩> <램페이지> 등 괴수 영화가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제작비 등 상대적으로 할리우드보다 좋지 않은 환경에도 괴수 영화들이 꾸준히 제작되어 왔다.

최초의 한국형 괴수영화로 불리는 이순재 배우, 고 오영일, 고 남정임 주연의 1967년작 <대괴수 용가리>는 일본에서 특수촬영 전문가를 초빙해 단 3000만 원의 제작비로 만든 괴수영화다. 1999년에는 <영구와 공룡쭈쭈> <티라노의 발톱> 등을 만들며 괴수영화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던 심형래 감독이 전원 외국배우를 캐스팅해 만든 <용가리>가 개봉했다. 심형래 감독은 1999년 '신지식인 1호'에 선정되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은 대한민국 괴수영화의 짧은 전성기였다. 2006년에는 봉준호 감독이 세 번째 장편영화 <괴물>을 통해 당시로서는 한국 영화 최다 관객 신기록이었던 1300만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그리고 2007년에는 할리우드 진출을 노리던 심형래 감독의 괴수영화 <디워>가 개봉해 여러 논란에도 전국 840만이라는 좋은 성적을 올렸다. 2년 연속 괴수영화가 국내 극장가에서 최다 관객을 모은 것이다. 

하지만 <디워>의 미국 진출은 기대 만큼 만족스런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고 <디워> 이후 한동안 뜸했던 한국의 괴수영화는 2011년 < 7광구 >로 4년 만에 부활했다. 하지만 한국영화 중 최초로 아이맥스 3D로 개봉한 < 7광구 >는 평단과 관객들의 혹평 속에 전국 220만 관객에 그치고 말았다. < 7광구 >의 제작비가 130억 원에 손익분기점이 400만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 7광구 >는 분명 실패한 영화였다.

< 7광구 > 이후 다시 자취를 감췄던 한국의 괴수영화는 2018년 허종호 감독의 <물괴>를 통해 7년 만에 부활했다. <물괴>는 김명민과 혜리, 최우식, 이경영, 박희순, 박성웅 등 인기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120억 원이 넘는 총 제작비를 투입할 정도로 많은 공을 들인 작품이었다. 하지만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괴수영화 <물괴>는 전국 73만 관객에 그치며 배우들과 제작사에 큰 상처만 남긴 영화가 됐다.

<아바타> 쫓으려 했던 윤제균 감독의 실수
 
 '천만 배우'하지원이 <시크릿가든>의 차기작으로 선택한 <7광구>는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 되지 못했다.

'천만 배우'하지원이 <시크릿가든>의 차기작으로 선택한 <7광구>는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 되지 못했다. ⓒ CJ E&M

 
지난 2009년 연말 아이맥스 3D로 개봉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가 문제였다. <아바타>의 대성공을 목격한 윤제균 감독과 JK필름에서는 <아바타>에 버금가는 아이맥스 3D 영화를 만들려 했고 그렇게 탄생한 영화가 < 7광구 >였다. 하지만 < 7광구 >는 내용이나 CG기술 등에서 <아바타>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완성도가 떨어졌다. 결국 한국의 아이맥스 3D 영화는 2018년 <신과 함께: 인과 연> 전까지 7년 간 자취를 감췄다. < 7광구 >가 개봉하기 2년 전 <해운대>로 천만 배우가 된 하지원에게 100억이 넘는 제작비를 쓰고도 220만 관객에 그친 < 7광구 >는 쓰라린 기억이다.

< 7광구 >에서는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금방 눈치챌 수 있는 허점들이 꽤 많이 보인다. 특히 이정만(안성기 분)은 대원들에게 괴물에 대해 "24시간 동안 1200도의 고온으로 열을 가해도 죽지 않는다"는 설명을 한다. 하지만 정작 이정만은 괴물과 싸울 때 괴물이 불에 잘 견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라이터와 화염방사기 등을 사용해 괴물의 몸에 불을 붙인다. 관객들에게 시각적 만족감을 주기 위해 설정을 깨버린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 7광구 >는 흥행성적도 좋지 않았지만 포털사이트 기자 및 평론가 평점 4.30점, 네티즌 평점 3.34점을 받았을 정도로 평단과 관객들의 평가가 공통적으로 좋지 않았다. 이동진 평론가는 "소재만 있었지, 할 이야기 자체가 없었던 영화"라는 한 줄 평과 함께 10점 만점에 3점을 줬고 모 네티즌은 평점 1점과 함께 "영화 후반부 쯤부터 괴물을 응원하는 나를 보았다"라는 댓글을 남겨 20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 7광구 >가 개봉한 지 3년이 지난 2014년 < 7광구 >처럼 시추선을 배경으로 한 의문의 살인사건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 한 편이 국내에서 개봉했다. < The Rig(굴착장치 >라는 원제를 가진 이 영화는 국내에서 < 8광구: 몬스터의 부활 >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는데 전국 294명의 관객에 그치며 조용히 사라졌다(재미 있는 사실은 < The Rig >의 제작시기가 < 7광구 >의 개봉보다 빠른 2010년이었다는 점이다).

극한의 공포에도 관객들 웃긴 박철민의 희생
 
 박철민은 <7광구>에서도 '감초배우'로서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박철민은 <7광구>에서도 '감초배우'로서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 CJ E&M

 
괴수영화에서는 관객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웃음을 책임지는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 7광구 >에서는 이 역할을 '감초연기의 달인' 박철민이 맡았다. 박철민이 연기한 도상구는 등 뒤에서 괴물이 나타난 것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주저 앉는데 괴물 앞에 쌓인 박스 때문에 시야가 가린 이정만은 도상구에게 "박스 치워"라고 명령한다. 하지만 이를 "박수 쳐"로 들은 도상만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열심히 박수를 치며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지금은 드라마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영화에도 많이 출연했던 차예련은 < 7광구 >에서 시추선에 함께 탑승한 해저생태 연구원 박현정 역을 맡았다. 박현정은 통신담당관 장치순(박영수 분)의 구애를 받다가 높은 곳에서 추락해 사망하는데 이 때문에 치순이 대원들로부터 범인으로 오해를 받는다. 하지만 박현정은 새로운 자원을 연구하던 이정만과의 의견차이 때문에 말다툼을 하던 끝에 밑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짧은 시간에 여러 인물들이 차례로 목숨을 잃으며 스토리에서 퇴장하는 < 7광구 >에서 가장 먼저 희생되는 인물은 시추선의 막내대원이었던 윤현우였다. 해저장비 매니저 해준(하지원 분)은 현우와 함께 장비 수리를 위해 바다로 들어가지만 현우는 무언가의 습격에 의해 바다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가 목숨을 잃는다. 현우 역을 맡은 배우는 지난 9월 18일 종영한 <현재는 아름다워>에서 현재의 형 윤재를 연기했던 오민석이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7광구 김지훈 감독 하지원 한국 괴수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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