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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와 관련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참석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와 관련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참석해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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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데 필자 또한 북한의 '경제위기'에, 수년, 아니 연구자가 된 이후로 최근까지도 그 모호한 단어에 기대왔다. 그나마 '북한붕괴론'에는 선을 그어왔지만, "이대로라면", "3년 안에", "5년 안에" 버티기 힘들 것이라 말해왔다. 그러나 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이 말을 의심하게 됐다.
 
이 글은 북한 경제의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을 기존 주류와 같은 결과론적 붕괴론이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한 답을 구할 것을 제안한다.
 
북한의 경제위기,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나
 
북한의 경제위기는 그 기원을 헤아리기 어렵다. 1990년대 중반의 식량난과 에너지·원자재난이 현재의 위기를 설명하는데 주로 언급되지만, 실상은 1950년 한국전쟁 이후 북한 경제는 정상적으로 작동된 바 없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북한을 적성국으로 제재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한반도 정전체제가 지속됨에 따라 과도한 국방비가 지출되었고 1960년대 중소분쟁 속에 자립경제 노선을 추진하며 부족의 경제가 일상화되었다.
 
그나마 유지되던 국가 중심의 공급체계는 1990년대 소련의 붕괴와 동유럽 사회주의의 체제전환, 그리고 1990년대 중반 연이어 발생한 자연재해로 인해 식량난과 에너지난, 원자재난이 중첩되며 붕괴되었다. 물론 평양과 핵심 공장·기업소는 국가의 공급이 유지됐지만 지방의 공장가동률은 20~30%로 알려졌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여기에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며 북한은 정치와 경제, 사회 전반에서 국가적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1990년대 중반의 위기는 '북한붕괴론'으로 이어졌다. 당시 대다수의 언론뿐만 아니라 다수의 연구자 또한 북한의 붕괴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은 소위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쳐 '선군정치'라는 군사 우선의 통제전략으로 이 시기를 버텨냈다. 다만 국가의 중앙공급체계는 상당부분 붕괴되었고 그 자리를 시장이 차지하게 된다.
 
두 번째 위기는 2016년 북한의 두 차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유엔 안보리가 '이전에 없던' 강력한 대북 경제제재를 감행하며 나타났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분명 이전에 없던 강력한 것이었다. 대북제재는 북한의 수출을 강력히 통제했으며 원유 등 일부 품목에만 쿼터량을 정해 수입을 허용했다. 또한, 미국 국무부가 북한과의 무역을 달러의 힘으로 통제했으며 북한의 외화 수입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해외 노동자 파견도 불허됐다. 무엇보다도 북한 무역의 95%를 차지하는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함으로써 제재의 효과 또한 강력했다.
 
북한 위기론에 거리를 두고 있었던 필자 또한 이러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실효적으로 이행된다면, 북한이 더 이상 견뎌내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대북제재가 거의 완벽하게 이행된 것과도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바로 코로나19가 발생한 것이다.
 
역설적으로...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증명된 북한 체제의 내구력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6월10일 평양시위생방역소의 일꾼들이 최대비상방역상황에 대처하여 주민들에 대한 검역,검진사업을 보다 엄격히 하고 악성전염병전파를 완벽하게 차단하며 최단기간내에 그 근원을 철저히 소멸하기 위한 집체적협의를 심화시키고있다고 보도했다. 2022.6.10
▲ 북한 평양시위생방역소, 주민들에 검역,검진 강화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6월10일 평양시위생방역소의 일꾼들이 최대비상방역상황에 대처하여 주민들에 대한 검역,검진사업을 보다 엄격히 하고 악성전염병전파를 완벽하게 차단하며 최단기간내에 그 근원을 철저히 소멸하기 위한 집체적협의를 심화시키고있다고 보도했다. 2022.6.10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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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자 2020년 2월 북중국경을 과감하게 봉쇄했다. 코로나19의 북한 유입을 막기 위한 조치였지만, 이는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조치이기도 했다. 필자는 북한의 국경봉쇄로 인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거의 완벽하게 이행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북한의 국경봉쇄가 지속된다면 북한에는 '정말로' 감당하기 힘든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 상황을 2년 7개월간 버텨내고 있다. 전 세계 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분명 체제 붕괴를 논할 상황은 아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필자는 북한의 위기가 가중되고 그 결과로서 체제 위기를 상정한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북한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해 내고 있는 원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기의 극복인가, 아니면 위기의 관리인가 
 
북한은 대북제재로 인한 위기를 극복했는가? 그렇지 않다. 이 위기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필자는 북한이 위기를 적절히 '관리하고 있다'라고 말하고 싶다.
 
이러한 평가는, 기존에 당연하다는 듯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먼저 북한의 '자립경제' 노선이다.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미국으로부터, 그리고 한동안은 소련과 중국으로부터 주체를 선언하고 자립경제 노선을 추구해 왔다. 이 자립경제 노선은 내부 자원을 최대한 동원해 외부로부터의 지원 없이도 경제를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외부의 지원 없이 경제를 유지한다고? 그것이 가능한 것인가? 필자를 포함에 많은 사람들이 자립경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스스로, 혹은 외부의 조건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이 노선을 상당 기간 지속해 왔다.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관점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치부할 수 있지만, 북한은 이를 완벽하진 않다해도 상당 부분 그들 경제의 작동원리로 운용해 온 것이다.
 
모든 것을 내부 자원으로 대체할 수 없는 북한 경제에서 자립경제 노선은 분명 부족의 경제를 일상화한다. 하지만 북한이 위기가 일상화된 국제환경 속에서 이에 대응한 '전시적' 메커니즘을 내재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가 자립경제 노선의 한계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그것이 불가피했던 북한의 관점과 실제를 애써 무시한 것은 아닐까? 북한은 부족의 경제를 감내하더라도 자립경제 노선을 유지함으로써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 것 아닐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구조하에, 지금의 북한과 북한 경제를 '위기의 관리'라는 관점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전국적으로 활성화된 시장이 부족의 경제 속에서 그나마 있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가능케 한 점 또한 염두에 둬야 한다.
 
또 한 가지 가능성은 외부로부터의 자금 유입이다. 이는 확인할 수 없는 합리적 의심의 영역이다. 북한은 북한 원화뿐만 아니라 달러와 위안화가 통용되는 '글로벌' 화폐경제이다. 북한 원화에 대한 불신으로 인한 결과이지만 이 또한 북한 경제의 한 축이다. 필자는 외부로부터 달러, 혹은 위안화의 유입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외부로부터 외화 유입이 가능하다면 분명 북한 경제의 위기를 감쇄하는 기제로 작동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에서 조선로동당의 지배는 유효한 것으로, 또 한국전쟁 이후로부터 구축된 사회통제 체제는 여전히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은 역설적으로 북한의 이완된 통제체제를 다시 복원시키는, 그러니까 통제를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관련 기사: '코로나19의 역설, 북한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http://omn.kr/1z03o)
 
북한의 '경제위기'는 현재진행형이지만... '붕괴론' 재평가 필요하다
 
오늘날에도 북한의 경제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그 위기가 계속되면 북한이 붕괴할 것이란 생각은 재평가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북한 경제의 위기로부터 무엇을 예상하고 또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분명 북한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위기에 처해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위기가 북한 체제의 위기로 이어지고, 그 결과로 개혁개방에 나설 것이란 우리 사회의 기대는 분명 재평가될 필요가 있다. 아마도 지금과 같은 전 세계적 경제위기, 세계화가 위축되고 자국우선주의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생존의 DNA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실에서도, 북한이 힘들기 때문에 우리의 지원을 받을 것이란 기대, 대화에 응할 것이란 기대는 깨어진지 오래다. 보다 근본적인 신뢰 회복의 방안이 모색되지 않는 한, 한반도에서의 안보 경쟁과 남북관계의 경색 국면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태그:#북한, #경제위기, #자립경제, #대북제재,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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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정일영 연구교수입니다. 저의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입니다. 주요 저서로는 [한반도 오디세이],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평양학개론], [한반도 스케치北], [속삭이다, 평화] 등이 있습니다. E-mail: 4025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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