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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그룹 '꽃중년의 글쓰기'는 70년대생 중년 남성들의 사는 이야기를 다룹니다.[편집자말]
주말 오후, 아내와 테이블에 앉아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 곧 칠순을 앞둔 장인어른을 위한 가족여행부터 첫째가 다니는 수학학원 변경 문제까지 바쁜 평일에는 나눌 수 없는 가족의 대소사를 의논했다. 그러던 중 아내가 갑자기 로또 이야기를 꺼냈다.

"어휴. 사는 게 왜 이리 퍽퍽한지. 로또라도 사야겠어. 이번 달도 이것저것 내고 나면 남는 것도 없네."
 
로또에 당첨되어도 회사는 다니라는 아내의 말
▲ 로또 로또에 당첨되어도 회사는 다니라는 아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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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깊은 한숨에 내 마음도 무거웠다. 맞벌이 15년 차이건만 매번 월급은 통장을 찍고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연차가 쌓여감에 비례해서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교육비는 더욱 커져만 갔다.

"그러게. 복권이라도 당첨되면 당장이라도 회사 관둘 수 있으련만."
"무슨 소리야. 요즘 당첨금이 얼마나 된다고. 정년까지 계속 다녀야지. 사람이 생각이 없어."


아내의 부릅뜬 두 눈을 바라보며 얼른 알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여기서 더 언급했다가는 다가올 어두운 미래를 경험적으로 알기에 화제를 얼른 바꾸었다.

말 그대로 꿈같은 로또 당첨에 관한 이야기로 괜히 마음만 싱숭생숭했다. 나이 앞에 숫자가 '5'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시점에 퇴직은 그리 가깝지도 멀지도 않았다. 그래서인지 요즘 '퇴직'이라는 두 단어가 계속 머릿속에 들어왔다.

최근 경제적 자립을 통해 빠른 시기에 은퇴하려는 '파이어족'이 사회적으로 큰 쟁점이 된 것을 보면 비단 나만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하루에도 몇 번씩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퇴직 후에 무엇을 할지 뾰족한 수가 없기에 그저 생각에만 머문다.

하지만 나에게는 파이어족이 되는 것보다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편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듯하다.

회사 안은 전쟁터, 회사 밖은 지옥

처음 회사에 입사하고 배치된 부서에서 3년 정도 근무를 했다. 그때 부서원들끼리 마음이 잘 맞아서 사적 모임을 만들었고, 이후로도 꾸준히 만나왔다. 그 사이에 하나, 둘 퇴사를 하더니 이제는 퇴사자와 재직자의 비율이 절반 정도가 되었다.

만나면 옛날 이야기로 즐겁지만 가끔은 분위기가 무거워지기도 했다. 바로 퇴직 이후의 삶을 꺼내 놓을 때였다. 최근 모임도 웃고 떠들다가 갑자기 어두워졌다.

재무에도 밝고, 사회 돌아가는 것에도 관심이 많았던 회사 선배 A는 퇴직 후 곧바로 부동산업을 시작했다. 서울 강남에 사무실도 차리고 자신감 넘쳤던 모습이 선한데 최근에 문을 닫았다고 했다. 몇 년간 잠도 줄이며 회사 다닐 때 이상으로 열심히 일했건만 역부족이었단다.

이리저리 치이기만 하다가 실적도 못 내고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며 한숨을 쉬는데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부쩍 늘어난 주름으로 그간의 마음고생을 알 수 있었다.

옆에서 말없이 소줏잔을 들이켜던 퇴직한 선배 B도 비밀을 털어놓았다. 퇴직금 일부를 투자해서 치킨집을 열었지만 채 1년도 유지하지 못하고 폐업을 했단다. 처음에는 장사도 잘 되고 좋았지만, 주변에 경쟁업체가 생기며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서 결국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눈을 동그랗게 뜬 우리를 바라보며 그래도 큰 손해를 보지는 않아서 다행이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선배 B는 어느 유명 드라마 속 대사까지 인용하며 회사 안은 전쟁터이지만 나가보니 회사 밖은 지옥이라고 했다.

선배 A까지 맞장구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우리에게 지금부터 준비하라는 말을 강조했다. 퇴직 후에 무언가 되겠지 막연한 생각만으로는 죽도 밥도 되지 않는다며 한 소리로 입을 모았다.

돌아오는 길에 복잡한 마음으로 싱숭생숭했다. 퍽퍽한 현실에 회사 다니기 싫다며 어린아이 같은 투정만 부렸지, 정작 다가올 퇴직을 위해서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

퇴직 이후의 삶, 지금부터 준비하자
 
퇴직 이후의 삶은 지금부터 준비가 필요하다.
▲ 퇴직 퇴직 이후의 삶은 지금부터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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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퇴직 이후에는 최소한 무엇이 필요할까. 2020년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신중년(5060) 경력설계 안내서'를 발간했는데 그 안에는 다섯 가지 사항이 적혀 있었다.

첫째, 은퇴 후 변화에 대비하기였다. 퇴직 후에는 소속감이 사라지므로 봉사단체 등 사회 연결고리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고, 새로운 생활 리듬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둘째, 나다운 삶을 위한 직업 선택하기였다. 청년과 달리 여러 직업을 경험하기 쉽지 않으므로 신중한 선택이 필요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신중년 3모작 패키지'이나, 정부 구직 지원프로그램, 워크넷 등 취업 정보 사이트를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셋째, 경제적으로 탄탄히 준비하기였다. 아무래도 퇴직 후에는 소득이 기존보다 줄어들기 때문에 철저하게 재무 상태를 파악하고 소득과 지출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확실한 경제적 노후 대비는 '일하는 것'임으로 비정기적인 일거리로 수행해보길 권했다.

넷째, 주변과 풍요로운 관계 맺기였다. 기존보다는 관계가 줄어들기에 고독과 우울감에 빠지지 않도록 친목 모임이나 취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여가와 건강 알차게 챙기기였다. 여가 활동은 중후반기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꾸준히 식습관도 관리하고 운동과 정기 건강검진 등으로 건강한 노후에 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보면 뻔한 답일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의미가 있었다. 특히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서 미리부터 점검하고 계획을 세워야 했다. 노후에 최소한 필요한 생계비용은 월 300여만 원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데, 들어놓은 연금 외에 별다른 수입이 없기에 일거리가 필요했다.

그러다 최근 친한 선배로부터 노후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알게 되었다. '산림치유사'라고 숲에서 사람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일이었는데 관심이 갔다. 국가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관련 학부 과정을 이수해야 해서 사이버 강좌도 듣고, 나중에 대학에서 보수 교육도 받아야 했다. 최종 관문은 국가시험이었다.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았지만, 잘 되면 퇴직 후에도 공백없이 일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경제 활동도 건강해야 가능하기에 꾸준히 운동하고 주변 지인들과의 관계도 계속 잘 유지해 나가야겠다. 취미 활동도 필수인데 나에게는 글쓰기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므로 규칙적인 습관으로 만드는 게 중요할 것 같다.

퇴직 이후의 삶을 생각해보니 또다시 마음이 바빠졌다. 현실을 투정하고 불평할 시간에 미래를 위해서 하나라도 더 챙겨야겠다.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어떻게든 살아내겠지만, 그 이후의 삶은 보장된 것이 없었다. 누가 얼마나 더 준비하느냐에 따라 남은 삶이 행복하냐 마느냐가 달려 있었다. 그날을 위해서 지금부터 하나씩 준비를 해나가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러그와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시민기자 그룹 '꽃중년의 글쓰기'는 70년대생 중년 남성들의 사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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