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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지킴이로 활동 중인 김은혜(앞), 이경송(뒤) 모습.
 소녀상 지킴이로 활동 중인 김은혜(앞), 이경송(뒤) 모습.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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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이경송 : 100만 원
피고인 김은혜 : 100만 원


서울 종로구 평화로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허가가 나지 않은 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소녀상 지킴이 이경송(26)씨와 김은혜(25)씨가 지난 19일 법원으로부터 선고받은 벌금 액수다.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박희근 부장판사는 이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소녀상 지킴이' 8명에 대해 각각 벌금 30만 원에서 200만 원을 선고했다. 8명 중 6명은 이씨와 김씨를 포함해 소녀상 지킴이로 활동하거나 지금도 활동하는 이들이다. 나머지 2인은 당시 현장에 함께했던 일반 시민과 진보 성향의 유튜버다. 

이들은 지난 2020년 6월 23일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극우단체에 맞서 소녀상에 줄을 묶고 연좌농성을 진행했다. 당시 'ㅈ연대' 등 극우단체 회원들은 소녀상 인근에서 진행되는 수요시위 장소를 선점하기 위해 종로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먼저 냈다. 이 때문에 6월 24일 진행된 수요시위는 원래 장소에서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 열렸다.

그러나 이씨와 김씨를 비롯한 소녀상 지킴이들은 소녀상 곁을 떠나지 않고 연좌농성을 택했다. 극우단체는 소녀상 지킴이들을 집해방해죄 및 코로나방역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검찰은 당초 이들을 벌금형에 약식기소했지만 김씨 등은 이에 불복, 정식 재판을 청구해 2년 가까이 재판이 이어졌다.

소녀상 지킴이들은 당시 연좌 농성이 보수 단체들의 소녀상을 훼손을 막기 위한 정당한 행위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지난 21일 수요시위가 끝난 후 이경송‧김은혜씨를 만났다. 아래는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판사가 고개를 들지 못하더라"
 
지난 21일 낮 12시께 소녀상 모습. 경찰 펜스가 둘러쳐져 있다.
 지난 21일 낮 12시께 소녀상 모습. 경찰 펜스가 둘러쳐져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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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에서 벌금 100만 원 선고를 받았을 때 심경은?

이경송 : "처음부터 크게 기대를 안 했다. 다만 재판정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판사가 고개를 푹 숙이고 우리가 나갈 때까지 진짜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선고를 하더라. 목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게 말하면서.

그날 단독재판이라 우리도 재판정에 미리 들어가 차례를 기다렸다. 자연스럽게 앞에 있는 재판들을 볼 수 있었다. 그때만 해도 판사가 큰 목소리로 피고인들을 향해 '앞으로는 잘해라. 새로이 기회 준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런데 우리 차례가 되니 아예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내가 볼 때 본인도 부끄러웠던 거 같다. 그런 판결을 내리는 상황이."

김은혜 : "솔직히 우리 선고 직전까지 당당했던 판사의 모습을 보면서 기대한 면도 있었다. 어쨌든 학교에서 배운 대로라면 법은 정의의 편이니까. 결국 법을 집행하는 판사도 일본 정부를 옹호하는 친일극우 무리에 대해 잘못을 꾸짖고 우리를 옹호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일본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소녀상 지킴이들에 대해 법원은 기계적인 중립성만 앞세우며 집시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만 따지더라. 판사는 친일극우 무리가 소녀상 앞에서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말을 하는지 알고는 있을까 싶었다."

- 극우세력이 소녀상 앞에서 어떤 말과 행동을 했나?

김은혜 :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 대한 왜곡된 발언은 기본이다. 소녀상 지킴이들을 향해서도 막말과 위협적인 행동을 일삼는다. 실제로 한 극우단체 대표는 소녀상 지킴이들을 향해 '농성장 뒤편에서 뭘 하는 거냐. 침대가 있냐. 자위하냐' 이런 식으로 언어 성폭력을 저질러 우리가 고발한 적도 있다. 또 다른 극우유튜버는 유튜브 생중계를 하면서 자신의 승합차를 몰고 소녀상 지킴이를 향해 돌진하기도 했다. 다행히 지킴이가 미리 피해 위협으로 그쳤지만 큰일 날 뻔한 상황이 발생한 거다."

- 그런 어려움에도 소녀상을 지키고 있는 이유는?

이경송 : "사실 소녀상 옆에 우리가 없는 모습이 이제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소녀상을 사수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소녀상이) 얼마나 많은 테러를 당할까. 또 정부도 소녀상을 없애기 위해 얼마나 또 갖은 꼼수를 부릴까. 하지만 진짜 결정적인 이유는 여기 평화로에 있는 소녀상이 침탈당하는 순간 전국에 있는 소녀상이 전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 소녀상이 없어지면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의 요구를 쉽게 들어줄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을 위한 최전선이 이곳이라고 보면 된다."

"소녀상 지키는 이들만 처벌 받아"
   
2021년 11월 3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앞에서 1516차 일본군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는 가운데, '반일 종족주의' 공동저자인 낙성대연구소 이우연씨가 집회장 부근에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며 태극기, 일장기를 흔들고 있다.
 2021년 11월 3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앞에서 1516차 일본군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는 가운데, "반일 종족주의" 공동저자인 낙성대연구소 이우연씨가 집회장 부근에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며 태극기, 일장기를 흔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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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수요시위 현장도 여러 극우단체가 모여 소녀상 주변을 에워싼 채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며 집회를 했다.

김은혜 : "여전히 수요시위를 소녀상 옆에서 하지 못하고 있다. 극우단체들이 전부 주변을 선점한 탓에. 이제는 매주 수요일이면 몇 곳에서 극우단체 집회를 진행하는지 제대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극우단체끼리도 모였다고 흩어지고 또 결합하고. 오늘(21일)만 해도 소녀상 주변으로 연합뉴스 쪽에 한 곳, 바로 옆에 한 곳, 호텔 앞쪽에서도 엄마부대가 와서 하고 있다. 최근에는 또 새로운 극우 유튜버가 나타나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 왜 이들에 대한 행동이 제어가 안 된다고 생각하나?

이경송 : "2018년 4월부터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해오고 있다. 벌써 4년 5개월이 넘었다. 그사이 벌금형까지 받아서 빨간줄(전과기록)이 그어졌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고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극우 무리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나. 소녀상 지킴이들에 대한 성희롱 발언에 대해서만 죄가 인정돼 벌금형을 받은 걸로 알고 있다. 이들이 집회 신고를 내고 소녀상 앞에서 선보이는 폭력적인 언사와 행동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이들의 왜곡된 발언에 대해 처벌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추석 때 침탈했던 것도 다르지 않다. 먼저 집회신고를 냈다는 이유로 늦은 밤 갑자기 밀고 들어와서 소녀상 지킴이들을 밀치고 넘어뜨렸다. 경찰들은 소녀상 지킴이들이 폭행을 당하는데 뒤늦게 폴리스라인을 쳐 양쪽을 떼어놓는 데 그쳤다. 그러니 집회신고만 내고 와서 법을 지킨다고 떠들면서 친일반민족 구호를 끊임없이 외치는 거다." 

김은혜 : "이들 사이에 소녀상 앞에서 싸우면 '대통령 라인'을 탈 수 있다는 소문도 난 것 같다. 실제로 지난 추석 연휴 때 소녀상을 침탈하려던 극우단체 김아무개 대표가 최근에 대통령실로부터 추석 선물을 받지 않았나. 극우 유투버 안아무개씨도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를 받고. 그러니 이쪽으로 계속 와서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며 소녀상에 대한 침탈을 이어가는 것 아니겠나."

2020년 6월 극우단체의 평화로 일대 집회 선점 이후 수요시위가 이어질 때마다 극우단체 회원들과 극우성향의 유튜버들은 소녀상으로 몰려와 소란을 피우고 있다. 이들은 '돈 받고 서비스한 일본군 위안부 웬 성노예?'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집합 금지 기간인데 왜 모여서 이런 걸 하느냐"라고 확성기를 들고 외치기도 했다. 

이들 중에는 일장기를 들고 소녀상 주변을 배회하는 무리도 있다. 대표적인 인사가 <반일종족주의> 공동저자인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다. 이씨는 2021년 11월 열린 1516차 수요시위 현장 바로 옆에서 일장기를 흔들었다. 당시 그는 '수요시위 현장에서 일장기를 흔드는 건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무례한 일 아니냐'라는 질문을 받고 "다수가 옳다고 하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 않냐"면서 "수요시위가 옳지 않다는 걸 보여주려고 (일장기를 흔드는 시위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 해결 방법이 없을까?

김은혜 : "극우단체 대표 김아무개씨가 매년 5.18이 되면 광주에 가서 집회를 했었다. 그런데 2020년 광주시가 이를 불허했고, 광주지법도 '집회의 성격과 목적, 코로나19 감염 상황 등에 비춰 광주시가 자유연대에 한 처분의 집행을 정지할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광주시의 손을 들어줬다. 그 뒤로는 집회를 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사례가 소녀상 앞에서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은 누가 봐도 다 알지 않나. 극우단체 회원들이 여기에 와서 무슨 발언을 하고 난장을 피우는지. 그런데도 왜 서울시와 종로경찰서는 이들에 대한 집회를 계속해서 허가해주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21일 오후 소녀상 북단에서 집회를 이어가는 엄마부대 모습.
 지난 21일 오후 소녀상 북단에서 집회를 이어가는 엄마부대 모습.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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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두 사람은 한 목소리로 "시민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힘을 모아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소녀상을 지키는 사람들은 처벌을 받고 있다. 반면 소녀상을 훼손하려는 사람들은 '법이 없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러한 상황을 방관해야 하나.

나는 지금이야말로 우리 시민들이, 친일극우 무리의 망언과 망동에 맞서 더 하나된 목소리를 낼 때라고 본다. 박근혜 정권 당시 촛불집회 때 극우 세력의 집회도 진행되지 않았나. 하지만 촛불의 힘이 워낙 거대하니 고립됐다. 저들의 목소리 역시 시민들이 힘을 모으면 분쇄시킬 수 있다. 나는 그 시기가 지금이라고 본다. 많이들 힘을 모아주셨으면 좋겠다."

소녀상 지킴이들이 시민들과 함께하는 정기집회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각각 오후 12시와 5시에 서울 종로구 평화로 소녀상 앞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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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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