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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C! 왜 자꾸 떨어져?"

오전 쉬는 시간, 격앙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올해 들어 크게 변하지 않는 비슷한 레퍼토리로 대화가 흘러간다. 러시아가 미쳤네. 주가가 미쳤네. 환율이 미쳤네. 내가 미치겠네... 모든 게 미쳐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궛전을 맴돈다.

이전에도 그랬고 나중에도 그럴 테지만, 요즘 주식 시장은 도통 알 수가 없다. 종합 지수는 작은 반등을 준 후 힘없이 흘러내리고 특별한 호재가 있는 종목을 제외하면 대부분 맥을 못 추고 있다. 그나마 돋보였던 '태조이방원(태양광, 조선, 이차전지, 방산, 원자력)'도 최근엔 힘이 좀 빠졌다.
  
주식 시장은 오늘도 제 맘대로...
 주식 시장은 오늘도 제 맘대로...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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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인지라 긴 기간 '태조이방원'을 전적으로 받들고 있던 투자자가 아니라면 자꾸 밀리는 전세에 조바심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한민국 주가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태조이방원의 선방만으로는 지수를 끌어 올리는 것도 힘겹다.

커피를 타고 간식을 먹으러 오고 가는 길에 간간이 "어떻게... 잘 돼가?"라는 질문이 오간다. 서로가 주식 투자를 하고 있음을 알다 보니 자연스레 상대방의 상황이 궁금해진다. 이는 각자가 그리 다르지 않은 상황임을 확인하면서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를 건네고, 그와 동시에 자신도 안도하는 과정이다.

그렇게 한동안 한탄을 풀다 보면 쉬는 시간이 끝났다는 종소리가 두터워지고 있는 동지애 사이로 파고든다. 그러면 모두가 일이나 하자며 마지막 한숨을 쏟아내고 각자의 모니터로 고개를 돌린다. 미쳐가고 있는 투자 환경에 끝이 없을 것 같았던 한탄은 그렇게 일상의 종소리에 잦아든다.

뉴스 기사에 대한 다른 시선

뉴스를 보면 이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1조4000억 원 이상 매수했다고 한다. 그런데 뉴스의 뉘앙스가 이상하다. 겁 없는 개미들, 눈물의 물타기, 탈출이 불가능한 상황. 마치 삼성전자가 거대한 덫이고 여기에 걸린 겁 없는 투자자들이 참 안 됐다는 듯한 투다.

그 '참 안된 사람' 중에 나와 몇몇 지인도 있는데, 뉴스와 실상은 온도 차가 좀 많이 난다. 우리는 어쩌지 못해 물을 타지도 않을 뿐더러 탈출할 생각도 없다. 게다가 너무 겁이 많아 ETF와 대형 우량주를 조금씩 더 살 뿐인 우리로선 겁 없다는 평가가 다소 의아하다.

언론의 감흥과는 다르게 나는 삼성전자에 1조 원이 넘는 개인들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데 다른 감흥을 느낀다. '다들 크게 무리하지는 않는구나' '모든 개인 투자자가 단기간에 한 방을 노리고 주식 투자를 하고 있지는 않구나', 뭐 이런 생각들이다.
   
우리 투자자들이 이렇다고? 정말?
 우리 투자자들이 이렇다고? 정말?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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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적지 않은 돈이 투기성 종목에 몰리기도 하고 매수에 동원된 돈이 빌린 돈인 경우도 많겠지만, 주가가 출렁이는 이 시기에 ETF와 대형 우량주에 적지 않은 돈이 쌓여 간다는 것은 그만큼 주식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는 반증이기도 할 테다.

확실히 요즘 조금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채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도 늘고 있고 묵묵히 S&P500과 나스닥100을 모으고 있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증시로 유입됐던 많은 투자자의 다양한 투자 경험이 장기적 관점을 탑재한 투자 스타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역시 사람은 살기 위해 현명해지고 살아남은 사람은 한층 더 현명해지는 듯하다. 이런 장세에서도 투자를 이어가는 우리 개인 투자자들의 이야기다.

저희는 괜찮습니다만

쉬는 시간 10분 동안 한탄과 비난과 열의를 뿜어내던 우리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에 진심이다. 하지만 그 진심의 밑바닥엔 절제가 자리한다. 덕분에 일상의 밸런스에도 도가 튼 모습이다. 깊기만 한 줄 알았던 한숨 속엔 더는 꺼지지 않는 바닥이 있었고 일상의 탄탄함이 만들어낸 절제라는 단단한 벽도 있었다. 주식 시장이 끝없이 상승할 것 같았던 시절, 세상모르고 선을 넘던 치기가 많이 사라졌다고나 할까.

테마주에 팔랑대던 나만 해도 그렇다. 코로나 이후, 몇 번의 큰 하락에도 신기하게 단 한 번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이전에 워낙 많이 데여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도 신기해할 만큼 의연했다. 그런데 이게 비단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코로나 이후 있었던 급격한 상승 후의 지난한 하락 속에서 많은 사람이 겸손해졌고 안정적인 투자를 견지하고 있다. 참 다행이다.

아무리 주식 시장이 미쳐 날뛰어도 삶은 이어진다. 직장인에게 삶의 큰 부분은 회사에 있고 맡은 바 본분을 다하는 성실한 직장인들은 주가를 보고 갑갑했던 마음을 다스릴 줄 안다. 모두가 금세 제자리로 돌아온다.

망원렌즈를 광각렌즈로 바꿔 보면

곳곳에서 투자를 투기로 이어가거나 투자 실패에 절망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건 주식에만 초점을 맞춘 시각일 뿐이다. 주식 투자를 일상의 한 부분으로 삼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을 지나치게 한 바구니에 담아내곤 하는데,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철학과 같이 사회 현상도 여러 바구니에 담아 보여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런저런 우려가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지만 일부 자극적인 기사와는 다르게 모두가 삶을 주식 투자에 걸고 있진 않을 테다. '먹고사니즘'은 일확천금보다 절실하다. 주식 시장이 열린 시간에도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이유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주식 시장은 오래전부터 존재했고 지금의 투자자들은 짧은 기간이지만 주식 시장의 많은 모습을 겪어 왔다. 오르면 기분 좋고 내리면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그것으로 삶이 기울어지지는 않을 거다.

삶은 주식 시장 안에 있지 않다. 일상에 존재한다. 주식 투자를 업으로 삼고 있지 않다면 주식 시장의 요동침이 삶을 통틀어 그리 큰일은 아닐 거란 얘기다. 그리고 부디 그럴 수 있길 바란다.

시장은 언제고 제 맘대로 다시 오르고 다시 내리고를 반복할 테다. 그 등락 속에서도 모두의 마음만은 큰 부대낌 없이 '주식을 위한 삶'이 아닌 '삶을 위한 주식'을 해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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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렀지만 넌 또 모르잖아"라는 생각으로 내일의 나에게 글을 남깁니다. 풍족하지 않아도 우아하게 살아가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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