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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소사(來蘇寺)의 북서쪽, 내변산(內邊山) 지구를 찾아갔다. 내소사 지구에서 내변산 지구로 넘어가는 산길은 왕래하는 차량이 별로 없어 호젓하게 고개를 넘어갔다. 전라북도의 평야지대에서 느닷없이 솟아난 바위 암봉들이 우리 가족이 가는 길을 호위하고 있었다. 푸른 하늘 아래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고 있었다.
 
폭포 가는 길 입구의 길은 평탄해서 산책하는 듯 편하다.
▲ 직소폭포 가는 길. 폭포 가는 길 입구의 길은 평탄해서 산책하는 듯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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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변산 지구 주차장은 내소사 지구에 비해 주차장이 훨씬 한산했다. 작은 물병 2개를 사들고 2.3km의 직소폭포 탐방로에 들어섰다. 여행정보를 찾아보니, 폭포에 가까워질수록 오르막이 심해진다고 하여 가족들이 잘 따라올 수 있을까 살짝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폭포 가는 길 입구의 길은 평탄해서 산책하는 듯 편했다. 입구 쪽에 자리한 대나무 길에는 키 큰 대나무가 터널을 이루어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키 큰 대나무가 터널을 이루어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 대나무 숲길. 키 큰 대나무가 터널을 이루어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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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이 파란 하늘을 덮은 숲 속의 산책로는 쾌적했다. 길을 따라 한 번씩 모습을 보여주는 계곡수가 청량함을 더하고 있었다. 계곡을 지나서 조금 더 들어가자 묘한 인도 음악이 흐르는 사찰 건물이 나왔다. 불교의 발상지가 인도이니 아마도 범어(梵語)로 된 불교 음악인 것 같다. 
 
최근에 복원된 미륵전과 삼성각이 여행객을 반긴다.
▲ 실상사. 최근에 복원된 미륵전과 삼성각이 여행객을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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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원문화유산지구로 보호받고 있는 이곳은 화산암 바위 아래 드넓게 펼쳐진 들판이 너무나 인상적이다. 실상사(實相寺)는 미륵전(彌勒殿)과 삼성각(三聖閣)만이 최근에 덩그러니 복원되어 있었다. 아름다운 터에 자리잡았던 실상사가 한국전쟁 당시에 모두 불타버렸다고 하니 너무 아쉽기만 하다. 한국전쟁 당시에 적군이 사용할 수 없도록 불태워진 사찰들이 너무나도 많았으니 애석할 노릇이다.

아홉 구비를 이루며 흘러가는 계곡의 멋이 대단했다는 봉래구곡이 계속 눈 앞에 이어진다. 좁아진 산길을 오르면 싱그러운 피톤치드가 깊은 숲 속에서 한껏 뿜어져 나온다. 산길은 경사도 심하지 않아 일상적인 둘레길 수준의 난이도이니, 가족과 여행하기에는 아주 안성맞춤인 곳이다. 
 
이름은 약간 투박하지만 이름보다 훨씬 예쁜 산 속의 호수이다.
▲ 직소보. 이름은 약간 투박하지만 이름보다 훨씬 예쁜 산 속의 호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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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탄하던 산길이 약간의 오르막을 지나자, 예상치 못했던 아름다움, 직소보가 나타났다. 직소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모이는 곳이 바로 이 직소보인데, 약간 투박한 이름이지만 이름보다 훨씬 예쁜 산 속의 호수이다. 원래 산 아래 마을 사람들에게 식수와 농사 지을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인데, 지금은 여러 여행객들의 감탄사를 불러오는 곳이 되었다. 
 
하트 모양의 직소보 전망대가 데크길 위에서 호수를 내려다보고 있다.
▲ 직소보 전망대. 하트 모양의 직소보 전망대가 데크길 위에서 호수를 내려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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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모양의 직소보 전망대가 데크길 위에서 호수를 내려다보고, 그 위로 관음봉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호수 옆을 따라 숲길이 이어지고 있으니 너무나 낭만적인 모습이다. 호수 옆 숲길을 걸으면, 물 위에 거울처럼 관음봉의 모습이 비치고, 호숫가에 작은 물고기들이 여행객들의 눈길을 잡아 끈다. 
 
호수 옆을 따라 숲길이 이어지고 있으니 너무나 낭만적인 모습이다.
▲ 직소보 호수. 호수 옆을 따라 숲길이 이어지고 있으니 너무나 낭만적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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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를 지나 산길로 들어오니, 선녀탕과 직소폭포의 갈림길이 나온다. 잠시 계곡으로 내려가 선녀탕을 만났다. 나뭇가지들이 심산유곡을 가리는 곳에 거울같이 잔잔한 못이 나타나고 그 위에 가을의 햇살이 내려앉고 있었다. 선녀탕은 굳이 안내문이 없어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그 내용을 아는 이야기이다. 나의 가족은 왜 선녀는 항상 옷을 부주의하게 놔 두었다가 잃어버리냐며 함께 웃었다. 
 
나뭇가지들이 심산유곡을 가리는 곳에 거울같이 잔잔한 못이 나타난다.
▲ 선녀탕.  나뭇가지들이 심산유곡을 가리는 곳에 거울같이 잔잔한 못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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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변산 8경의 하나인 직소폭포와 마주했다. 선인봉(仙人峰) 동쪽 산자락의 폭포 주변은 내변산의 첫째 가는 경승답게 사진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장쾌함이 있었다. 직소폭포는 높이 20m 이상을 아래로 날아서, 이름 그대로 폭포 아래의 둥근 못에 직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직소폭포는 이름 그대로 폭포 아래의 둥근 못에 직각으로 떨어지고 있다.
▲ 직소폭포. 직소폭포는 이름 그대로 폭포 아래의 둥근 못에 직각으로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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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서 보니, 직소폭포는 주상절리들이 떨어져 나와 만들어진 여러 단의 암벽 단애를 따라 물이 흐르고 있었다. 직소폭포 아래에 제2, 제3의 폭포가 또 있으니, 여러 단을 모두 합하면 높이 무려 30m의 폭포가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예상보다 훨씬 거대한 폭포를 만난 것이다. 최근에 내린 굵은 비로 인해 폭포수의 수량이 풍부하니,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풍성한 폭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상절리들이 떨어져 나와 만들어진 암벽 단애를 따라 물이 흐르고 있다.
▲ 직소폭포 전망대.  주상절리들이 떨어져 나와 만들어진 암벽 단애를 따라 물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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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소폭포 물줄기가 흘러내려가는 계곡의 옥수담(玉水潭) 바위에 앉았는데, 아내가 양말을 벗고 물 속에 발을 담그자고 했다. 아내도 직소폭포의 장엄한 자연의 모습에 반한 것이다. 맑고 투명한 물 속에 나와 아내, 딸의 다리 6개가 모여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 곳에서 가족의 발이 모두 모인 귀한 사진을 남겼다. 
 
직소폭포 아래에 제2, 제3의 폭포까지 높이 30m의 폭포가 이어진다.
▲ 암벽 단애와 폭포.  직소폭포 아래에 제2, 제3의 폭포까지 높이 30m의 폭포가 이어진다.
ⓒ 노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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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거문고에 능했던 기생 매창(梅窓)은 이 직소폭포에 자주 들렀다고 한다. 부안 삼절(扶安三絶)이 이 직소폭포와 함께 기생 매창, 그리고 그의 정인으로 알려진 촌은(村隱) 유희경이다. "이화우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이라는 유명한 시를 남긴 이가 바로 매창이다. 

매창과 유희경은 신분과 나이를 뛰어넘은 사랑을 나누었으니,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드는 직소폭포는 사랑의 무대로 참으로 적합한 곳이다. 눈을 감고 있으면 조선 제일의 솜씨였다는 매창의 거문고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몸의 피로를 푸는 데에는 발을 물에 담그고 쉬는 게 최고인 것 같다. 잠시동안 깨끗한 계곡수에 발을 담구었더니 피로가 모두 달아나는 듯했다. 수건으로 닦은 발에 양말을 신고 신발을 다시 신으니 기분이 상쾌했다. 우리는 직소폭포 아래에서 몸을 내려놓고 한참을 쉬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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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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