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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일부터 시작해 9월 12일까지 인사마루아트센터 갤러리 콩세유에서 전시한다.
▲ 변동렬 초대전 8월 31일부터 시작해 9월 12일까지 인사마루아트센터 갤러리 콩세유에서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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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변동렬이 초대전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서울 인사동을 찾았다. 전시회는 인사마루아트센터 2층 '갤러리 콩세유'에서 8월 31일부터 9월 12일까지 열린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있을 때 경주문화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해온 유일한 동료이자 동갑내기 화가다. 그의 그림에 대한 애착과 독창적인 성정을 잘 아는지라 이번에는 어떤 작품인지 자못 궁금했다.

다완이, 분청자기가, 막사발이 여백의 캠버스에 툭툭 던져져 있는 그림이다. 다완 그림이야 많이 봐왔고 도자기 그림은 동양적인 느낌을 전해주지만 이번 작품은 좀 달라보였다.
  
달 시리즈로 주목 받은 변동렬 작가의 여백이 있는 다완과 달
▲ 변동렬 초대전  달 시리즈로 주목 받은 변동렬 작가의 여백이 있는 다완과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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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작품 몇 점이 수년 전 개인전에서 호평 받은 달 시리즈와 연계돼 있으면서도 훨씬 더 단순화했다면, 도자기를 담아낸 작품은 그가 추구하는 작품세계로 한 발짝 더 들어간 느낌이다.

여백은 단순한 흰색이 아니라 뭔가 우윳빛 같기도 했다. 물감이 뭐냐고 물으니 분청이란다. 분청자기에 사용하는 분청을 바르고 손가락으로 맘 가는대로 표현했다고 한다.

"옛날 도공들은 도자기에 손가락으로 난초도 치고 산도 그리고 마음껏 자연을 그려냈지. 스스로 무아지경에 빠지기도 했어. 서양미술로 말하면 추상표현주의 같다고나 할까. 어릴 적, 젤 재미있는 장난이 흙장난이었고 거기에는 어떤 아카데미적 요소도 들어가지 않은 순수함 그대로."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움이 담겨진 흙그림을 땅에 그리곤 했던 추억 한 조각을 녹아냈다는 그에게 왜 굳이 분청이냐고 물었다.
  
덤벙기법 다완을 덤벙기법으로 여백을 담은 캠버스에 그리다
▲ 변동렬 초대전  덤벙기법 다완을 덤벙기법으로 여백을 담은 캠버스에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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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스럽잖아. 자유분방하지. 분청사기 그림은 붓을 사용하지 않고 댓칼이나 짚, 손을 사용하거든.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자연적인 재료를 사용했지. 거기서 모티브를 얻었지."

그가 이번에 사용한 재료는 돌가루인 석체와 분청이다. 다음에는 철을 이용해 자연의 변화를 캠버스에서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검을 현(玄)'을 표현하고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미 '달 시리즈'를 통해 검은 현(玄)의 미학을 담아봤다는 그는 동양에서 특히 한국정서에서의 달과 여백에 골몰해왔다고 말한다.
  
그림 속 분청사기에 무엇이 담길까.
▲ 변동렬 초대전  그림 속 분청사기에 무엇이 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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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는 달은 변화 아이가. 동양에서는 시간이고 기다림이고. 변하고 이동하는 거. 그기 달력을 쓰는 이유다. 우리 역사에서 달의 의미는 안 크나. 달이 비출 때는 검은 현(玄)이 보인다 말이다. 현(玄)은 자연하고 튀지 않고 같이 묻혀 간데이. 자연스럽게."


그는 우리 한국의 정서에서 밤은 어둠인 흑이 아니라 그믐빛인 '검을 현(玄)'이며 맑고 깨끗한 정서와 맑은 정신을 현대미술로 살려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번 초대전을 너무 급하게 준비해서 좀 아쉽다는 심정도 토로했다. 서양화에서 조형성, 재료, 마감이 중요한데 너무 서두르다보니 마감이 깔끔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변동렬 작가는 서양화 기법으로 동양의 자유분방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옛 도공들이야말로 진심 예술인들이었다고 그 깊이를 얘기했다.
▲ 변동렬 초대전  변동렬 작가는 서양화 기법으로 동양의 자유분방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옛 도공들이야말로 진심 예술인들이었다고 그 깊이를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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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어떤 작품이든 아쉬운 부분이 있기 마련이고 다음 작업에서 더 나은 작품으로 예술적 도약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다. 어찌됐든 이번 그의 작품은 여백을 통해 심리적 공간감,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고 담아냈다. 

서양미술을 전공했으나 지극히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내겠다는 그가 아트페어에 나오는 지나치게 서구적인 작품들을 보며 더 단단하게 자기만의 세계를 그려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이유도 알 것 같다.

근대 미술교육이 서구화되면서 동양적 미학을 잃어버렸고 자신은 우리의 정서를  찾고 싶다는 그의 활동에 기대를 건다.  더욱이 경주에서 태어나 경주중학교 때부터 미술부 활동을 하고 대학원 외에는 직장까지 경주에서 오롯이 보낸 그가 한국정서에 천착하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변동렬은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 백남준 비디오아트 큐레이터, 4D영상 '천마의 꿈' 프로듀서, 미디어파사트 '경주타워' 총감독, 박대성화백 솔거미술관 운영실장 등을 역임했다.
   
꽃이 어우러진 낮달과 검은 현의 달
▲ 변동렬 초대전  꽃이 어우러진 낮달과 검은 현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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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변동렬 , #달 시리즈, #서양기법 동양미학, #경주엑스포 , #분청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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