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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벽원미술관 입구 김상표 작가 전시 플래카드 장애인들 휠체어 타고 시위하는 장면을 그린 작품 5개 중 하나.
 한벽원미술관 입구 김상표 작가 전시 플래카드 장애인들 휠체어 타고 시위하는 장면을 그린 작품 5개 중 하나.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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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표 작가의 개인전 '사랑의 윤리학'이 9월 1일까지 '월전미술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한벽원미술관(종로구 삼청동)'에서 열린다. 전 경상국립대 경영학 교수였던 그는 제도권 안의 삶을 참지 못하고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고민하다, 이제 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해 자신도 모르게 물 흐르듯 화가가 되었단다.  

그는 교수가 되기 전, 학부 때부터 경영학을 공부하면서도 다양한 인문학과 통섭하고, 인간 본질을 추구하고자 하는 갈증이 컸단다. 기존 개념을 벗어나 자신을 해탈시키고 미지의 세계에 몸을 던지고 싶었고, 상상력과 감각이 살아있는 다른 삶을 추구해 보고 싶었단다.

2000년대 이후 화가가 되었으니 그의 그림은 날 것일 수밖에 없다. 미술평론가 김종길은 "그의 회화는 날것이어서 새롭다. 뭐라고 확정 지을 수 없어서 새롭다. 새로워서 뜨겁다"라도 평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10번째다. 부제가 '몸, 에로스, 타자', 제목은 '사랑의 윤리학'이다. 우리 시대 사랑의 의미와 그 속에 담긴 본질이 뭘까를 고민하고 탐색한 전시다.

사랑의 사회적 연대
 
김상표 I '운명교학곡-카산드라 베델' 캔버스에 유채 162.2×130.3cm 2020. 작가 부부초상화
 김상표 I "운명교학곡-카산드라 베델" 캔버스에 유채 162.2×130.3cm 2020. 작가 부부초상화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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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자아의 죽음과 함께 찾아오는 환희하는 말이 있지만, 서구에선 사랑의 어원을 보면 죽음을 죽인다(amor)는 의미도 있다. 이런 사랑과 죽음의 문제를 고민하다 보니 '프로이트, 니체, 베르그송'을 읽게 되고 특히 '낭시, 랑시에르, 바디우, 레비나스' 등 20세기 프랑스 철학에 심취해 관련 도서를 열심히 보게 되었다. 최근엔 '정신분석학' 사전도 탐색하게 된단다.

그가 보기에 사랑은 하나에서 시작해 둘이 되고, 마침내 무한대로 확장되는 것이다. 개인적 사랑이나 사회적 사랑이나 결국은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며, '상호 주체적 의존성' 속에 다수 대중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이런 생각은 '바디우'가 사랑론에서 설파한 "하나, 둘, 무한대라는 숫자 개념은 사랑의 절차에서 고유한 것이다"라는 말과도 통한다.

프랑스 혁명의 3대 표어인, 개인의 '자유'와 사회의 '평등' 그러나 이것의 결실은 우애가 넘치는 '형제애'라는 생각과 다르지 않다. 위 첫 사진에는 보면 그림 속 주인공은 휠체어를 타고 연대 시위하는 신체장애인들이다. 작가가 보기에 그들의 시위가 바로 '사랑의 윤리학'인 것이다. 이 작품은 하나가 아니라 4점 더 연결돼 있다.

여기서 가족과 부부애를 그린 작품도 빠질 수 없다. 작가의 열렬한 지원자, 아내 김명주 여사와 작가의 자화상이 나란히 걸린 5점도 소개된다. 또한, 관능적 사랑의 파토스를 불태우는 모든 에너지의 근원인 에로스를 찬양한 작품도 있다 아래 '에로스(2)'가 그런 작품이다.
 
김상표 I '사랑예찬(에로스)' 캔버스에 유채 162.2×390.9cm 2021. 3작품 중 하나
 김상표 I "사랑예찬(에로스)" 캔버스에 유채 162.2×390.9cm 2021. 3작품 중 하나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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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작품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멕시코 시인 '옥타비오 파스'의 '태양의 돌'을 연상시킨다.

[…] 수천 년 전에 생의 도둑에게 빼앗겼던 / 우리들의 재산을 되찾으려는 듯이 / 둘은 옷을 벗고 키스했다 / 뒤엉킨 두 알몸은 / 시간을 초월하여 영원하다 / 아무도 접근할 수 없다 / 둘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사랑하는 것은 투쟁하는 것 / 둘이 키스하면 세계가 변한다 / 포도주는 포도주, 물은 물, 빵은 빵 맛이 난다 […]

'바디우'가 사랑의 철학자라고 해서 한가한 사랑론만을 펼치진 않는다. 오히려 예리한 사회비판에서 누구 못지않다. 예를 들면 신화화된 서구 민주주의의 기만성을 폭로하는 등, 그런 건 결국 개인적, 사회적 사랑의 통로가 그런 왜곡으로 방해를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정신적 아버지 '장일순'
 
김상표 I '혁명가의 초상 무위당' 캔버스에 유채 162.2×130.3cm 2019. 무위당 시리즈 중 하나
 김상표 I "혁명가의 초상 무위당" 캔버스에 유채 162.2×130.3cm 2019. 무위당 시리즈 중 하나
ⓒ 김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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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에게 빼놓을 수 없는 스승이 있다. 무위당 장일순(1928~94) 선생이다. 그는 알다시피 생명 운동가, 70년대 그의 고향인 원주를 중심으로 '지학순' 주교와 한국 민주화의 성지로 만들었다. 이후 그는 이를 구현하려고 '한살림' 생협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불가(佛家)에서는, 풀도 돌도 다, 부처라 하고, 성서에서도 일체 존재에 하느님이 함께 계신다고 하는데 이게 다 '생명 사상'과 통한다." 정말 깊은 통찰이다. 그러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혁신이라고 여겨지는 우리 시대에 통하기 힘든 이야기다.

그렇다면 답이 없는가? 김상표 작가는 아니라고 본다. 무위당이 쓴 <노자이야기> 통해 깨달은 것은 역설적으로 '내어줌' 즉 하심(下心), "바닥을 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여기서 기막힌 역설의 미학과 경영학을 끌어낸다. 삶에서 때로 마이너스가 플러스가 되듯이, 창작에서도 지우는 것이 그리는 것이 된다는 진리를 캐낸다.

기존질서를 깨는 난장(아나키즘)
 
2020년 11월 01일 모모 미술관 김상표 작가 전시 풍경, 기마 만족의 기상으로 회화의 히말라야산맥을 넘는 듯하다
 2020년 11월 01일 모모 미술관 김상표 작가 전시 풍경, 기마 만족의 기상으로 회화의 히말라야산맥을 넘는 듯하다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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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경영학, 철학, 예술 세 단계를 통과했다. 그의 인생에서 80년대 이후 20년간 그림을 그리진 않았지만 이미 그리고 있었다. 그것이 2000년대에 와 분출한 것이다. 어느 해는 어깨가 나갈 정도로 200점이 이상도 그렸다. 마치 기존의 회화에 저항하는 몸부림처럼.

그렇다면 김상표의 독창적 스타일은 뭔가? 그건 바로 실패를 염두에 두지 않고 계산도 없이 기교도 없이 그저 온몸을 던져 무아지경에 빠지게 하는 방식이다. 아나키즘에 가까운 난장이다. 20년 이상 고민해온 세계관, 역사관, 우주관을 다 화폭에 담아 풀어내는 것이다. 그때서야 그는 작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삶의 주인공으로 산다고 보는 것 아닌가.

이렇듯 그는 몸을 던져 그리는 수행성 회화를 한다. 무한대 물음 속에서 극한을 달린다. "붓을 칼처럼 휘두르며 발작적으로 그리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러다 보니 그의 작품은 몸의 리듬감이 극대화되는 추상음악이 된다. 아니 관념이 아닌 살아있는 칼춤이 된다. 김종길 미술평론가는 그래서 그의 작품을 '즉흥 환상곡' 같다고 했다.
 
김상표 I '전쟁과 사랑' 캔버스에 유채 193.9×651.5cm 2022. 사랑을 탐색하면서 전쟁의 원인도 고민하다
 김상표 I "전쟁과 사랑" 캔버스에 유채 193.9×651.5cm 2022. 사랑을 탐색하면서 전쟁의 원인도 고민하다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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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그치지 않고 경영학도로 철학에 관심은 많았던 그는 20세기 최고 사상가로 불리는 '화이트헤드'와 '들뢰즈'의 사유방식을 자신의 경영론에 도입해 책을 저술했다(아래 사진). 이 두 철학자는 존재보다는 생성, 초월성보다는 내재성을 중시했는데, 작가도 이에 동조했다.

그의 초상 중 가장 그다운 건 역시 운주사의 뭉개진 미륵불을 연상시키는 '미륵 자화상'이다. 우주 만물과 원만하게 상통하는 그런 통합의 세계를 이루려는 몸서리로 보인다. 들뢰즈가 언급한 '기관 없는 신체'(?). 구조화되고 영토화된 얼굴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명을 무수히 피어나게 하는 해방된 자신의 모습을 그리려고 한 것 같다.
 
김상표 작가와 그의 공동 저서 <화이트헤드와 들뢰즈의 경영철학(솔과학) 2020>
 김상표 작가와 그의 공동 저서 <화이트헤드와 들뢰즈의 경영철학(솔과학) 2020>
ⓒ 김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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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전남 영암 출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 및 대학원(경영학박사) 졸업한 김상표 작가(1964~)의 집필 이력도 알아보자. 그는 '경영은 관념의 모험이다(생각나눔)', '화이트헤드와 들뢰즈의 경영철학(솔과학)' 등 저서도 냈고, 두꺼운 전시도록 '얼굴성: 회화의 진리를 묻다(솔과학)' '나는 아니키즘이다: 회화의 해방과 몸의 자유(솔과학)' 등도 썼다.

끝으로 "난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학문에 대한 정체성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항상 자아 찾기에 목말랐다. 내 안에 살아있는 야생의 모습, 내면에서 자아가 상충할 때, 우발적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나만의 고유한 세계를 가지고 예술 하는 철학자로 혁명적 삶을 살고 싶었다"라고 토론한 그의 예술론을 들으면서 그의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덧붙이는 글 | 한벽원미술관 홈페이지 https://www.travelblog.co.kr/article/14/160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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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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