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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 후 발표한 시정 50대 과제와 정치·정책적 행보를 지역 시민단체와 각 영역 전문가가 평가하고, 대구시 발전과 시민의 삶에 필요한 과제들을 제언합니다.[편집자말]
지난 7월 28일,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강당에서는 금속노조 한국게이츠지회의 해산대회가 열렸다.

달성공단에서 30여년 동안 자동차 벨트류 부품을 생산하며 흑자를 이어가던 미국계 기업인 한국게이츠가 2020년 6월 일방적으로 폐업을 선언했다. 한국게이츠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쫓기게 되었고, 협력업체 노동자 약 6천여 명이 고용 불안에 떨게 됐다. 이에 노조는 539일에 걸쳐 집회, 시위, 농성, 단식, 상경투쟁 등을 벌이며 곳곳에 도움을 요청하며 싸웠지만, 끝내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노조를 해산했다. 

그동안 법령과 정책에 따라 각종 세금 감면과 보조금 혜택, 임대료 등의 편의를 제공했던 한국 정부와 대구시는 우리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먹튀' 자본에게 공허하기 짝이 없는 공장 재가동을 요청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최근 몇 년 동안에만 매년 50억 원 정도의 이익을 거둔 한국게이츠는 저렴한 중국 공장의 제품을 한국으로 들여와 현대기아차에 계속 납품한다고 한다. 한국게이츠 사례는 자본이 단순한 이익이나 지방 정부의 지원과 유치 전략으로는 더 이상 지역에 머무르거나 새로운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글로벌 투자 전략 속에서 철저한 계산과 이윤의 흐름에 따라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다. 

청년에게 희망 주지 못하는 대구
 
대구시청
 대구시청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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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하방'한 대구시장 모두 외국자본과 대기업을 유치해 대구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린다고 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거창하게 "경제도시 대구", "기업하기 좋은 도시 대구"라는 구호를 외쳤지만, 오히려 1인당 GRDP를 비롯한 대구의 각종 경제지표는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뜩이나 부족한 지역 일자리의 질은 더욱 악화됐다. 민선 8기를 시작하는 홍준표 시장 또한 마찬가지다. 신공항 건설, 두바이식 개발, 5대 미래산업 육성, 첨단 산업단지 조성 등 거창한 과제를 내놓았지만 경험적으로 대구 시민의 삶과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은 명확하다. 

특히 지역에서 튼실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해마다 대구를 떠나고 있는 청년들에게도 아무런 희망을 주지 못했다. 이미 대구의 각종 경제 지표들은 전국 지방정부 중 최하위이며, 노동자들이 살아가기에도 대구는 가장 열악한 조건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0년 대구의 상용직 월평균 임금이 293만9627원으로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최하위이다. 

이러한 도시의 청년이 희망을 가지거나 지역에서 미래를 꿈꾸며 남아 있을 리 없다. 홍준표 시장이 외치고 있는 "대구 미래 50년, 번영하고 행복한 대구"는 누가 만들어 가는 것인가? 몇 년 후면 대구를 떠날 시장이 아니라 바로 대구의 청년들이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대구의 미래를 열어 갈 노동자, 청년들의 노동이 존중받고 청년노동자가 행복한 삶을 계획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지방정부의 노동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정치적 야망을 밟아가는 시장의 치적을 위해 대구시 부채를 줄이는 것보다 경제 지표를 개선하고 청년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 아닐까.    

다른 시도의 사례를 살펴보면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각 지방의 산업 특성에 맞는 각종 노동정책을 수립해 집행하고 있다. 그동안 지방 정부는 법과 제도, 예산의 한계로 자체적인 노동정책을 수립하거나 집행하기 어렵다고 인식돼 왔으며, 지방정부도 노동 관련 행정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약 10여 년 전부터 서울시를 시작으로 노동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 많은 성과가 나타났다. 노동기본 조례 제정, 공공부문 정규직화, 노동이사제, 생활임금제, 노동권익센터 운영, 취약노동자 지원사업 등을 통해 지역 일자리의 질을 높이고, 노동자와 시민의 삶의 질을 높였다. 

노동자 삶 공격한 과오 되풀이 말아야

이제 지방 정부의 노동정책은 보편적인 흐름으로 자리잡으면서 '노동존중', '고용의 질 향상' 등으로 각 지역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역대 대구시 집행부는 보편적 노동정책을 외면하고, 주로 노사평화와 화합 등의 보여주기식 행사들만 몇몇 단체들과 진행해왔다. 홍준표 시장직 인수위가 마련한 시정과제의 25개 중점과제, 50개 세부과제를 살펴보아도 노동, 청년과 관련된 과제는 전무하다. 

인수위에서 추가로 제시한 30개의 정책제안 목록에 노동과 관련해 '대구 노동연수원 건립'이 있을 뿐이다. '노사평화의 전당' 인근에 노동자 교육‧훈련 시설을 건립해 교육, 세미나, 워크숍 등을 통하여 지역 노동자들의 역량 및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 건설, 대기업 투자 유치, 건전한 노사문화 형성, 상생협력적 노사관계 정착 등의 효과를 기대한다고 한다. 어떤 교육과 훈련을 계획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노동연수원 건립으로 기대되는 효과로 보기에는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청년과 관련된 정책제안은 원스톱 청년 통합플랫폼 구축, 청년의 꿈이 실현되는 문화예술 플랫폼, 지역대학 연계 청년 로컬크리에이터 양성 및 지역 콘텐츠산업 육성, 대구형 청년 주거상향 사다리 구축 등의 네 가지를 수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안들 또한 청년 일자리 확보와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노동 정책과 결합됐을 때만 지역의 청년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환경문제가 우리 사회 모두의 문제로 인식됐듯이 노동문제 또한 시민 모두의 삶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노동권과 노동정책은 인간의 존엄과 인간다움을 지키는 수단이자, 모든 사람들이 삶을 영위해나가는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미 기업사회라고 할 만큼 기업이 경제의 영역을 넘어서서 정치·사회 등 모든 영역을 장악하고 있다. 

지방정부 단체장들은 스스로를 경영자로 칭하고, 기업의 생산성을 위해 앞장서며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 대구의 노동쟁의 통계를 살펴보면 홍준표 시장이 주장하는 강성노조는 도무지 근거를 찾을 수 없다. 

국가통계포털에 나타난 시도별 노사분규 건수는 2021년 기준으로 대구가 겨우 4건으로 전국 시도 중 10번째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또다시 철 지난 강성노조 타령을 하는 홍준표 시장은 경남도지사 시절 진주의료원을 폐쇄했던 것처럼 공공성을 내팽개치고,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노동자의 삶을 공격했던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노동자의 미래가 대구의 미래
 
대구의 노동쟁의 통계를 살펴보면 홍준표 시장이 주장하는 강성노조는 도무지 근거를 찾을 수 없다.?사진은 1일 오전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화합의광장에서 홍준표 대구시장 취임식이 열린 모습.
 대구의 노동쟁의 통계를 살펴보면 홍준표 시장이 주장하는 강성노조는 도무지 근거를 찾을 수 없다.?사진은 1일 오전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화합의광장에서 홍준표 대구시장 취임식이 열린 모습.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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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평가를 바탕으로 민선 8기, 홍준표 시장이 이끄는 대구시의 노동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제언을 해본다.  

첫째, 노동조합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미조직 취약 노동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보호방안을 마련하고 지원해야 한다. 최근 노조조직률이 꾸준히 증가해 2020년 기준 전국의 노조조직률이 14.2%에 이르렀지만, 대구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지 못한 청년, 영세비정규직, 플랫폼노동자, 단기계약직 등은 지방정부의 행정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임금‧수당‧휴일 등 기본적인 노동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감독하고, 상담과 법률서비스, 정책적 지원 등을 수행하는 '노동권익센터'를 설립해 노동조합이나 단체협약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지원해야 한다. 

둘째, 지방정부의 책임과 역할에 걸맞는 보편적인 노동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대구광역시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내실있게 수립하고, 그에 따라 노동이 존중되고 일하는 사람의 권리가 보장되는 세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노동정책 추진에 필요한 각종 조례를 제정하고,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와 특수고용직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등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기존의 노동행정을 전면 재검토하고 노동행정 전담 조직을 신설해, 산업전환과 노정교섭·노동안전 등의 각종 현안과 노동정책을 추진토록 해야 한다. 아울러 무조건적인 노사평화 타령을 넘어서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조합 및 다양한 노동단체들과 새로운 노동행정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대구시 스스로 모범 사용자가 돼야 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단계별로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자회사 방식의 전환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도 해소해야 한다. 홍준표 시장이 성급하게 추진하는 공공기관 조직개편과 출자·출연기관 통폐합은 추진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와, 해당 공공기관 노동자들과의 충분한 협의와 의견수렴을 거쳐서 추진해야 한다. 

각 기관이 고유의 기능과 업무를 오랜 기간 진행해오면서 설립됐고, 특히 환경, 여성, 청소년, 문화, 예술, 사회서비스 등은 그 분야의 전문성과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운영하여야 한다. 각 기관에서 오랜 기간 동안 전문성을 키워 온 노동자들의 역량과 자율성을 무시한다면 소탐대실의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노동자가 바로 시민이고, 노동자의 미래가 대구의 미래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대구참여연대 좋은정책네트워크 부위원장입니다.


태그:#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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