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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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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지난 17일 열렸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 이후 이어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총 12개의 질문에 답했다. 하지만 질문들을 살펴보면 국민들이 대통령으로부터 듣기를 바랐던 내용과는 차이가 있어 보여 아쉬움이 남는다.

먼저 중부권 집중호우 당시 불거진 여러 논란들에 대한 질문이 없었다. 일가족이 사망한 수해 현장을 찾은 윤 대통령은 "퇴근하면서 보니까 다른 아파트들이 벌써 침수가 시작되더라"라고 말해 수해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도 자택으로 향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실은 처음에는 자택 주변이 침수돼 이동이 어렵다고 했다가, 이동을 하려면 할 수 있었으나 의전 문제 등 내부 판단에 따라 보류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기록적인 폭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윤 대통령의 모습에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무리하게 이전한 결과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 당시 윤 대통령은 청와대 지하의 국가위기관리센터를 대신해 이동형 지휘소인 '국가지도통신차량'을 24시간 운영할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수해 내내 국가지도통신차량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대신 다른 주민들과 함께 살고 있는 자택에 청와대 벙커 수준의 시설이 갖춰져 있어 수해 현장 지휘에 문제가 없다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발언은 많은 이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취임 이후 처음으로 겪은 국가적 재난 사태에 윤석열 정부의 대응은 총체적 난국 그 자체였다. 수많은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의 재난 대처에 분노했다. 그럼에도 이와 관련한 질문은 하나도 등장하지 않았다. 비록 윤 대통령이 호우 피해에 대해 "죄송한 마음"이라며 사과했지만 사과와 별개로 미흡했던 대응에 대한 상세한 설명, 아니 변명이라도 기대한 국민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얼버무린 국민의힘 내홍 문제... '소통' 강조하더니 모르쇠로 일관

여권 내부의 내홍과 관련해서도 윤 대통령은 묵묵부답이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관련 질문에 윤 대통령은 "민생 안정과 국민의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이 어떤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기자회견 전 이뤄진 이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정확히 윤 대통령을 향한 발언들로 채워져 있었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자신을 향해 욕설을 했다는 주장과 함께 지난 6월 12일 윤 대통령과 독대를 가졌지만 대통령실이 부인했다고 폭로했다. 대통령의 해명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소통을 강조한 윤 대통령의 평소 발언과 상충한다.

사실 이 전 대표를 둘러싼 여권의 다툼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윤 대통령 간의 텔레그램 문자 내용이 공개되면서 더욱 불이 번졌다. 이 전 대표를 두고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 지칭한 건 윤석열 대통령 자신이었다. 지난 8일 출근길 문답에서는 관련 질문이 나오자 답변하지 않고 집무실로 향했다.

지난 3월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이 당 사무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며 당정 분리를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와의 문자만 봐도 알 수 있듯 당정 분리는커녕 윤 대통령의 의중이 여당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국정 운영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여당 내부 갈등에 대통령이 개입하고 오히려 이를 부추긴 상황에 대해 윤 대통령은 계속 회피만 할 뿐이다. 지켜보는 국민들의 속은 누가 알아줄까.

계속되는 논란 속에 의혹만 증폭되는 김건희 리스크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인 지난 17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입주날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옛 외교부장관 공관)에서 화물운송업체 탑차가 작업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인 지난 17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입주날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옛 외교부장관 공관)에서 화물운송업체 탑차가 작업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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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김건희씨를 둘러싼 의혹들과 관련한 질문도 보이지 않았다. 국민대학교가 김건희씨의 논문에 대해 "연구 부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검증 결과를 발표했지만 학계를 비롯한 여론의 상당수는 이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대선 당시 김씨의 허위 경력 논란에 윤 대통령은 "아내와 관련된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달게 받겠다"며 사과한 바 있다.

한편 지난 나토 정상회의 방문 당시 동행했던 민간인 신씨는 "김 여사를 수행하거나, 김 여사 일정을 기획하지 않았다"는 대통령실의 입장과 달리 대통령 부부를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는 부속실 소속이었음이 드러났다. 용산 대통령실과 한남동 대통령 관저 공사를 수주한 업체가 김씨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를 후원했다는 사실 역시 밝혀졌다. 소위 '건진법사'로 알려진 무속인 전씨가 김건희씨와의 관계를 과시하며 청탁 등의 행위를 일삼은 일도 알려졌다.

이처럼 계속되는 논란에 사실상 국정 운영에 김씨의 입김이 적잖다는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다. 민주당은 관련 의혹에 국정조사 요청서까지 제출했다. '김건희 리스크'라는 말이 공공연히 언론에 쓰일 만큼 김씨와 관련한 논란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김씨와 관련한 질문은 결국 등장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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