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8.22 19:40최종 업데이트 22.08.2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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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소식을 보내오는 시민기자들과 함께 '2022 글로벌 리포트 : 불타는 지구... 이상기후 현장을 보다'를 내보냅니다. 폭염, 폭설, 산불, 홍수와 같은 각종 이상기후 현상과 현지인들의 반응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이에 대한 각국 정부의 대응, 전문가들의 진단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스페인 마드리드의 7월 기온이 40도를 넘었다. ⓒ 고정실


스페인에서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기온이 유지되면서 국토 10% 이상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올라 데 깔로르'(ola de calor)라고 한다. 직역하자면 '더위 파도'이고 우리네 폭염과 같은 뜻이다.
      
스페인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7월은 기상 데이터 연구가 시작된 1961년 이래 스페인에서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되었다. 평균 기온의 상승뿐 아니라 '더위 파도'가 27일간 지속되어 2015년에 세운 최고 기록(26일)도 경신했다. 이러한 현상이 스페인 전체 50개 주 절반에 발생하면서 연일 이에 대한 뉴스가 쏟아졌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는 7월에 최고 기온이 38도까지 오르고 격주로 기온이 조금 낮아졌다가 다시 오르곤 한다. 그래서 스페인 남쪽 사람들은 웬만한 더위에 놀라지 않는다. 하지만 연일 40도를 웃도는 이례적인 폭염과 자정이 지나도 30도 넘는 열대야로 인해 스페인 남쪽 사람들도 혀를 내둘렀다. 선풍기 없이도 서늘한 여름을 지내는 스페인 중북부도 기온이 38도까지 오르면서 사람들이 크게 당황했다.
 

무더위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걷는 노인들 ⓒ 고정실


무더위 말고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소식도 계속 이어졌다. 지난 1일, 카롤리나 다리아 스페인 보건부 장관은 7월 폭염으로 2124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폭염에 의한 정확한 사망자 수가 아니지만 일일 사망률 모니터링 시스템(MoMo)과 국가기상청(AEMET)의 기온 데이터 및 국가통계연구소(INE)의 사망 원인 자료 등을 통해 추적한 의미 있는 추정 수치라고 덧붙였다.

폭염 기간의 초과 사망률(추정 사망자와 관찰 사망자 사이의 편차) 또한 증가세다. 2022년 기준, 폭염이 없을 때 초과 사망률은 15.6%이나 이상 기온으로 인해 30.5% 급증했다. 연령별로는 사망자의 90%가 70세 이상으로 나타났고 지역별로는 마드리드가 470명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또한, 더위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산재 소식도 계속 이어졌다. 
     
대형화재 뒤에 숨은 '30/30/30조건'
 

인적 없는 라 람블라 마을의 한 공원 ⓒ 고정실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자, 스페인 정부는 적색경보를 발령하고 노약자의 외출 자제와 충분한 수분 섭취 등을 강력히 권고했다. 시민들이 즐겨 찾는 일부 공원은 폐쇄되기도 했다. 특히 큰 나무가 많은 공원의 경우 40도 이상의 고온으로 지면 습도가 5% 이하로 낮아져 나뭇가지가 부러질 염려도 있어서였다.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지방자치 단체들은 물 보급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최근 말라가는 일정 시간 동안 단수를 시행했고 바닷가 모래사장의 샤워기 사용을 중지하고 세차 및 공원 내 수분 공급을 제한했다. 그런데 가뭄과 동시에 예상되는 홍수는 비단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스페인 정부는 '기후 위기에 대비한 수자원 보호'에 대한 전략적 지침을 승인했다. 자연재해로 인한 수자원 위기에 대처하고 강이나 호수 및 습지를 보호하는 조치가 담겨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2021년 5월에 승인된 '기후 변화 및 에너지 전환법'을 토대로 2030년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형 화재 후 갈리시아의 루고의 모습 ⓒ 고정실

      
또한 여러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 역시 국가 재난 수준이었다. 유럽연합(EU)의 산불 정보 시스템(EFFIS)에 따르면, 스페인의 산불 피해 면적은 지난 7월 23일까지 22만 1939헥타르를 상회한다. 이는 대한민국 면적의 약 2%에 해당하는 규모다.

EU는 올해 가장 많은 화재가 발생한 국가로 스페인을 꼽았다. 스페인 정부도 올해 화재 피해 면적이 지난 10년 평균의 두 배에 달하고 화재 건수도 작년과 비교해 약 1000건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복합적인 여러 요인 가운데 이른바 '30/30/30조건'(습도 30% 미만, 기온 30도 이상, 시속 30km 이상의 바람)이 대형 화재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요즘도 밤에 돌풍이 불어 다시 화재가 번졌다거나 소방진이 부족하여 군인들까지 동원되고 있다는 보도가 매일 이어지고 있다.

'대낮 격리' 혹은 '생존을 위한 여름 문화'
 

그늘용 거리 천막이 쳐진 비야누에바 데 타피아 마을 거리 ⓒ 고정실


다른 나라와 비슷하게 스페인 역시 해마다 이상 기후의 징후로 폭염이나 가뭄, 화재가 발생하면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한다. 그러나 당장 실효성이 나타나는 방안이 없으니 스페인 시민들은 자신만의 여름살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30도가 넘어가는 오전부터 집안의 모든 블라인드를 내려 강렬한 햇빛이 한 줄기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오후 2시부터 7시까지는 외출하지 않는 것이다. 주요 거리에는 그늘을 만들기 위해 천막이 쳐진다.
     
아이들은 여름방학 두 달 동안 어른들과 함께 심야 활동에 익숙해진다. 스페인 사람뿐 아니라 넘치는 관광객들을 위한 심야 야외 공연이나 활동이 지역마다 풍성하고 해마다 더 다양해지고 있다. 일종의 '대낮 격리' 혹은 '생존을 위한 여름 문화'라고도 볼 수 있다.
 

밤 9시 30분에 열린 코르도바의 심야 마라톤 ⓒ 고정실

     
그러나 보통 10시에 여는 상점 등이 더 일찍 열지 않는다. 오히려 단축 근무를 하거나 일주일에서 보름 동안 휴가를 가는 가게들이 흔하다. 스페인은 7월과 8월 두 달 동안 관공서나 기업 등 전반적으로 휴가 분위기이다.

올해는 코로나 발생 이후, 유럽 내 국가들로 떠나는 바캉스가 눈에 띄게 활발해진 모습이다. 그동안 국내 여행에 익숙해진 스페인 사람들은 긴팔 옷이 필요한 북쪽 지역 갈리시아나 칸타브리아, 아스투리아스 등으로 무더위를 피해 휴가를 떠나고 있다.

휴가를 못 떠난 이들은 동네 바에서 전통 칵테일 샹그리아나 시원한 맥주로 더위를 달랜다. 조만간 47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이곳 코르도바에서 이것으로 충분할지 의심스럽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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