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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만 있나? 여기 '수상한 동장'도 있다. 어떠하길래 이상하다는 걸까? 무슨 행동을 했길래 수상하다는 거지? '이상한' '수상한'이라는 단어 자체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책 <우리 동장이 수상해>는 전국 3510여개의 읍면동 단위 중에서 최초로 '마을복지계획'을 수립하고 민관이 협력해 촘촘한 마을복지돌봄체계를 만들어갔던 동네의 이야기다.

이상한 동장의 '수상한' 행동들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동네 곳곳에 스며들어 마을을 바꾼다. 이 책은 '이상한 공무활동가'로 불리는 엄미현 전 광주광역시 광산구 우산동장(현 광산구청 복지교육국장)이 동네 주민들과 함께 엮어간 '마을복지' 738일의 기록이다. 

소신 있는 공무원이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주민들 속으로 스며드는 따뜻한 행정은 작아보이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 법이다. '사람살이' 대부분의 일들은 내가 사는 마을에서 일어난다. 아무리 '여의도 정치'에 눈과 귀가 쏠려도 당장 내 삶에 직접적이고 규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동네 정치이고 동네 행정이다.  

'마을주의자'가 된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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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장이 수상해> 표지 .
ⓒ 도서출판 오월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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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장이 수상해>의 저자는 자칭타칭 '이상한 공무활동가'라고 불린다. 그냥 '공무원'이 아닌 '공무활동가'라고 칭하는데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그의 사고와 행동은 관치행정의 기존 틀과 관행으로부터 비껴 서 있다.

그는 '공무원의 실력은 곧 대한민국의 실력'이라고 믿는다. 듣기, 여쭙기, 의논하기를 공무원 활동의 철칙으로 여긴다. 주민을 섬기고 존엄하게 대하며 최선을 다하는 공무원의 태도가 곧 실력이라고 강조한다. 마을에서 주민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한 그 모든 것들이 결국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2018년 7월 우산동장으로 발령받았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우산동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쿵' 소리가 나면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이야기가 족보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곳이라고 한다. 그만큼 경제적으로 고단하고 취약한 계층이 많이 산다는 이야기다. 

공무원이 쿵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볼 때 쯤이면 이미 늦었다. 쿵 소리가 나지 않아도 되는 마을, 내 이웃이 세상을 등지는 결정을 하기 전에 미리 알고 살피며 손을 내밀 수 있는 마을이어야 한다. '아픈 곳'인 이 곳에도 좋은 이웃들, 따뜻한 사람들이 산다. 엄미현 동장은 마을의 행정력이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었다. '이상하다' '수상하다'는 수식어가 쫓아다닐지라도, 행정의 마땅한 책무와 당연한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마을에 사는 사람들과 협동하는 이들을 주목했다. 마을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이 스승이었고, 마을을 유쾌하게 만드는 힘을 알게 됐다. 마을을 둘러싼 모든 것들, 안전, 주거, 환경, 복지, 생활 등의 문제 중 특히 마을복지가 어떻게 정부의 정책과 연계되고 주민 당사자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미는지 실험하고 싶었다. 또한 이 모든 정책을 함께해 나간다면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를 고민해 볼 기회가 주어졌다." (8쪽)

행정은 세 걸음 뒤에서 

'마을'은 자본주의의 지배적 규범에서 벗어나 삶의 태도와 양식을 '공존'과 '상생'의 가치를 중심으로 전환해 나가려는 노력이다. 경제위기, 생태위기가 만성화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마을의 복원'은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국가 수준에서만 작동하고 일상 수준에서는 멈춰버리는 민주주의가 본연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도 마을이 필요하다. 

행정의 측면에서 보자면 '사람살이'의 거처인 마을의 최소단위는 '읍면동'이다. 읍면동 단위의 행정이 무능하고 무책임하다면 주민 삶의 최전선은 팍팍할 수밖에 없다. '마을 정부'라 할 수 있는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의 역량은 주민들의 복지와 삶의 질 수준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을의 재생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관이 두텁게 협력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공무원 혼자서 일을 다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민 행정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행정이 작동하는 전 과정에 주민이 주민이 참여해야 한다. 저자는 "민관협력은 행정의 노력이 더 필요한 영역"이라며 "마중물 역할만 하고 세 발작 뒤로 물러서는 기다림이 필요하다"(256쪽)고 충고한다. 
 
"행정이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고 믿는 건 과욕이다. 결국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토록 바라는 성과도 없이 발이 묶이는 것이다. 혼자만 열심히 하던 공무원은 순환보직에 의해 자리를 곧 떠나게 될 것이고, 후임자가 그 일을 이어나간다는 보장도 할 수 없다. 그러니 행정은 마중물로 충분하다. 늘 주민들의 세 걸음 정도 뒤에서 거들고 기다리는 게 마땅한 행정의 역할이다.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지속성을 갖추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게 마을 만들기의 완성작이다." (88쪽)

저자는 마을의 상인들을 '마을소통관'이라 칭하며 수시로 만나 마을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경청했다. 마을의 안부를 살피는 '골목대장'과 '만물수리센터'를 통해 주민들은 마을 돌봄의 주체로 성장했다. 동 행정복지센터 유휴 공간을 주민 중심 커뮤니티 공간인 마을카페로 변신시켜, 동 사무소가 커피 마시고 민원 해결도 가능한 곳이 되었다. 우산동 9개 어린이공원의 자치적 관리를 위해 동장의 권한을 내려놓고 주민자치회에 일괄 위임하기도 했다. 

우산동의 다양한 실험이 가능했던 원동력, 그 핵심은 '권한 내리기'이다. 행정이 먼저 권한을 내리고 주민들 속으로 들어가 함께 만들어가는 관계력, 공존력은 곧 강력한 지역 역량이 될 것이다.  

마을 복지와 자치의 완성을 위해 

사회보장과 사회서비스의 원활한 제공을 위해 '시군구' 단위에 설치되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지사협)는 유관 기관 및 단체들이 연계 협력하는 민관협력기구로 지역복지계획 수립의 의무를 지닌다. 지사협은 지역 내 복지 사각지대 발굴, 지역 복지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 주민 네트워크 활성화 등의 역할을 한다. 

읍면동 단위 지사협은 지역복지계획 수립의 의무가 없으나, 우산동은 전국에서 최초로 지역복지계획을 작성하여 주목받았다. 우산동은 지역복지계획 수립의 과정이 주민 주도와 참여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매월 '마을 대동회'를 열어 공론의 장에서 마을 의제들을 발굴하고 논의했다. 주민들이 마을의 자원을 조사하고 마을의 비전을 학습하고 논의하였다. 

마을복지총회를 통해 주민들의 뜻을 모으고 주민참여예산으로 반영해 실현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었다. 마을복지총회를 통해 청소년 분과에서 제기한 과제가 1순위로 선정되었고, 예산에 즉각 반영하여 동행정복지센터 건물 4층에 청소년 누구나 공부할 수 있는 작은 독서실이 생겼다. 
 
"시민과 공무원은 통역이 필요한 사이라는 말이 있다. 웃을 수만은 없는 부끄러운 말이다. 그만큼 불통 관계라는 말일 것이다. 공무원은 주민들과의 관계를 '협치'라 쓰고 '동원'이라 읽는다는 말도 있다. 문제의 핵심은 '권한'이다. 권한 없는 참여는 동원으로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질문에서 구체적인 답이 나온다. 바로 주인이 주인 역할을 하는 민주주의의 출발이 바로 '마을복지계획' 수립이다."(147쪽)

저자는 마을복지총회를 "복지와 자치가 만나는 연결고리"(151쪽)라고 했다. 그는 "주민의 주도권이며 권한의 확장이 바로 정책 결정권이며 예산 결정권"이라며 "비록 작은 예산과 작은 정책이라 해도 마을정부인 동에서 가능하다. 승리의 맛을 아는 사람이 다시 도전할 수 있다. 작은 사례를 통해 마을의 주인이 된 주민들은 다시 새로운 마을 일에 참여하고 새 변화의 닻을 내린다"(256쪽)고 설명한다. 

1년에 서너차례 회의하는 형식적인 활동에 머무르는 것이 읍면동 지사협의 현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산동 주민들이 만들어 낸 다채로운 사례들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우산동 앞에 붙은 자치와 복지의 1번지라는 수식어가 전혀 과하지 않다. 

대한민국은 연대, 배려, 나눔, 평등과 같은 가치가 실종되는 '사회가 없는 사회'로 변해가는 듯하다. 시스템적 위기에는 시스템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을을 중심으로 서로 돌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행정과 주민이 협력하여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우산동의 도전과 실험이 다른 동네에도 퍼져 나가길. 엄미현 동장과 같은 '이상한' 공무원들이 더 많이 생겨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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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골 농촌에서 사려깊고 유쾌하고 유능한 동료들과 함께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좌충우돌하는 마을학교를 운영하면서 날마다 협동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작지만 커다란 변화는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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