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8.01 18:53최종 업데이트 22.08.01 18:53
  • 본문듣기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 [편집자말]

서울 시내 전통시장에서 판매 중인 수산물 모습. 자료사진. ⓒ 연합뉴스


바다에는 수많은 생물자원이 있다. 그중에서도 고등어·갈치·조기 등 생선요리는 우리 식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수산자원이다. 이들 어류와 패류 등 수산자원은 동해·서해·남해 등 지역과 계절에 따라 잡히는 어종 등이 다양하다.

같은 지역 어민일지라도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많이 잡는 사람이 있고 적게 잡는 사람이 있다. 높은 파도에 언제 생명을 잃을지 모르는 바다에서 열심히 조업하지 않는 어민은 없을 것이다. 격차는 보통 노하우에서 생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잡을지에 대한 판단과 방법이 그날 잡는 물고기의 양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바다 밑바닥 서식 환경을 잘 이해하는 어민이나 어느 시기에 어떤 물고기가 어디로 지나가는지를 잘 아는 어민 등 특별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이 있는 어민이라면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한없이 넓은 바다일지라도, 지역 어민들은 자기만의 조업 구역과 특별한 노하우를 갖고 평생을 바다에서 일해 왔다. 아침 일찍 수산물공동어시장에 위판하기 위하여 새벽 3~4시에 출항하는 어민들은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하루를 산다.

필자도 입대 전 한 달간 멸치잡이 배를 탄 적이 있다. 하루에도 수차례 뱃멀미를 하며 쉴 새 없이 그물을 잡아당겼다. 심한 파도 속에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기억이 난다. 매일 매일 목숨 걸고 생활하는 어민들의 일상은 참으로 인상 깊었고 한 달 가까운 나의 멸치잡이 경험은 현재의 나를 있게 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한다. 공유재산인 바다의 생물을 어민들이 공짜로 잡으면서 무슨 보상을 요구하냐고. 어민들과의 분쟁은 이런 편협된 사고에서부터 시작된다. 필자가 만나본 중앙부처나 공공기관 보상담당자 중 많은 이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과연 바다의 수산자원이 공유재산이며 누구든 포획할 수 있는지, 어민들은 아무런 권한도 없으면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지 살펴보자.

어업인의 재산권과 권익 보호
 
[헌법 제23조]
①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②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③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

'헌법'에서는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하되, 법률에 의하여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법률에 의해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에 근거하여 '수산업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이하 '공유수면법')' 등에서는 어민들의 재산권 보호 등을 위해 여러 가지 제도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수산업법'에서는 어업권(면허어업)을 취득하지 아니하거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어업을 경영하는 자에 대하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제한 등의 처분을 받은 경우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자에게 미리 보상을 하지 않으면 손실을 끼치는 행위나 공사를 시작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자가 동의한 경우는 제외).

'토지보상법'에서는 '수산업법'상 면허·허가·신고어업이 공익사업으로 인하여 제한 등을 받는 경우 '수산업법시행령' 별표4(어업보상에 대한 손실액의 산출방법·산출기준 및 손실액산출기관 등)에 따라 피해액을 산정하여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공익사업시행자는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의 승낙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사에 착수하기 이전에 토지소유자와 관계인에게 보상액 전액을 지급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유수면법'에서는 공유수면 점용·사용허가시 피해가 예상되는 권리자(면허어업 등) 동의를 요구하고 있으며, 매립면허신청시 피해예상 범위 등에 대한 피해영향조사서를 첨부서류로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렇듯 '헌법' 이하 관련 법률에서 어업인들의 재산권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다양한 제도를 두고 있다. 해상풍력발전사업 등 어떤 공익사업이든 연안해역(공유수면)에서 공유수면 점용·사용 등이 필요한 경우 피해 예상 권리자인 어민들의 동의 없이는 어떤 사업을 하든 힘든 구조로 되어 있다.

어민들은 어떤 피해를 보는가
 

지난 2월 25일 경남 남해에서 열린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반대 집회' 해상시위. ⓒ 남해군청


어민들이 생업을 위해 잡는 어류는 회유성 어류와 정착성 어류로 구분된다. 회유성 어류는 전갱이, 고등어, 방어, 삼치, 농어, 숭어, 참조기 등이 있으며, 정착성 어류는 돌돔, 감성돔, 넙치, 붕장어 등이 있다.

어민들은 회유성 어종을 포획하기 위해 어류들이 지나가는 길목에 그물을 설치하는 소극적인 어구어법을 사용한다. 정착성 어종을 포획하기 위해 미끼 등을 이용하여 적극적인 어구(통발 등)를 사용하며, 어떤 미끼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꽃게, 문어 등 잡히는 어종이 다르다.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공사 및 가동(운영)시 발생하는 부유사, 소음·진동, 퇴적환경변화, 유속변화 등은 어업에 피해를 주는 피해인자에 속한다. 회유성어류는 조류의 흐름, 수온, 소음·진동에 민감하기 때문에 회유성어류를 잡는 어민들은 소음·진동 및 유속변화 등으로 어획량이 감소하게 된다.

또한, 정착성 어류는 부유물질이 아가미에 끼어 호흡곤란·생리변화 등으로 성장이 저하되고 폐사하는 경우가 발생하며, 유속 및 퇴적환경변화로 산란장 등 서식지가 파괴되는 피해를 보게 된다. 이로 인하여 정착성 어류를 잡는 어민들에게도 어획량이 감소하는 등의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즉 어획량 감소는 바로 어민들의 수익을 감소시키며 어민들의 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과거 연안해역 어민들은 원자력발전소, 화력발전소, 교량공사, 항만공사 등으로 어획량이 감소하고 그에 따라 수많은 어업피해보상을 받아왔다. 특히,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건설공사 중 발생하는 피해와 더불어 발전소 가동(운영)시 방출하는 온배수에 따른 피해로 인하여 어민들은 수십 년째 피해의식 속에 살아가고 있다.

발전소 주변 어민들은 발전사업자와 어업 피해 문제로 수십 년째 싸우고 민원을 제기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발전소 주변 어민과 발전소 사업자는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분쟁과 소용돌이의 배경

해상풍력발전사업의 경우 대부분 민간사업시행자가 하지만 실제 보상업무는 발전사에서 파견오거나 발전사 직원을 채용하는 등 기존 발전사들이 해오던 업무 스타일에 맞춰 민원과 보상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민간해상풍력발전사업자와 어민들의 분쟁은 과거 화력발전소 및 원자력발전소 어업피해보상 문제의 양상이 반복되게 된다. 조금 다른 부분은 민간해상풍력발전사업자는 민간사업자라는 이유로 '토지보상법' 및 '수산업법'에 따른 어업피해보상액 산정기준·방법에 의하지 않고 민간사업자가 임의적으로 산정한 금액을 어민들에게 제공하고, 해당 어민들은 현금을 받고 사업에 동의하는 구조로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해저 케이블이 통과하는 마을과 어촌계에 수십억 원의 현금 지급을 약속하고 어민과 마을 주민의 동의를 받거나, 특정 단체에 수십억 원 또는 수백억 원의 현금을 지급하고 동의서를 받고 공유수면점사용 및 사업승인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는 '토지보상법'과 '수산업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어업피해보상액산정 기준·방법을 무시하고 아무런 근거 없이 서로 합의에 의해 피해금액을 결정한 것이다.

손실보상이라 함은 관련 법령에 근거하여 관련 법령에서 정한 절차와 기준(방법)에 따라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민간해상풍력발전사업자가 특정 어민(주민)들에게 현금을 살포하고 지급하는 합의금은 손실보상금이 아니라 지원금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민간해상풍력발전사업자가 제공하는 지원금은 대개 반발을 불러온다(해저케이블이 통과하는 어촌계와 주민에게 지원금을 약속한 사례 제외). 직접 피해지역 단체에 수십억 원을 지급한다는 소문이 돌면, 인근의 피해예상권리자인 어민들은 가만있겠는가?

법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와 기준(피해예상권리자인 어민들과 협의하여 어업피해영향조사 또는 어업피해조사를 통하여 어업손실보상액 산정)을 무시하고, 직접피해지역의 주민(어민) 중심으로 지원금 명목으로 수십억 원의 현금을 제공한다면 지금 당장은 해당 지역 주민(어민)들의 동의는 쉽게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간접피해지역에 속하는 어민들은 점점 반대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며, 심지어 찬성과 반대가 분화하면서 지역사회는 분쟁과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이런 사례들을 우리는 쉽게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이유로 해상풍력발전사업이 좌초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발전사업자와 어민들은 수십 년간 서로 불신하며 살아왔다. 그러한 맥락이 있기에 아무리 정부가 해상풍력에 따른 이익을 공유하고, 주민이 해상풍력사업에 참여하여 수익을 배당받게 해 준다고 발표하더라도 어민들이 마음의 문을 열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충분한 시간 갖고 해상풍력 추진해야
 

지난 2월 16일 오전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열린 전국어업인 생존권 사수 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망치로 해상풍력발전기 모형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20년 7월 17일에 정부에서 발표한 '주민과 함께하고 수산업과 상생하는 해상풍력 발전 방안'을 살펴보면, 발전사업자는 주민들이 '수산업법'상 피해보상 외에 과도한 보상을 요구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주민들은 발전사업자들이 주민 피해를 등한시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가 이 문제에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문제 진단이 필요하다. 정부 발표 자료에 나온 발전사업자들의 생각은 실상과 멀리 동떨어져 있다. 발전사업자는 '수산업법'에서 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피해보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자신들이 임의적으로 산정한 금액을 피해보상금이라는 명목으로 지급하고 있다.

심지어 간접피해지역의 어민들은 협상대상자에서 배제해 버리는 경우들도 종종 있다. 어민들은 '수산업법'상 어업피해보상(손실보상)을 받은 것이 아니라 대부분 민간사업자가 결정해서 준 현금 보따리를 받은 것일 뿐이다.

목숨을 걸고 매일 바다에 나가 열심히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며 살아가는 어민들을 보상투기꾼이라는 색깔을 갖고 접근하면 답을 찾을 수 없다. 사업시행자는 어민들의 치열한 삶을 이해하고, 수역 주변 어민들의 대부분이 피해자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즉 직접 피해나 간접 피해의 문제가 아니라, 해상풍력발전사업지구(수역) 주변의 어민들은 대부분 피해를 보는데, 피해의 양이 각각 다를 뿐이다. 해상풍력발전사업자는 특정 집단이 아닌 피해예상권리자들과 폭넓게 대화를 하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해상풍력을 추진해야만 한다.

또한, 정부는 어민들이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익을 공유하고 주민참여형 해상풍력을 추진하겠다고 서둘러 발표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어민들과 소통하고 많은 대화를 함으로써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걸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 탈석탄·기후위기대응·신생생에너지 관련 선도기술 확보 등을 위해 해상풍력발전사업은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 필자 소개 : 김용춘 박사(감정평가사)는 부경대학교 수산경영학 석사, 한국해양대학교 법학박사 학위취득 후 전남대학교 어류양식학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현재는 가천대학교 도시계획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부동산분야로 <부동산관계법규>(2004년), <부동산공법의 이해>(2009년)를 집필하였다. 수산분야로 <어업손실보상 이론과 실무>(2010년)를 집필하고, 최근 2021년에는 '어업피해보상액 산정의 문제(어업제한기간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발표하여 한국감정평가학회로부터 우수 논문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아산신도시 MP(Master Planner), 국방부 군공항이전 자문위원, 한국감정평가사연수원 전담교수, 중앙감정평가법인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