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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강훈식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강훈식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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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당시 손학규 통합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 출마를 권했다. 18대 총선 직전(2002~2006) 경기도지사를 지냈던 손 대표의 후광 효과를 본다면 당선도 가능했다. 하지만 강훈식 의원의 생각은 달랐다. "고향(충남 아산)에서 민주당이라 하면 '빨갱이'라고 하는데 그걸 극복하고 싶었다"고 했다.

결과는 낙선이었다. 그 다음 선거 땐 공천조차 못 받았다. 또 4년을 기다린 뒤에야 비로소 '민주당 의원'이 될 수 있었다. 그 뒤로는 밖에서 볼 땐 승승장구였다. 2020년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고 원내대변인, 수석대변인, 전략기획위원장, 대선전략본부장 등 당내 요직도 두루 거쳤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고전을 보면, 장수가 허벅지에 붙은 살을 보고 '말을 탄 지 오래됐구나' 하고 느끼잖나. 불현듯. '야, 훈식아. 너 구태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소리가 주변에서 들리더라."

그때부터 '훈식아. 너 지금 뭐 해야 하니'라고 자문자답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1년 12월 10일 연설을 간만에 봤다.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줬던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보며 살아라'다. (이제)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600년의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는 연설. 

"계란으로 바위치기지만, 흔적이라도 남겨야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난 3일 '8.28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지게 된 이유였다. 이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당권주자이자, 본인이 대선 당시 지근거리에서 도왔던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경선 출마 문제를 두고도 "적절하다고 판단했으면 제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각도 세웠다(관련 기사 : 강훈식도 당대표 출마... '97세대 vs. 이재명' 대결 본격화 http://omn.kr/1zmvp ).

물론 그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점을 안다고 했다. 그러나 바위에 계란의 흔적을 남기는 도전을 계속 할 생각이다. 강 의원은 1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그 이유를 말했다. 

'딸기우유' 만든 총학생회장... "다양성 담아내는 게 진보의 과제"

- 당대표 출마를 오래 고민했다고 들었다. 결심한 계기가 무엇인가.

"2PM 출신 이준호 배우가 한 인터뷰에서 '다른 멤버들이 잘 나갈 때 언젠가 나도 기회가 올 것이란 생각으로 실력을 갈고 닦았다'더라. 많이 공감했다. 저도 비슷한 연배 의원들이 소위 '치고 나갈 때' 부럽기도 했지만, 해야 할 역할을 하고, 실력을 쌓는 데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많은 의원들이 '한번 해봐라' 요청했다. 

또 제가 유일한 비수도권 기반 당대표 후보다. 민주당이 수도권 정당이 아닌 전국 정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 의무와 책무가 있는 것 같다. 결정적인 계기는 6.1 지방선거였다. 전국 판세가 어려워졌다고 판단했을 때 제가 충남도당 위원장이니까 도지사 선거는 잘 해보려고 지역으로 갔다.

그런데 박완주 의원 '성비위' 사건이 터졌다. 민주당이 대선 때 충남에서 유일하게 이긴 곳이 제 지역구다. 아산이라도 이겨보려고 갔다. 졌다. '내 것을 잘 챙기는 시간이 아니다. 당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내 목소리를 내야겠다. 그 노력으로 전당대회 출마가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1973년생으로 '97세대'다. 97세대가 처음 호명된 것은 2019년 초였지만, 이제야 직접 등판했고, 그간 눈에 띄는 활동도 없었다. '결국 86세대의 대리인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86세대의 진보는 '민주화'다. 하지만 97세대의 진보는 '다양성'이다. 97세대 후보 네 명(강훈식·강병원·박주민·박용진)은 국회 진입 경로, 정치적 색깔이 다 다르다. 또 제가 건국대학교 총학생회장을 했다고 '86의 후배' 아니냐고 하는데, 86세대가 총학 할 때는 싸움(민주화운동)을 잘하면 됐다. 저희는 이미 민주화 이후인 김영삼·김대중 정부 시절이었고, 학생복지도 하고, 식당밥도 개선해야 했다. 

그때 학생들에게 '뭘 원하냐'고 물었더니 '건국우유에 딸기우유나 만들어달라'는 응답이 제일 많았다. 실제로 만들었다(웃음). 지금 정치상황과 비슷하다. '한 개의 단어나 언어로 표현할 수 없지만, 내 삶을 바꾸는 계기·변화를 만들어 달라.' 97세대는 이 생활정치를 각 영역에서 입증하고, 그것으로 어떻게 연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보수의 얼굴이 하나라면, 진보의 얼굴은 여러 가지다. 즉 민주당이 다양한 얼굴을 담아내느냐 못 담아내느냐가 우리의 진보적 과제다."

- 민주당은 그 과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다른 문제들도 많이 쌓여있다. 이와 관련해 출마선언문에서 '민주당이 지금에 이르도록 침묵하고 방치한 저의 모습이 부끄럽다'고 했다.

"여당일 때, 또 제가 그 안에 있는 사람으로선 정부와 청와대와 당, 이 전체를 대상으로 싸워보자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어떤 의사결정에 파묻혀서 지나간 것들이 많다. 그 중에는 민주당의 기본과 상식을 무너뜨린 결정들이 많았다."

- 예를 든다면.

"검찰개혁은 매우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가 검찰개혁을 추진한 시기와 태도가 옳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대선 기간 (국민의힘의) 혐오와 갈라치기를 두고 우리가 표 계산하느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자성도 있다. 이 일들이 제 스스로 부끄럽다는 표현이었다. 그런데 저는 전당대회를 서로 '네가 잘못해서 그래'라는 논쟁으로 끌고 가는 것을 국민들이 바라지 않는다고 본다. 출마선언문의 절반을 '제가 잘못했습니다'라고, 나머지는 비전으로 쓴 까닭이다. 

다만 그럼에도 '보수의 성공방정식'은 또다시 확인됐다. 그동안 보수는 남과 북, 동과 서를 갈라서 집권해왔는데 이번에는 남과 여, 세대를 갈라서 집권했다. 저는 그런 면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참 안 좋은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우리의 성공 방정식도 명확해졌다. 남과 북을, 동과 서를, 남녀와 세대를 통합하고 화해시키는 대안을 내놓을 때 국민들이 민주당을 인정해준다. 혐오와 갈라치기에 대한 단호한 대응, 그것을 통합으로 이끄는 정치력이 우리의 과제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강훈식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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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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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누구를 위한 정당'인지 잃어버렸다"

- '정치의 쓸모'를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데, 여야 모두 '어떤 나라를 만들겠으니 힘을 달라'는 말보다 그냥 '힘을 달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복지국가 등 가치, 비전이란 '쓸모'를 내세웠던 정치집단인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면모가 보이지 않는다. 

"'당대표가 되면 진보 재구성 위원회를 바로 설치하자'고 말하는 이유다. 큰 틀에서 전체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민주 대 반민주의 시대는 끝났다. 우리가 국민의힘을 '독재의 후예'라고 말해왔지만, 이미 사람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대표를 독재의 후예로 생각하지 않는다. 보수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그들은 재구성을 했다. 밖에서 보면 청년들이 모이고, 새로운 내용이 있는 것 같다. 물론 그게 혐오와 갈라치기이지만.

반면 우리는 지난 5년 동안 누구를 위해서 일하는 정당인지를 잃어버렸다. 그게 있어야 가치와 비전을 이야기할 수 있다. 30년 전에 김대중 대통령이 말한 '서민'은 지금 누굴까? 과거에는 여공일 수 있지만 지금은 플랫폼 노동자, 일용직 등이다. 그러면 그들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연대해야 하는데 못했다. 다시 준거집단을 명확히 하고, 그들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그 바탕에서 연대하는 판을 모아 나가는 일이 진보의 과제, 민주당의 숙제다."

- 사실 민주당의 '진보'에 많은 이들이 물음표를 찍고 있다. 그 대표 사례 중 하나가 성비위 논란이고, '더불어만진당'이란 오명까지 생겼다. 대선 때는 박지현이란 인물을 앞세워 극복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국회의원이 되고 제일 많이 배우고 있는 게 성인지 감수성이다. 아직도 부족한 것 같다. 제도를 만들고, 교육을 하더라도 생각보다 더디게 배워지더라. 그런데 누가 당대표가 되면 하루아침에 해결한다? 쉽지 않다. 다만 (당장은) '그러면 큰일 난다'는 사회 분위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좋은 말을 많이 남겼고, 좋은 실천을 많이 했다. 안타깝게 전당대회 출마가 불가능해졌지만, 당은 그의 5대 개혁안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 민주당이 언젠가부터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또 다른 의제가 국토균형발전이다. 

"현재 한국사회의 가장 큰 불평등 중 하나는 지역의 차이에서 온다. 서울에만 기회가 몰려있다. 그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사람들만 지역에 살기 시작했다. 그게 불평등이다. 동시에 지방은 노령화, 슬럼화하고 있다. 이 문제를 극복 안 하면 대한민국이 공동체를 이루기 어렵다. 우리가 이 문제를 5년, 10년 안에 풀어낼 용기를 가져야 한다. 또 민주당이 진보의 의제로 노인문제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왔다. 그게 불평등을 가속화하고 있으니까."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강훈식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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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전략 면에서도 충청은 늘 민심 바로미터로 꼽히는 지역이다. 민주당은 꽤 오랜 기간 수성해온 중원을 선거에서 연달아 뺏겼다. 어떻게 복원해야 할까.

"충청 출신 당대표를 뽑으면 된다(웃음). 충청은 태도는 보수, 생각은 진보인 동네다. 정말 팽팽하다. 그런데 충청에서 두 차례의 성비위 문제(안희정, 박완주)가 우리 당을 덮치고 가면서 신뢰를 잃었다. 앞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서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밖에 없다."

- 윤석열 정부와 민주당의 관계는 무엇으로 설정할 계획인가.

"선명 야당과 대안 야당. 6.1 지방선거 거치면서 유권자들이 '기권도 나의 권리'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선명 야당이면서 대안 야당이어야 그분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투표장에 나가야 될 이유, 또 저쪽은 찍지 말아야 되는 이유를 말해야 한다."

"제가 예비경선 통과 못하면 민주당 전국정당 안된다"

- 차기 당대표는 2024년 총선도 준비해야 한다.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초과 금지법'이 나오는 등 정치교체 요구가 높은 반면 당내 3선 이상 중진만 40명에 달하는데.

"이해찬 대표 시절 전략기획위원장으로 '시스템 공천'을 설계했다. 공천은 누군가 인위적으로 하려고 할 때 큰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시스템으로 했더니 아무런 저항 없이 30~40명 물갈이됐다. 다선 의원들이 많이 걱정할 텐데 룰(Rule)을 함께 만들 수 있는 정치력이 발휘되면, 그래서 모두가 동의하는 룰이라면 본인들도 납득하고 국민도 납득한다."

- 또 다른 당권주자 강병원 의원은 오늘 '당대표의 공천권을 내려놓겠다'며 공천관리위원을 당대표 임명이 아닌 중앙위원회 인준으로 정하자고 했다. 다른 주자들의 공동선언도 제안했는데, 동참할 뜻이 있나. 

"없다. 지금 국민들이 그런 이야기를 싫어하는 것 아닌가? 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공천권을 주요 화두로 다루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민생을 어떻게 살릴지, 윤석열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해법은 무엇인지, 어떻게 민주당을 개혁할지가 토론의 핵심이어야 한다. '공천권 내려놓으라 마라'는 여의도 밖에선 '뭐야, 너희들 자리 갖고 그러는 거야?' 하는, 국회의원 기득권 얘기다."

- 선거제도 개혁도 다뤄야 하는데.

"저는 아직도 지역주의 타파가 안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는 충분히 고려해보고 준비해볼 수 있다. 민주당이 영남에서 정치하든,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정치하든 이념과 노선으로 국민에게 평가받고, 그중 석패한 분들도 국회의원이 돼서 자신의 이념과 노선을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 여태껏 나눈 대화만 봐도, 전당대회에서 다뤄야 할 주제들이 정말 많다. 그런데 이미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대세론이 강하다.

"직전 대통령 후보인데 어떻게 대세의 흐름이 강하지 않겠나. 안 강해도 이상한 것 아닌가. 이재명 의원은 1600만 표 이상 받은 강력한 인물이고, 당의 소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저는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지 열흘 됐고, 이전에 최고위원이나 대통령 후보로 나가본 적 없는, 아무튼 하찮은 사람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이번 당대표는 미래와 혁신을 말할 수 있어야 하고, 170석의 야당을 지휘할 정무적 감각과 전략적 판단을 갖춰야 하고, 당의 계파 문제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이 세 가지 조건이 되는 사람은 강훈식이다. 또 국민들이 제일 못 본 얼굴이라 지지율도 낮은데(웃음), 이 새로운 인물이 예비경선을 통과하고, 새로운 내용을 이야기하면 그게 민주당의 변화다. 또 제가 예비경선을 통과 못하면 민주당은 전국 정당 안 된다. 수도권 정당에 머무른다."

태그:#강훈식, #민주당, #전당대회, #97세대,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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