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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종사자인 산업별노동조합 간부가 조합원인 하청노동자들의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원청 사업장 안에 들어갔을 경우, 회사가 불허했다고 하더라도 정당한 노조 활동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30일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아래 거통고하청지회)와 법무법인 '여는'은 거통조하청지회 간부들의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확정 판결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2부(재판장 조재연‧민유숙 대법관, 주심 이동원‧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16일 검사의 상고를 기각 판결했다.

대법원은 "원심(항소심)은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대해 죄가 되지 아니한다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유죄로 판단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대우조선해양에 종사하지 않는 거통고하청지회 지회장과 전략조직부장은 2020년 7월 10일 원청회사에 공문을 보내 같은 달 16일 옥포조선소 내 민주광장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석하기 위한 출입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원청회사는 '불허한다'고 회신했다. 그럼에도 간부들은 원청측 조선소 정문 출입 통제 담당 직원의 제지를 무시하고 정문으로 들어갔고, 이에 대해 검찰은 2명을 '건조물 침입'에 해당한다며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처음에는 유죄로 판단했다. 1심인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은 2021년 7월 7일 거통고하청지회 간부 2명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는 뒤집어졌다. 창원지방법원 제3-2형사부(재판장 윤성열‧김기풍‧장재용 판사)는 2021년 12월 23일, 1심 판결을 파기하고 거통고하청지회 간부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정당한 조합 활동을 위해 사업장에 출입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런 조합 활동으로 인해 회사의 기업운영이나 업무수행, 시설관리 등에 실질적인 지장을 초래하였다고 볼 수 없다"며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집회 장소는 사업장 내 민주광장이라 불리는 광장으로 사방이 트인 넓은 공간이고, 사무동에서도 비교적 거리가 있는 곳이며, 집회가 주요 생산시설이나 사무공간을 점거하거나 그와 인접한 곳에서 개최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사업장이 방위사업법에서 정한 '주요 방위산업체'이고 통합방위법에 의해 지정된 국가중요시설 '가급'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사업장의 시설이나 보안에 대한 실질적인 침해의 위험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벌어진 집회 상황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사업장에 들어가면서 폭행 등 물리력을 행사하며 강제적으로 진입하였다고 볼 수도 없고, 회사측이 현장에서 명확하게 출입을 저지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사업장 비종사 조합원이고, 집회는 회사의 효율적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사업장에 들어간 행위 또한 쟁의행위의 하나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사용자의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원칙적으로 사업장 내에서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조합법(제5조 제2항)의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거통고하청지회를 변론했던 김두현‧최경아‧김기동 변호사는 "기존 유사쟁점 사례들이 있었다. 산업별노조의 비종사자 간부들이 현장순회를 해왔거나 직원식당에서 홍보 활동을 해왔음에도 사용자가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은 점이 주요하게 고려되어 무죄가 되었고, 단체협약에서 조합원들의 사업장 내 조합 활동이나 홍보활동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되었던 적이 있었다"고 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은 대우조선해양과 거통조하청지회 사이에는 단체협약이나 비종사자 간부들의 출입을 허용할 수 있는 규정‧관행이 따로 없었다"며 "사업주가 사전에 명시적으로 출입금지를 통보하였음에도 정당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사내하청 노동자와 산별노조의 원청 사업장 내 조합활동권과 이를 위한 사업장 출입권을 분명히 확인한 판결로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전경.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전경.
ⓒ 경남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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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법원, #대우조선해양, #금속노조, #거통고하청지회, #창원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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