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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으로 확산하며 글로벌 보건 위기 우려를 낳고 있는 감염병 원숭이두창의 확진자가 국내에서도 발생한 가운데 23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모니터에 '원숭이두창 감염병 주의' 안내문이 표시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확산하며 글로벌 보건 위기 우려를 낳고 있는 감염병 원숭이두창의 확진자가 국내에서도 발생한 가운데 23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모니터에 "원숭이두창 감염병 주의" 안내문이 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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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omicron) 변이가 변이를 거듭하며 창궐하는 와중에, 유럽에서는 5월부터 천연두(smallpox)와 형제 격인 원숭이 두창(monkey pox)이 서서히 확산되었다. 국내에서도 6월 22일 처음으로 1명의 확진자가 보고되어 우리에게 또다시 새로운 감염병의 출현을 알렸다.

WHO에 따르면, 현재까지 인간 사이에서 유행하는 원숭이 두창은 1970년 콩고 공화국에서 첫 발견을 시작으로, 지역 내 전파의 형태를 보였다. 하지만 2018년부터 아프리카나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여행객 몇몇에서 다수건의 감염이 학계에 보고되기 시작하면서 관심을 받게 되었고, 현재 유럽 국가에서의 유행 상황으로 이르렀다고 보고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겪었듯 바이러스와의 첫 만남은 항상 어색하고, 어렵고, 두렵기까지 하다. 심지어 집단감염의 파고를 넘으면서 생긴 차별과 사회적 낙인들에 대한 경험은 아직 채 가시지도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오히려 이 바이러스를 둘러싸고 생길 수 있는 사회적 낙인들을 조금 빠르게 예측하고 미리 경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원숭이 두창은 남자만 걸린다'고?

원숭이 두창이라는 이름은 아프리카 풍토병이었을 때 지역 과학자들이 불렀던 이름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름과는 달리 원숭이 두창은 처음 인간-동물로 전파될 때 원숭이가 아닌 쥐나 다람쥐를 통해 주로 전파되어 조금 어색한 지점이 있다. 

또한 과거 코로나19라는 이름 이전에 '우한폐렴'이라는 이름이 있었듯, 이 명칭이 특정 지역과 인종, 피부색 등에 대한 책임이나 낙인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로 WHO에서는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새로운 이름을 검토 중이다.  

누군가는 특정 지역과 인종에게 바이러스 전파의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아마존 및 아프리카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는 해외 개발 자본들도 이같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들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야생동물-인간 간의 접촉이 매우 잦아지고, 빈곤한 원주민들이 야생동물고기(bush meat)를 섭취하는 등 바이러스 변이가 배양되고 다시 인간에게 노출되는 환경이 쉽게 조성되면서 과거 대비 대유행의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6월 24일 기준 47개의 국가에서 4106명 확진되었고, EU국가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80% 이상)가 보고되었다. 좀 이례적인 것은 6월 17일 기준 캐나다의 168명의 확진자 모두가 남성이었다는 점이다. 또, 영국 보건당국에서 발표한 심층 역학조사에서 확진자 314명 중 311명(99%)가 남성이었고 GBMSM(동성애자, 양성애자 및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기타 남성) 커뮤니티와의 연관성이 있음을 발표하였다. 그래서일까, 국내에서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춘 언론보도들이 나오기도 했다. 아래와 같은 기사들이 대표적인 예다. 

'유럽 휩쓰는 '원숭이두창'…에이즈 사촌이 나타났다?'(머니S)
유럽서 퍼지는 `원숭이두창`…"동성애 남성들 감염"(한국경제TV) 
'원숭이두창, 유럽서만 40건 이상 보고…'감염자 모두 동성과 성관계''(뉴스1)


그러나, 이러한 역학조사가 각 국가별로 공개된 이유는 한 개인의 성적성향이 전파의 원인임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감염 경로를 조기에 차단하고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영국 보건당국에서 제출한 역학조사 보고서의 말미에도 '조기에 조사된 일부 케이스에 대한 역학조사'라며, 조사된 것이 모든 전파경로를 뜻하는 것이 아니며 추후 역학조사에 따라 그 감염의 패턴이 바뀔 수 있다는 언급이 분명하게 적혀있다. 

또한 다수의 감염병 전문가들도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우연하게 조용한 전파가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럼에도 위의 보도들은 원숭이 두창은 성소수자들의 성매개 감염병이라는 암시를 은근히 드러내며 선정적인 제목으로 클릭 수를 유도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성 매개 감염(STD)의 경우 성행위로만 전파된다. 그러나, 5월 유럽에서의 유행 이전에는 해당 바이러스의 전파방식이 성 매개 감염의 역학적 특성을 띠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WHO에서는 성적 접촉이 전파의 원인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상태라고 언급하고 있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22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원숭이두창 국내 환자 발생 상황과 검사 결과, 대응조치 등을 설명하고 있다. 백 청장은 브리핑에서 지난 21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의심 증상을 보인 내국인 A씨에 대해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유전자염기서열 분석을 실시한 결과 확진자로 판정했다"고 밝혔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22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원숭이두창 국내 환자 발생 상황과 검사 결과, 대응조치 등을 설명하고 있다. 백 청장은 브리핑에서 지난 21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의심 증상을 보인 내국인 A씨에 대해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유전자염기서열 분석을 실시한 결과 확진자로 판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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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자료에서도 전파방식은 1)피부병변의 부산물(혈액, 체액, 피부, 점막병변) 2)감염환자의 체액, 병변이 묻은 매개체 3)비말 4)미세 에어로졸을 통한 공기 중 전파 등 4가지 방식이며, 연구 중이지만 최근의 감염은 성적 접촉의 과정에서 생기는 1, 2번 방식의 밀접접촉 등으로 인한 전파가 유력하다고 언급하였다. 

과거 2020년 5월 이태원에서 코로나19의 집단발병으로 인한 역학조사 과정에서 개인 신상정보 및 확진자 동선이 공개되면서 '게이클럽', '수면방' 등의 키워드를 달아 이들을 비난하는 선정적인 보도가 줄을 이었다. 성소수자 전체에게 '너희들이 문제'라는 식의 망신주기와 낙인찍기가 이어지면서 오히려 이들과 시민들의 건강에 대한 도움은커녕 방역에 대한 도움도 주지 못했다. 

이 또한 '미지의 바이러스'는 아니다

미지의 질병은 끊임없이 들어 닥칠 것이고 인간의 실수는 반복될 것이다. 에이즈에서도 그랬고, 코로나19에서도 그랬다. 미지의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은 생존본능을 자극하기에 보다 방어적이고 본능적인 반응이 먼저 튀어나올 수 있다. 다름이 그저 다름이 아닌 차별이나 낙인 또는 거부 등의 행동으로 표출될 수 있다.

하지만 의학의 급속한 발전 덕분인지 원숭이 두창은 코로나19와는 다르게 백신도 있고, 항 바이러스제도 있으며, 전파의 속도 또한 빠르지 않은 편이다. 그들을 방어할 무기가 인류에게는 이미 주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쉽게 멈출 수 있다. 공중보건을 위해 낙인과 차별은 멈추고, 모두가 건강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노력해보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민수씨는 현재 공중보건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태그:#원숭이두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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