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홈 경기에서 5-0으로 완승을 거두면서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선발투수로 나선 로버트 스탁은 7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시즌 7승을 기록했다.

반면 kt 선발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는 경기 초반부터 제구가 조금씩 흔들리더니 5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다르게 보면 기회를 놓치지 않은 두산 타자들의 집중력이 돋보였는데, 그 중심에 김재호가 있었다.
 
 18일 잠실 kt전에서 3회말  2타점 적시타를 기록한 두산 베테랑 내야수 김재호

18일 잠실 kt전에서 3회말 2타점 적시타를 기록한 두산 베테랑 내야수 김재호 ⓒ 두산 베어스


멀티히트에 적극적인 주루... 펄펄 날아다닌 김재호

17일 경기에서 팀이 패배하는 가운데서도 3안타를 기록하며 맹타를 휘둘렀던 김재호의 방망이는 이튿날에도 뜨거웠다. 6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재호는 1회말 2사 1, 2루서 뜬공으로 물러나 아쉬움을 삼켰지만, 번째 타석에서 '베테랑'의 가치를 입증했다.

팀이 1-0으로 앞서던 3회말, 2사 만루의 기회를 맞은 김재호는 볼카운트 3-1에서 상대 선발 데스파이네의 5구를 그대로 잡아당겼다. 한참 뻗어나간 타구가 좌측 담장을 맞고 나오는 사이 3루주자와 2루주자가 홈으로 들어왔다. 여유롭게 2루에 안착한 김재호는 1루 관중석 쪽으로 손을 흔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좋은 흐름은 수비에서도 이어졌다. 4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황재균의 까다로운 땅볼 타구가 3루수 김재호 쪽으로 향했다. 김재호는 한 번에 타구를 포구하지는 못했으나 재빠르게 공을 잡은 이후 노바운드로 공을 던져 1루에서 황재균을 잡아냈다.

김재호의 활약상은 경기 후반에도 빛났다. 8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kt의 5번째 투수 박영현의 패스트볼을 밀어쳐 2루타를 만들어냈다. 교체 투입된 kt 우익수 송민섭이 다이빙캐치를 시도했으나 공을 떨어뜨렸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김재호가 2루로 향했다.

여기에 후속타자 정수빈의 좌익수 플라이 때 태그업을 시도, 공보다 먼저 3루에 도달했다. 평범한 뜬공이 될 뻔한 상황을 진루타로 연결시켰다. 덕분에 1사 1, 3루서 양석환의 희생플라이로 득점에 성공한 김재호는 팀에게 한 점을 더 안겨 두산으로선 확실하게 승기를 굳혔다. 몸을 사리지 않는 김재호의 주루에 관중석에 있던 많은 팬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18일 잠실 kt전에서 8회말 양석환의 희생플라이 때 홈으로 쇄도하고 있는 3루주자 김재호

18일 잠실 kt전에서 8회말 양석환의 희생플라이 때 홈으로 쇄도하고 있는 3루주자 김재호 ⓒ 두산 베어스


'마지막 불꽃' 태우는 김재호

늘 손시헌의 그늘에 가려져 백업 내야수에 머물렀던 김재호는 2010년대 중반 들어 팀의 주전 유격수로 거듭났다. 두산이 2015년부터 7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데 있어서도 김재호의 공헌도가 매우 컸다. 타격에서는 팀이 '공포의 하위타선'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는가 하면, 수비에서는 넓은 수비범위와 기민한 동작으로 안타성 타구를 건져냈다.

그랬던 김재호도 노쇠화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2019년을 기점으로 수치상으로 하락세가 조금씩 나타나더니 지난해에는 89경기밖에 나오지 못한 채 타율 0.209 1홈런 24타점 OPS 0.567로 부진에 허덕였다. 그 사이 박계범, 안재석 등 후배들이 유격수로 출전하는 시간이 부쩍 늘어나면서 김재호의 존재감이 잊혀져 갔다.

올 시즌 역시 최근까지만 해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1군 선수단과 동행하기는 했지만, 주전보다는 백업으로서 팀에 힘을 보탰다. 주로 경기 후반 두산이 내야진의 수비 강화를 위해 김재호를 유격수로 기용하곤 했다.

그러나 주전 3루수 허경민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시즌까지 1군에서 3루수로 단 16경기밖에 소화하지 않은 김재호가 주전 3루수로 나서게 된 것이다. 2010년 9월 1일 잠실 SK 와이번스전 이후 약 12년 만이었다.

유격수로 나설 때보다 빠른 타구가 비교적 많이 날라올 수 있어 항상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그러다 보면 실수가 나올 법도 한데, 김재호는 3루수로 뛴 최근 3경기 동안 실책 없이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자리는 조금 낯설어도 안정적인 포구와 송구는 여전했다.

어느덧 30대 후반이 된 김재호에게도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언젠가는 유니폼을 벗어야 한다. 그러나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3루수에 완벽 적응한, 베테랑 내야수는 오늘도 절실한 마음으로 그라운드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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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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