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과 2019년 서울과 부산에서 UFC 대회가 열렸다. 당시 김동현과 정찬성,추성훈, 최두호, 함서희, 정다운 등 한국(계) 파이터들이 대거 출전해 격투팬들을 즐겁게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열린 두 번의 UFC 대회는 북미 현지에서 유료로 판매되는 정식 넘버링 대회가 아닌 케이블 채널에서 '무료'로 방영되는 대회였다. 역대 아시아에서 열렸던 넘버링 대회는 벤슨 헨더슨이 라이트급 챔피언에 등극했던 일본에서 열린 UFC 144대회가 유일했다.

오는 12일(이하 한국시각) 싱가 포르 칼랑의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UFC275는 아시아에서 열리는 역대 두 번째 정식 넘버링 대회가 될 예정이다. 이번 대회에는 '불혹의 챔피언' 글로버 테세이라와 랭킹 2위 이리 프로하즈카의 라이트헤비급 타이틀전과 발렌티나 셰브첸코와 탈리아 산토스의 여성 플라이급 타이틀전이 동시에 열려 북미 현지에서 열리는 웬만한 넘버링 대회를 능가하는 스케일을 자랑한다.

하지만 국내 격투팬들이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UFC 275 대회를 주목하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이번 대회에는 코리안 파이터인 '스팅' 최승우와 '미스터 퍼펙트' 강경호가 동반출전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최승우와 강경호 모두 직전 경기에서 각각 KO와 판정으로 패하며 주춤했기 때문에 분위기 전환을 노리는 이번 경기의 결과가 향후 두 선수의 UFC 커리어에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김동현-정찬성 이어 코리안 파이터 간판 될까
 
 최승우(왼쪽)는 페더급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의 스파링 파트너 쿨리바오를 상대로 옥타곤에서의 4번째 승리에 도전한다.

최승우(왼쪽)는 페더급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의 스파링 파트너 쿨리바오를 상대로 옥타곤에서의 4번째 승리에 도전한다. ⓒ UFC

 
무에타이 국가대표 출신의 최승우는 2015년 프로 파이터로 데뷔해 1년 1개월 만에 파죽의 5연승을 내달리며 국내 격투단체 TOP FC에서 페더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최승우는 6개월 후 김재영에게 36초 KO로 무너지며 타이틀을 빼앗겼지만 다시 9개월 만에 열린 김재영과의 리턴매치에서 2라운드 KO로 승리하며 챔피언 벨트를 탈환했다. 자타공인 국내 페더급의 강자가 된 최승우는 2019년 3월 UFC와 계약했다. 

최승우는 UFC에 입성하자마자 모브사르 에블로예프와 캐빈 터커에게 연패를 당하며 세계 최고무대의 높은 벽을 깨달았다. 하지만 최승우는 패배의 귀중한 경험 속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2019년 12월 부산대회에서 수만 모크타리안을 판정으로 제압하며 옥타곤 데뷔 첫 승을 따냈다. 2021년 2월 유세프 자랄까지 판정으로 꺾은 최승우는 6월 줄리안 에로사를 상대로 UFC 첫 KO승을 기록하며 파죽의 3연승을 내달렸다.

하지만 상승속도가 너무 빨랐던 탓일까. 최승우는 작년 10월 알렉스 카세레스와의 경기에서 1라운드 경기를 주도해 나가다가 그라운드 포지션에서 니킥을 시도해 감점을 당하면서 크게 위축되고 말았다. 카세레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2라운드 중반 최승우에게 바디 트라이앵글을 걸며 움직임이 봉쇄됐고 최승우는 카세레스의 리어네이키드 초크에 걸리면서 탭을 칠 수밖에 없었다.

지난 3월 부상으로 터커 루츠와의 경기가 무산됐던 최승우는 12일 UFC 275에서 호주의 조슈아 쿨리바오를 상대로 옥타곤 진출 후 7번째 경기를 치른다. 쿨리바오는 주짓수 퍼플벨트 소유자지만 정작 MMA 무대에서는 한 번도 서브미션 승리가 없을 정도로 타격일변도로 경기를 풀어가는 선수다. 최승우 역시 무에타이 국가대표 출신의 타격가인 만큼 타격 위주로 경기가 이어진다면 절대 뒤질 이유가 없다.

대한민국 UFC 파이터의 간판으로 수 년간 활약했던 '코리안 좀비' 정찬성은 두 번째 타이틀 도전도 실패로 끝났고 어느덧 나이도 30대 중반을 넘어가고 있다. 이제 한국 격투기에도 정찬성의 뒤를 이을 새로운 간판선수가 필요한데 만 29세의 최승우는 정찬성의 다음 세대를 이어갈 수 있는 주역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다. 많은 격투팬들이 UFC 275에서 최승우의 화끈한 승리를 기대하는 이유다.

 '장수 파이터'꿈꾸는 30대 중반 강경호
 
 강경호(왼쪽)는 UFC진출 후 아시아 파이터를 상대로 4연승을 달리고 있다.

강경호(왼쪽)는 UFC진출 후 아시아 파이터를 상대로 4연승을 달리고 있다. ⓒ UFC

 
강경호는 데뷔 초기부터 '천재 파이터'로 명성을 날렸고 2012년에는 로드FC의 초대 밴텀급 챔피언에 등극하며 큰 기대를 모으고 UFC에 입성했다. 하지만 강경호는 옥타곤 진출 후 알렉스 카세레스와 무효 경기(카세레스 마리화나 적발), 치코 카무스에게는 판정으로 패하며 힘든 출발을 했다. 비슷한 시기에 동갑내기 정찬성이 페더급에서 승승장구하며 강자로 떠오른 것과는 사뭇 다른 아쉬운 결과였다.

강경호는 일본선수 시미즈 슌이치와 타나카 미치노리를 차례로 꺾으며 분위기를 바꾸는 데 성공했지만 더 이상 군입대를 미룰 수 없었다. 결국 강경호는 타나카전이 끝난 후 군에 입대했고 전역 후 첫 경기였던 구이도 카네티전까지 무려 3년 4개월이라는 긴 공백이 있었다. 당연히 링 러스트(오랜 공백에 따른 공포증)를 걱정하는 격투팬들이 많았지만 강경호는 카네티를 1라운드 서브미션으로 꺾으면서 우려를 불식시켰다. 

2018년 8월 브라질의 신성 히카르도 하모스와의 경기에서 선전하고도 1-2 판정으로 패하며 4연승이 좌절된 강경호는 다시 이시하라 테루토와 브랜든 데이비스,리우 핑유안을 차례로 꺾고 3연승을 달렸다. 하지만 강경호는 작년 8월 브라질의 주짓수 파이터 하니 야히야에게 판정으로 패하며 다시 한 번 4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두 번이나 4연승을 눈앞에 두고 제동이 걸렸던 강경호도 어느덧 30대 중반의 베테랑 파이터가 됐다.

강경호의 옥타곤 11번째 상대는 몽골 국적의 타나 바트게렐. 지난 2019년 8월 UFC에 데뷔한 바트게렐은 1패 뒤 3연속 KO승으로 상승세를 타다가 지난 3월 크리스 구티에레즈에게 격투기 데뷔 첫 KO패를 당했다. 바트게렐은 MMA 무대에서 12승을 따내는 동안 KO승이 8번에 달할 정도로 타격이 뛰어난 선수다. 하지만 강경호 역시 타격과 그라운드를 겸비했고 경험이 풍부한 만큼 레슬링과 주짓수를 잘 섞어서 싸운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강경호는 동갑내기 정찬성이 타이틀전에서 패하는 것을 보고 은퇴시기를 고민했다가 40대 파이터 테세이라의 챔피언 등극과 추성훈의 승리에 감동해 '장수파이터'가 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강경호가 UFC에서 활약하는 장수파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옥타곤에서의 꾸준한 승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시 말해 UFC 경력 5경기에 불과한 몽골 파이터 바트게렐 정도는 무난하게 이겨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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