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방영된 KBS '1박2일'의 한 장면.

지난 5일 방영된 KBS '1박2일'의 한 장면. ⓒ KBS

 
새로운 연출자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1박2일> 시즌4가 이번엔 제주도 비행기에 올라 탔다. 기존 멤버 라비, 방글이 PD 하차 후 이정규 PD 체제로 재정비된 <1박2일>이 '하나 빼기 투어'로 울릉도 포함 강원도 일대를 누비는 레이스로 변화를 준 데 이어 이번엔 단골 여행지인 제주도에서 5명의 멤버 (연정훈 김종민 문세윤 딘딘 나인우)가 힘을 합쳐 각종 미션 수행에 나섰다.

시즌4 출범 이후 코로나로 인해 시민들이 몰리는 장소를 찾아갈 수 없는 제약으로 인해 <1박2일> 고유의 특징 중 하나인 '레이스' 진행이 수월하게 이뤄지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 제반 여건이 완화되면서 프로그램은 역동적인 면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꾸며지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들렀던 제주도 촬영이지만 이번 <1박2일>에선 살짝 변화를 도모했다. 김포공항에서 함께 비행기를 타고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복불복 형태로 전국 각지에 위치한 공항으로 찾아가 주어진 미션을 성공해야 탑승할 수 있었다. 새벽 4시 오프닝 촬영에 투덜대던 멤버들은 이에 분노를 표했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물은 엎질러진 이후다.

전국 방방곡곡으로 흩어진 멤버들... 큰 재미 선사한 딘딘의 공금 횡령
 
 지난 5일 방영된 KBS '1박2일'의 한 장면.

지난 5일 방영된 KBS '1박2일'의 한 장면. ⓒ KBS

 
촬영 며칠 전 PD는 각 멤버들을 담당하는 VJ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1~5번을 선택하게끔 유도했다. 이 번호에 의거해 사다리 타기가 진행되었고 곧장 김포에서 제주도행 비행기에 올라타게 된 나인우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청주, 대구, 포항, 여수 공항으로 KTX, 고속버스를 타고 급하게 이동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이날의 큰 재미를 만들어준 건 딘딘이었다. 그에겐 007 서류가방이 부여되었고 암호를 찾기 위해선 공항 공중전화 박스를 찾아가야만 했다. 그런데 <1박2일> 멤버 중 가장 잔머리에 능한 인물이 딘딘 아니었던가. 예전 촬영에서 숫자로 열어야하는 자물쇠를 여는 놀라운 과거 행적을 보유했던 그는 이번에도 일일히 동일한 방식으로 성공, 단체로 쓸 수 있는 용돈 15만원을 획득했다.  

​하지만 여기서 딘딘은 또 한번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멤버 전원이 제 시간에 오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하고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나인우를 유혹해 커피, 케이크 등 간식 비용으로 공금을 쓰기 시작했다. 완전범죄(?)가 될 뻔 했던 그의 행동은 담당 PD 마저 당황하게 만들면서 결국 발각 일보 직전의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1박2일>의 전통적 재미 중 하나인 멤버 간 물고 물리는 속임수 등장에 힘입어 이날의 방송은 시청자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제공할 수 있었다.

'김종민 절친' 이효리 목소리 등장... 정말 입수할까?
 
 지난 5일 방영된 KBS '1박2일'의 한 장면.

지난 5일 방영된 KBS '1박2일'의 한 장면. ⓒ KBS

 
​우여곡절 끝에 5명 모두 제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도착, 첫 번째 관문 통과에 성공한 <1박2일> 멤버들이 일몰 시간까지 해야하는 내용은 '제주도에서 하루살기'였다. 한달 살기의 축약본으로 이들은 먹거리, 즐길거리를 다 수행해야만 한다. 000 해녀님이 갓 잡은 소라 먹기, 제주도에서 진정한 친구 1명을 사귀어 동반 입수 추억만들기, 낮잠 장소에서 편안하게 10분 동안 낮잠 자기 등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다양한 미션을 짧은 시간 동안 완벽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여기서 멤버들과 시청자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한 인물과의 전화 통화가 이뤄진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효리였다. 김종민과의 친분으로 인해 앞서 MBC 에브리원 <떡볶이집 그 오빠> 최종회 초대손님으로 출연한 데 이어 이날 갑작스런 전화에도 반갑게 화답하고 음성으로나마 등장한 것이다.

​제주도에서 친구와 입수를 해야 하는 당황스런 미션에 모두 난감해할 때 김종민은 "제주도엔 (이)효리밖에 없다"라는 말을 꺼냈고 이에 나머지 멤버들과 제작진은 귀를 쫑끗하기 시작했다. 이후 등장한 짧은 영상과 다음주 예고편을 통해 진짜 이효리가 전화로 연결되었고 "야야야!"를 외치며 등장한 그녀는 "우리가 그러면 가서 입수만 하면 되냐"라고 말해 다음주 방송에 대한 궁금증을 선사하기에 이른다. 정말 이효리가 등장해 입수할까? 

전임 PD 시절 대비 독해진 내용... 반가운 시민들의 호응​
 
 지난 5일 방영된 KBS '1박2일'의 한 장면.

지난 5일 방영된 KBS '1박2일'의 한 장면. ⓒ KBS

 
연출자의 변경은 <1박2일>의 진행 방향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앞서 방송된 강원도 일대를 누빈 레이스에선 김종민을 울릉도로 보내는가 하면 해수욕장 해변에서 검정색 양복+선글라스를 착용한 경호원들의 삼엄한 감시로 멤버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번 제주도 편에선 모처럼 출연진들을 전국 방방곡곡으로 내보내는 '따로 또 같이' 식 협동심을 발휘할 수 있는 내용으로 꾸몄다.  

​이와 같은 진행 방식은 여러 PD, 작가들 또한 멤버들과 더불어 함께 각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기에 만드는 사람 입장에선 사전 답사 장소의 증가 뿐만 아니라 진행 과정에서의 번거로움 등도 감당해야만 한다. 멤버들과 제작진의 몸은 고달프겠지만 이에 비례한 재미는 커질 수 있기에 새 PD 체제의 <1박2일>은 부지런히 움직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는 상당히 현명한 결정으로 판단된다. 

​여행의 제약이 완화되면서 북적이는 공항, 터미널 속 만나는 시민들의 환영을 몸소 실감함과 동시에 그들 또한 프로그램의 협력자가 되어주는 일석이조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연정훈, 나인우의 등장에 환호하고 같이 사진도 찍고 사인도 받는, 다소 귀찮을 수 있는 일도 기꺼이 응하며 지난 2년여 기간 동안 할 수 없었던 멤버와 시민 사이 교감의 기회도 마련한다. 

​멤버들끼리만 신나서 움직이는게 아닌, 현장에서 바라보는 시민들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기에 <1박2일>에는 새 연출자와 더불어 새 바람이 맞이하는 계기가 되어줬다. 주말 저녁 온가족이 즐겨보는 전통의 국민 예능은 앞선 시즌이 해왔던 것처럼 다시 사람들 속으로 뛰어든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1박2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