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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한반도 평화를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캠페인 모습
▲ 한미정상회담 대응 시민사회 평화행동 및 캠페인  지난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한반도 평화를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캠페인 모습
ⓒ 박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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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이 마무리되었다. 회담을 마치고 양국 정상이 발표한 공동성명의 첫 머리에는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하여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한다"는 문장이 자리했다.

유사시 핵우산과 재래식 무기, 미사일 방어체계 등을 통해 보호해 줄 것이라는 내용의 확장억제공약은 2009년 이후 매년 열리는 한미 국방장관 협의체인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 지속적으로 담겨왔던 내용이다.

기존의 공약이 미국의 '전략자산' 등 개괄적인 단어로 표현됐던 데 반해 이번 합의에서는 확장억제의 수단으로 '핵'을 적시한 것이 이례적으로 평가되었다.

미국의 한반도 확장억제수단으로 '핵' 직접적으로 명시

최근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가 다시 급부상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안보공약으로 확장억제 강화를 언급하면서부터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통령 국가안보실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제일 먼저 짚고 넘어갈 것은 실효적인 확장억제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액션플랜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 액션플랜과 관련해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xtended Deterrence Strategy and Consultation Group, EDSCG)'를 언급했다.

윤석열 정부의 요구에 바이든 정부도 호응해 공동성명에는 "가장 빠른 시일 내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하기로 합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윤석열 정부의 바람대로 이제 한반도는 더 평화로워질 것인가.

미국의 확장억제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이든 정부의 핵무기 사용과 관련한 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31일 팬타곤은 2022년 핵태세 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 NPR)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가 주목받았던 이유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핵무기의 단일목적 사용 원칙'(미국이나 동맹국이 핵무기로 공격받았을 때에만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이 담길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그러나 바이든의 대선 공약은 폐기된 것으로 확인되었고 "미국과 동맹 그리고 파트너 국가들을 '극단적 상황(extreme circumstances)'에서 보호하기 위해 핵무기 사용할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갔다. 여기서 말하는 '극단적 상황'이 어떤 경우를 의미하는가에 대해 팬타곤은 침묵했다. 결국, 미국은 '핵무기의 선제불사용 원칙(NO Fist Use, NFU)'과 마찬가지로 핵무기의 단일목적 사용에 대해서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정책을 선택한 것이다.

NFU 및 핵무기 단일목적 사용 원칙의 폐기

여기서 미국의 저위력 핵무기 정책이 주목된다. 트럼프 정부 시기 미국은 핵무기의 사용 문턱을 낮춘다는 목표 아래 다양한 종류의 저위력 핵무기를 개발해왔다. Trident-II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로 탑재되는 W76-2 저위력 핵탄두, 전략폭격기인 B-2 뿐만 아니라 F-15나 F-16과 같은 전투기에서 발사 가능한 B61-12 저위력 중력폭탄 등이 그것이다. 2019년 실전 배치된 W76-2는 그 파괴력이 8킬로톤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첫 번째 핵폭탄 '리틀 보이'의 절반 정도에 달하는 규모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소위 '탄두 모호성'이라는 것인데 저위력 핵무기의 핵탄두에 기존의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가 혼용되며 적국 입장에서는 미사일이 핵무기인지 재래식 무기인지 식별이 불가능해짐으로써 오판과 오인으로 인한 충돌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사용 문턱 낮춘 저위력 핵무기의 위험성

한미 정상이 보다 강력한 확장억제에 합의하고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가동하게 됨에 따라 한반도의 안보시계도 빨라질 전망이다.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질지 구체적으로 예측하긴 어려우나 기본적으로 미국의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예상되고 이는 한동안 자제되어 왔던 대규모 한미연합 실기동 훈련을 수반할 것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핵 공격에 대비한 양국의 연합훈련도 다양한 방식으로 필요하지 않느냐는 논의도 있었다"고 밝혔는데 이는 작년 12월 이후 한미 군 수뇌부가 기존에 논의하고 있는 '신연합작전계획'에 따라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신작계에는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미사일 요격은 물론 필요시 선제타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한이 "국가의 근본이익 침탈 시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선언한 데서 볼 수 있는 핵정책의 변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확장억제력의 강화, 미국의 핵무기의 선제불사용 원칙 및 단일목적 사용 원칙의 폐기 그리고 본격화한 저위력 핵무기의 개발과 실전배치...

공동성명에는 지난 몇 년간 담겨오던 판문점선언, 싱가포르선언 등 남북, 북미가 합의한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화와 협상의 원칙들은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한미동맹 강화의 전환적 계기가 되었다는 윤석열 정부의 자찬에 우려스러운 눈길을 보내는 이유들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석진씨는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상임활동가입니다.
 


태그:#한미정상회담, #확장억제, #한반도 평화,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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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대한 감시와 비판적 제언'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Civilian Military Watch)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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