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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사망 상태로 발견된 삼성전자서비스 해고노동자 정우형씨 빈소 모습.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고인의 아내가 남편의 빈소를 지키고 있다.
 지난 12일 사망 상태로 발견된 삼성전자서비스 해고노동자 정우형씨 빈소 모습.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고인의 아내가 남편의 빈소를 지키고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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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남편 유서에서 어디에도 본인을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요구한 게 없어요. 오로지 이재용이 진실되게 사과해야 한다는 그 말 하나 남겼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 해고된 뒤 복직투쟁을 벌여오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50대 노동자 정우형씨의 아내 이아무개씨는 16일 남편의 빈소가 마련된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정씨는 지난 12일 자신이 운영하던 전북 장수의 한 에어컨 수리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곁에선 "나를 아는 모든 이에게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이에게, 내가 아는 모든 이들 중 내가 잘못한 이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내 죽거든 화장해 동지들에게 한 줌씩 나누어 줘 삼성에 뿌릴 수 있게 부탁한다"라고 적힌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하지만 정씨는 앞서 9일 함께 투쟁한 동료에게 카톡 메시지로 "이재용에게 전하지 못한 우편 전달을 부탁한다"면서 생의 마지막 심경을 담아 글을 보냈다.

"지금 한 해고노동자가 고독의 늪에 몸부림치고 해쳐 나오려 허우적입니다. 하지만 여기까지인 듯 합니다. 간혹 동지들의 마주 잡은 손, 가족들의 사랑이 있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혹 제가 잘못한 모든이에게 제가 사죄와 용서를 구합니다. 또 제게 잘못한 모든이를 제가 용서합니다. 그리고 이재용에게 전하지 못한 우편 전달 부탁합니다. 저의 삶은 여기까지입니다. 동지들과 사랑하는 가족 안녕." - 2022년 5월 10일 삼성 노조파괴 공작 피해자 정우형(실제 보낸 날짜는 9일 - 기자 말)

"나는 노조파괴 공작의 피해자"

고인인 정씨는 사망 당시 삼성전자서비스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조끼를 입고 있었다. 그의 조끼 가슴 왼쪽에는 '원직 복직', 오른쪽에는 '삼성해복투' 명찰이 붙어 있었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해고노동자로서 복직을 바라 왔던 것.

앞서 고인은 2015년 5월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 사측으로부터 해고를 용이하게 한 취업규칙 개악을 일방적으로 통보받고 동료조합원들이 해고당하는 것에 저항하기 위해서 음독을 시도했다. 동료들 발견으로 구사일생했지만 결국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회사를 떠나야 했다.

문제는 정씨가 회사를 떠나게 된 과정에서 삼성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전국삼성전자서비스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해복투)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19년 7월 있었던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공판에서 당시 종합상황실에서 근무하던 서아무개씨는 검찰에 "자살 시도한 고위험군 인력인 정(우형)씨를 퇴사시키도록 상황실에서 개입했다"라고 증언했다.

실제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 과정에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노조 설립 주동자를 '문제 인력'으로 관리하고 징계사유를 추출해 퇴직을 유도하며, 노조가 있는 협력사는 폐업하는 등 노조 활동을 조직적·체계적으로 방해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노조와해 공작에 가담한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등 삼성전자 전·현직 임직원들은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고, 지난해 2월 유죄(대법원)가 확정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대국민 사과는 앞서 지난 2월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 최고 경영진에게 최우선으로 요구되는 준법의제로 Δ경영권 승계 Δ노동 Δ시민사회 소통 등을 언급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강구해 이 부회장이 국민들 앞에서 발표하라고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 대국민 사과하는 이재용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대국민 사과는 앞서 지난 2월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 최고 경영진에게 최우선으로 요구되는 준법의제로 Δ경영권 승계 Δ노동 Δ시민사회 소통 등을 언급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강구해 이 부회장이 국민들 앞에서 발표하라고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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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인 2019년 1월, 삼성전자서비스가 자사 제품 A/S를 담당하는 90여 개 협력사의 서비스 기사 총 7400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할 때 정씨는 복직되지 못했다. 노조 와해 사건 발생 이전에 해고되거나 노조 와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퇴직한 노동자들은 채용되지 못했다. 

이후 정씨는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서 삼성에 사과와 복직을 요구해 왔다. 2020년 9월에는 동료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삼성전자서비스 해복투 전국순회투쟁을 진행하기도 했다. 2021년 8월에도 동료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전국도보투쟁을 진행하며 이재용 부회장의 진정어린 사과를 요구했지만 삼성은 응답하지 않았다. 

지난 4월 정씨는 2020년 5월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노사 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라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이재용 부회장에게 "나는 노조파괴 공작의 피해자"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을 우편으로 보냈지만 수취거부로 반송됐다. 

글에서 정씨는 이 부회장에게 "당신은 대국민 사과문에서 노조파괴 공작은 했으나 피해자는 없다고 만천 하에 공표하였다. 거짓"이라면서 "나는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 정우형.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 공작의 피해자다. 일감줄이기로 직장을 떠나게 만들고, 위장폐업으로 거리로 내몰고, 그 범죄를 거듭 만천 하에 제대로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적혔다. 
 
정우형씨가 남긴 유서.
 정우형씨가 남긴 유서.
ⓒ 전국삼성전자서비스 해복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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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16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저희도 소식 듣고 놀랐다"면서 "안타까운 일이 벌어져서 깊은 애도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유족과 해복투가 요구한 '이재용 부회장의 진심 어린 사과와 피해보상'을 입장문을 통해 공식 발표한 사안에 대해서는 "지금 사람이 돌아가셨는데 애도 표명 이외에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거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며 "회사 입장에서 애도를 표명하는 것 외에 말씀드리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16일 현재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정씨 유족에게 별다른 접촉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유족과 해복투는 17일 오전 10시 서울 삼성전자 본관 앞에 정우형씨 분향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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