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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대구비건페스티벌 참여자들이 채식 음식을 직접 구매해서 삼삼오오 모여서 음식을 나누며 담소를 즐기고 있다.
 14일 대구비건페스티벌 참여자들이 채식 음식을 직접 구매해서 삼삼오오 모여서 음식을 나누며 담소를 즐기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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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전 11시경, 대구에서는 꽤 외곽에 속하는 수성구 삼덕동 한 야산 입구에 자리한 시골 같은 자그한 마을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주로 친구 혹은 연인끼리였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도 많았다.

이날 '카페 울림'이란 복합공간에서 대구비건페스티벌이 진행됐다. 1층 야외 공간과 지하 공간에서 채식 빵과 과자, 샌드위치, 유기농 음료와 같은 먹거리, 책과 나무 도마와 같은 일상 용품이 판매됐다. 

점심시간에 가까운 시각에 시작된 행사인지라, 참가자들은 손수 가져온 용기과 텀블러 등을 이용해 채색 먹거리를 현장에서 바로 구매한 다음 삼삼오오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즐겼다. 
     
채식 인구가 이렇게 많이 늘었나 싶어 놀랐다. 외지의 작은 마을 카페에서 열렸는데도 불구하고 이곳까지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것도 신기했다. 외국인들 또한 적지 않게 다녀가 가히 채식 열풍을 실감했다. 특히 젊은이들이 많았다. 채식을 단순히 트렌드나 건강 차원이 아닌, 우리 삶과 환경을 바꾸는 환경운동 차원으로 승화시켜나가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것이 대구비건페스티벌에 환경단체인 대구환경운동연합이 참여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시민들은 배추전·무전을 먹으며 놀랐다

이날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전라도 땅끝 고장인 해남산 배추와 무로 전을 부쳐 페스티벌 참가자들에 나눠줬다. 참가자들이 직접 부쳐 먹게끔 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참여자들에게 대구환경운동연합이 이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된 취지를 설명하면서 낙동강 물로 지어지는 농산물의 위험성을 알렸다. 재료 준비 관계로 비록 시작이 늦었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시민들, 특히 젊은이들의 참여 열기가 높았다.
 
14일 환경단체인 대구환경운동연합도 비건페스티벌에 참여해 낙동강 녹조 농산물의 위험성에 대해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14일 환경단체인 대구환경운동연합도 비건페스티벌에 참여해 낙동강 녹조 농산물의 위험성에 대해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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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 행사를 기획한 대구환경동운동연합 김민조 사무처장이 참가자들에게 말이다.

"지금 낙동강에 녹조가 심한 건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 녹조에는 치명적인 독이 들어있어요.  그런데 지난 3월 환경운동연합과 부경대학교 연구팀이 낙동강 물로 농사지은 쌀, 배추, 무에서 그 녹조의 치명적인 독이 고스란히 검출된 사실을 밝혀냈어요. 

쌀과 같은 우리 주식이, 우리에게 하루도 빠질 수 없는 반찬인 김치의 주재료인 무와 배추가 녹조 독으로 오염된 현실이 폭로된 것입니다. 우리 일상이 위험에 빠진 것이죠.

특히 이런 농산물이 급식으로 제공되면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대구교육청을 찾아가 현재로선 위험한 낙동강산 식재료를 아이들 급식에서 빼줄 것을 요구했어요. 그런데 경남교육청과 달리 대구교육청은 '이 문제가 우리와 관계 없다. (상기의 내용이 담긴)서한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했어요. 

그래서 대구지역 환경시민사회단체와 정당, 종교단체 등이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대구교육청과 싸워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낙동강 보 개방운동도 함께 해 나가고 있으니 배추전과 무전을 부쳐 드시면서 이 문제에 대해 많이 생각해주세요." 


[관련기사] "낙동강 쌀에서 녹조 독성 검출, 우리 식탁이 위험하다" http://omn.kr/1xxh2
     
이에 대구 성서에서 왔다는 한 여성 참가자는 이렇게 화답했다. 

"이 활동의 취지에 맞게 많은 분들이 먹거리를 통해 낙동강 녹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면 좋겠다. 앞으로 이 운동이 더욱 확대되기를 바란다."   
 
14일 한 커플이 직접 무전을 부치고 있다. 많은 참여자들이 직접 무전과 배추전을 부쳐먹었다.
 14일 한 커플이 직접 무전을 부치고 있다. 많은 참여자들이 직접 무전과 배추전을 부쳐먹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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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페스티벌에서 깨달은 점

참여자들이 주로 대구 분들이어서 낙동강 녹조의 심각함은 대체로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것에서 독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처음 접하고 다들 놀라워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먹거리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사실에 공분해줬다. 

기자가 이 대구비건페스티벌에 참여하며 느끼게 된 점은, 채식에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특히 젊은 분들)이 관심이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낙동강 녹조 문제와 농산물 오염 문제를 대부분 모른다는 현실이었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 알려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이 운동이 더 확대돼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특히 언론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지난 4월 대구환경운동연합의 제안으로 지역 시민사회와 노동, 정당, 종교단체가 모여 '낙동공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한 대구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되게 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부디 우리의 활동이 더욱 힘을 받아 낙동강 농산물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근본적으로는 이것이 4대강 사업으로 강을 망쳐버린 것에서부터 비롯된 일이므로, 낙동강에 세워진 보들이 하루빨리 제거돼, 혹은 보의 수문이 활짝 열려 강이 힘차게 흘러가는 그날을 희망해본다. 
 
14일 대구비건페스티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낮 12시 무렵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로 좁은 공간이 가득 찼다. 채식 열기가 느껴졌다.
 14일 대구비건페스티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낮 12시 무렵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로 좁은 공간이 가득 찼다. 채식 열기가 느껴졌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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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의 심각한 녹조. 낙동강 상류에 해당하는 상주 경천대에서 바라본 낙동강에도 심하게 녹조가 피었다.
 낙동강의 심각한 녹조. 낙동강 상류에 해당하는 상주 경천대에서 바라본 낙동강에도 심하게 녹조가 피었다.
ⓒ 박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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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14년간 낙동강을 기록하면서 4대강사업의 폐해에 대해서 고발해오고 있습니다.


태그:#비건페스티벌, #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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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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