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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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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공식 첫 연설, 취임사는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유독 '자유'만을 35회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에 대해 비판적 평가가 이어졌다. 자유를 강조한 대통령의 보수적 성향은 대선에 후보로 등장하면서 보여준 언행 등에서 이미 드러났고, 앞으로의 국가운영에 있어서 주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의 과도한 '자유' 언급은 종전 정부가 자유를 억압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문재인 정부의 자유에 대한 국제적 평가는 긍정적이다. '민주주의 지수'(Democracy Index) EIU, '세계언론자유지수'(Worldwide Press freedom Index) RWB, '세계자유지수'(Freedom House) 등에서 '완전한 민주주의'(Full Democracy), '양호함'(노랑색), 자유로운 국가(Free)'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헌법 정신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자유'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언급은 서양 정치사상사, 오래전의 '민주주의' 개념 등의 교과서 논쟁을 불러오고, 오해와 불명확의 문제를 넘어서 거짓 선전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다.

자유와 자유민주주의가 제3공화국 헌법 제7조제3항의 '민주적 기본질서'(the fundamental democratic order), 제4공화국 헌법부터 현행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the basic free and democratic order)를 염두에 둔 것으로 주장하면 이는 제도와 사상의 구분, 표현의 다름('free'와 'liberal')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들은 민주 앞에 자유 이외의 수식어가 없다고 강변하면서 자신들의 주장과 다른 의견을 가진 인사들에 대하여 험악한 이념 공세 등 비난을 퍼붓는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1949년 독일연방공화국기본법(헌법) 'die freiheitliche demokratische Grundordung'(the basic free and democratic order)과 유사한 개념이다.[* 한국법제연구원 영역, 남재희 "민주주의냐, 자유민주주의냐" 단상(斷想)]

우리나라는 헌법 제1조제1항에서 '민주공화국'(a democratic republic)을 천명하고 있다. '자유'를 강조하는 인사들은 북한 등 전체주의 독재 국가와의 차별화 등을 위하여 자유가 민주를 수식하는 것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주장한다.

그러나 어느 특정 국가가 민주주의 체제 또는 독재 체제 등이냐를 판단하는 기준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구성체인 국민주권의 원리,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제도, 복수 정당 체제, 공정한 선거, 언론 자유 등이다. 상기한 국제 평가도 이러한 것 등을 판단 기준으로 한다.

독일은 헌법 제20조제1항에서 '독일연방공화국은 민주적이고 사회적 연방국가(Die Bundesrepublik Deutschland ist ein demokratischer und sozialer Bundesstaat. / The Federal Republic of Germany is a democratic and social federal State)'로, 프랑스는 헌법 제1조제1항에서 '프랑스는 불가분적, 비종교적, 민주적, 사회적 공화국(La France est une République indivisible, laïque, démocratique et sociale. / France is an indivisible, secular, democratic and social Republic)'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변적인 사항은 차치하고 문제는 자유·인권·공정·연대의 키워드로 구성된 대통령 취임사, 윤석열 정부의 국정원리인 국익·공정·상식·실용을 바탕으로 계획된 국정과제 그 어디에도 자유, 특히 정치적 자유의 구체적인 신장 방안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기본권 확대 등을 위한 개헌, 관련 법률의 제정·개정(폐지), 국민주권주의와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국민의 자유 신장 등 삶을 결정짓는 국민대표의 선출방식 등과 관련하여 국민의 자유로운 다양한 의사가 국정에 반영되도록 하는 올바른 연동형 비례대표제 확대, 책임정치 실현 등을 위한 권력구조 변경 등 정치·선거제도 개혁, 유엔 인권이사회·국제노동기구,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제안한 국민과 노동자의 정치적·사회적 자유권 보장 및 신장을 위한 입법화 등 해묵은 과제들의 처리에 대해 일체의 언급이 없다.

이 오래된 과제들도 국익·공정·상식·실용 등의 명분과 자유·인권·공정·연대 등의 가치 실현, 대한민국 구성원 모두에게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하여 제안한 것이다. 우리 정치가, 국민이 제안한 시급한 해결을 요구하는 이들 '국민과제'를 제쳐두고 그 어떤 자유를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강조하는 자유가 과연 누구를 위한 자유인가, 무엇을 위한 자유인가 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돌아가게 된다.

구체적 실천 내용이 없는 거창한 슬로건, 추상적 어휘의 조합은 그저 말을 위한 말뿐으로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해 우리의 삶에 그 어떤 긍정적 결과를 전혀 가져오지 못하고 자유를 바라는 사람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 뿐이다. 국민 모두의 자유 신장과 그로 인한 행복을 증대시키기 위해 이미 제안된 국민과제에 대한 응답, 최소한 이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다. 꽉 막혀 있는 국민 자유와 행복의 증진 여정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또 다시 시작될 것이다.

태그:#취임사,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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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 부패방지위원회 및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 역임, 개혁적 입장에서 새로운 정보 등 취득 및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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