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순천중앙교회
 순천중앙교회
ⓒ 김이삭

관련사진보기


매화꽃처럼 향기로운 매산동 언덕의 비밀

매년 1, 2월마다 탐스러운 홍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추운 겨울 속에서도 봄을 기다리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순천 매산동. 그러나 과거에는 공동묘지(애기장터)로 쓰였을 만큼 척박해서 사람들에게 버려진 곳으로 취급받았다.

하지만 이역만리 타국에서 온 선교사들은 순천 읍성에서 멀지 않으면서 난봉산 줄기에 자리 잡고 있어 순천 도심을 한눈에 내다볼 수 있는 매산동 언덕에서 선교 활동을 전개했다. 과거 풍장터로 쓰이며 버림 받았던 양림동이 광주 선교의 중심지로 탈바꿈했던 것과 똑같았다. 지난 10일 이곳을 방문했다. 
 
순천기독진료소
 순천기독진료소
ⓒ 김이삭

관련사진보기

순천기독진료소
 순천기독진료소
ⓒ 김이삭

관련사진보기


시련 속에서도 홍매화처럼 결실을 맺다

1910년에는 매산 학교를, 1913년에는 안력산 병원을 각각 설립하여 교육과 의료선교를 시작했고, 순천선교부가 세워진 1913년부터는 순천을 비롯한 전남 동부 지역에 수많은 교회를 개척했으며, 작은 나룻배를 타고 파도와 싸우면서까지 고흥과 여수의 섬지역에 복음 전파에 온 힘을 기울였다. 이렇듯 '나중 된 자가 먼저 된 자가 된다'(누가복음 13장 30절)는 말처럼 아름다운 홍매화와 같은 믿음의 결실을 맺어온 순천이었지만, 뜨거운 불만큼 크고 작은 시련들도 존재했다.

먼저 각종 풍토병과 질병이 만연했던 환경에서 복음을 전파했던 만큼 300명이 넘는 선교사들과 그 가족들이 질병에 노출되기 쉬웠고, 그 과정에서 무려 45명이 목숨을 잃었다. 뿐만 아니라 일제에 의해 학교와 병원이 폐쇄된 상황에서도 신도들은 믿음을 지키기 위해 핍박과 고난을 감내하면서까지 신사 참배를 거부했고, 6.25 전쟁으로 인해 많은 목회자와 성도들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안력산 의료문화센터
 안력산 의료문화센터
ⓒ 김이삭

관련사진보기


매산동 곳곳에 남아 있는 선한 영향력의 증거

미국 남장로교의 선교사들은 한국에서의 선교를 위해 타 지역에서 쌓아 온 노하우들을 바탕으로 매산동 언덕을 복음 전파의 기지로 탈바꿈했다. 먼저 남학교와 여학교는 각자 구역을 나누어서 설립했고, 선교사들의 주거지는 언덕에서 가장 높은 곳에 지었으며, 병원과 교회는 독립적이면서 접근성이 좋은 곳과 조선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운 도입부에 각각 배치함으로써 당시 조선인 거주지보다 더 권위가 높으면서도 종교적인 상징성을 부각시킬 수 있었다.

그렇기에 선교사들이 남겼던 족적들이나 다름 없는 매산여고의 프레스턴 가옥과 코잇 선교사 가옥, 지금의 순천기독진료소인 조지 왓츠 기념관 등이 지금도 근대문화유산으로써 매산동 언덕에 남아 있는 것이다.

또한 한때 개인 주택으로 개조되었던 안력산 병원의 격리병동은 지난 2015년에 순천시가 매입하여 원형 복원하였고, 현재 '안력산 의료문화센터'로 이름을 바꾸어 전시관 겸 의료봉사 공간으로 활용중에 있다. (안력산 의료문화센터는 현재 코로나 19로 인해 폐쇄되었다.) 
 
안력산 의료문화센터
 안력산 의료문화센터
ⓒ 김이삭

관련사진보기


특히 안력산 의료문화센터에는 국내 최초로 만들어서 사용했던 한국형 구급차 2대를 전시하고 있다. 이 구급차들은 앰뷸런스가 흔치 않았던 시절, 불의의 사고로 인해 아버지를 잃었던 인요한 박사가 기존의 승합차를 우리의 지형과 실정에 맞게 개조하여 만든 것이다.

이후 인 박사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구급차와 응급의료체계를 벤치마킹해 환자 이송은 물론 응급 조치와 생명 유지를 위한 고성능 앰뷸런스를 개발하여 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기여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인 박사의 '우주의 중심, 순천'이라는 말을 안력산 의료문화센터에서 전시 중인 앰뷸런스를 통해 더욱 체감하게 된다.
순천 기독교 역사 박물관
 순천 기독교 역사 박물관
ⓒ 김이삭

관련사진보기

순천 기독교 역사 박물관
 순천 기독교 역사 박물관
ⓒ 김이삭

관련사진보기


매산여고 뒤편에는, 복음으로 하여금 선교사들이 이 나라를 사랑하고 헌신해 왔음을 보여주는 곳이 있다. 바로 지난 2012년에 개관한 순천시 기독교 역사박물관인데, 매산 언덕에서 시작되면서 퍼져나간 기독교의 역사와 순천을 비롯한 호남 동부권에서 활동했던 선교사들의 생활상이 그대로 담겨져 있는 장소라 할 수 있다.

이 박물관 2층에는 김제의 금산교회처럼 'ㄱ'자로 만들어진 소규모 예배당이 마련되어 있다. '남녀칠세부동석'으로 대표되는 유교적인 문화와 사고방식에 적응했던 초창기 한국교회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데, 양옆에는 남자석과 여자석으로 나누어져 있고, 가운데는 휘장을 쳐서 서로의 자리를 가려놓았다. 실제로 관람 후에 2층의 예배당에서 예배도 할 수 있으니 성지순례를 위해 박물관을 방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참고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 매화꽃 같은 사랑이 넘치는 매산 언덕으로 찾아오는 길
순천 구도심에 있는 매산동 기독교 유적은 순천종합버스터미널이나 순천역에서 최소한 4개에서 7개의 정류장만 지나면 될 만큼 가까운 곳이다. 배차 간격이 짧은 순천 버스 77번이나 52번을 타면 더 빠르고 편하게 찾아올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필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isak4703/41)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매산동, #순천, #성지순례, #여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국민프로듀서보다 솔직담백한 국민리뷰어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