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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음식은 맛이 없고, 만들기 까다롭다? 비건 음식에 대한 편견을 깨주는 다양한 비건 집밥 요리를 소개합니다.[편집자말]
향긋하고 연한 봄나물은 3월 즈음부터 먹을 수 있고, 쌉쌀한 두릅은 4월에만 먹을 수 있다. 무는 겨울 직후의 월동무가 제일로 맛있다. 제철음식은 한 번 맛보면 몸의 달력에 새겨진다. 먹고 싶은 채소가 생기면 그때그때 마트 진열대에서 찾을 수 있는 시대이지만, 고유한 생장시기에 맞춰 재배한 제철채소는 맛부터 식감까지 시설재배와 사뭇 다르다.

어느 시기에 어떤 제철채소가 있는 것인지 막연하다면,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서 계절과 음식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혜원(김태리 배우)이 시골에서 자급자족하며 밥을 짓는 장면이 보는 사람에게까지 힐링을 가져다주어 사랑을 많이 받았던 작품이다.

많은 양의 음식을 입 안에 욱여넣는 '먹방' 콘텐츠가 여전히 성행이지만, 슬로우 라이프를 그린 저예산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개봉 일주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었던 것을 생각하면 음식에 관한 욕망 사이에 '잘' 먹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달달하고 아삭안 봄의 양배추 
 
리틀포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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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본 영화라고 해도, 계절감을 느끼면서 요리 장면을 보면 전과는 다른 감상이 생길 것이다. 나의 경우 라일락 향기와 아카시아 향기가 풍겨오는 5월이 될 때마다 극 중에서 아카시아꽃을 튀겨먹는 장면이 떠오른다. 오랜만에 그 장면을 보려고 영화를 켰는데, 이번에는 봄의 양배추에 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 빠져들었다.  

월동채소(늦가을에 심어 겨울을 나게 하고 봄에 먹는 채소) 중 하나인 양배추는 봄에 먹으면 단맛과 아삭함이 배로 살아난다. 생으로 먹기에 좋다. <리틀 포레스트>의 혜원도 양배추를 손질하다 잎 하나를 통째로 아삭, 하고 베어먹는다.

기본적인 크기가 있는 채소이다 보니 1인가구에게는 꽤나 부담스러운 식재료일 수도 있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를 않아 냉장고 귀퉁이에서 잊혀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든든한 식재료인 양배추가 냉장고를 차지하는 골칫덩이 취급을 받을 때마다 안타깝다. 다양한 요리법으로 활용만 잘한다면 가성비가 좋은 채소인데 말이다.

가늘게 채를 썬 다음 소금과 올리브유만 넣고 샐러드로 먹기도 하고, 똑같이 채를 썰더라도 소금으로 살짝 절인 후 마요네즈와 홀그레인머스터드를 넣고 코울슬로를 만들 수도 있다. 생으로 먹어도 달지만 쪄서 먹으면 구수한 단맛이 살아나고, 매콤한 볶음요리에 넣어도 제격이다. 떡볶이나 된장국에도 즐겨 넣는데, 달큰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양배추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양배추는 기본적으로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채소이다. 공 모양의 통양배추일 경우, 장미꽃잎을 떼듯이 겉잎부터 한 장씩 떼어 쓰면 자연스러운 밀봉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에 오랫동안 보관을 할 수 있다.

국물 요리에 양배추를 넣는 것을 좋아한다면 손으로 한 장씩 똑똑 떼어 큼직하게 찢어 넣기만 하면 된다. 반 통씩 구매하여 갈변을 피할 수 없을 경우, 심지 부분에 물에 적신 키친타월을 대고 랩 등으로 밀봉을 해주면 한 달 이상은 거뜬하게 싱싱한 상태를 유지한다.
 
커피와 함께 아침식사로 제격이다.
▲ 양배추 샐러드 샌드위치 커피와 함께 아침식사로 제격이다.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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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리틀 포레스트>에 나온 양배추 샐러드 샌드위치를 비건 버전으로 소개하려 한다. 영화상에서의 재료는 척 보기에도 간단하다. 채썬 양배추 한 줌, 마요네즈 듬뿍 떠서 두 숟갈, 잘게 간 삶은 달걀.

비건으로 레시피를 준비하며 식물성 마요네즈(마요네즈에는 달걀이 들어가는데, 최근 시중에서 콩으로 똑같은 맛을 낸 '소이네즈'를 쉽게 찾을 수 있다)와 손으로 으깬 두부로 똑같은 맛을 내보았다. 아침으로 먹기에 좋다. 레시피는 아래와 같다.

참 쉬운 양배추샐러드 샌드위치 레시피

재료: 양배추, 가는 소금, 홀그레인 머스터드, 소이네즈(비건 마요네즈), 후추, 식빵, 두부.

1. 양배추를 얇게 채썬다. 채를 썰면 부피가 커져 양이 불어나기 때문에 토막을 내기 전에 크기를 유의한다. 1인분은 손바닥 크기, 손바닥 두께만큼 토막 낸 양배추라고 생각하면 좋다. 손바닥만한 양배추를 채썰고 나면 크게 한 줌 정도가 된다.
 
가늘게 채썬 양배추 한 줌과 소금, 머스터드, 소이네즈(비건 마요네즈), 으깬 두부 조금을 넣고 버무리면 금세 양배추 샐러드 완성. 계란 대신 두부를 넣어도 똑같은 맛과 식감이다.
▲ 양배추샐러드 재료 가늘게 채썬 양배추 한 줌과 소금, 머스터드, 소이네즈(비건 마요네즈), 으깬 두부 조금을 넣고 버무리면 금세 양배추 샐러드 완성. 계란 대신 두부를 넣어도 똑같은 맛과 식감이다.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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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채썰은 양배추에 으깬 두부 조금을 넣는다. 가는 소금 두 꼬집을 넣어 밑간을 하고, 홀그레인 머스터드 1/3숟갈과 소이네즈 크게 듬뿍 2숟갈, 후추 조금을 넣어 잘 버무려준다. 양배추 샐러드, 벌써 완성.

3. 식빵 위에 양배추 샐러드를 두툼하게 올리고, 나머지 식빵으로 덮은 다음 손 또는 접시로 꾹 눌러준다.
 
식빵 사이에 양배추 샐러드를 듬뿍 넣고 꾹 눌러준다. 식빵은 굽지 않은 채로 쓰는 것이 더욱 잘 어울린다. 비건베이커리에서 산 흑미식빵이라 빛깔이 독특하다.
▲ 양배추 샐러드 샌드위치 식빵 사이에 양배추 샐러드를 듬뿍 넣고 꾹 눌러준다. 식빵은 굽지 않은 채로 쓰는 것이 더욱 잘 어울린다. 비건베이커리에서 산 흑미식빵이라 빛깔이 독특하다.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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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두유, 커피 등 좋아하는 음료와 곁들여 먹는다. 끝

태그:#비건집밥요리, #나의비거니즘일기, #리틀포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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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가족, 그리고 채식하는 삶에 관한 글을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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