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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함, 용기, 슬픔, 유쾌함 등 갖은 느낌을 간직한 책들, 이 책들을 읽고 순간이 모여 영원이 진리를 깨달았다
▲ 배지영 작가의 책들 따스함, 용기, 슬픔, 유쾌함 등 갖은 느낌을 간직한 책들, 이 책들을 읽고 순간이 모여 영원이 진리를 깨달았다
ⓒ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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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넘어서 새로운 배움을 시작했다. 성인이 돼 뭔가 해보고 싶어지고, 해보고 싶다고 해서 바로 시작한 일은 처음이었다. 이 일은 내도 변하게 했고 나아가 내 주변에도 변화를 줬다. 좋은 변화였다.

나는 '글쓰기'를 배우고 있다. 나는 햇수로 4년째 배우고 연습하는 중이다. 글은 읽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던 내가 쓰기도 하고 읽기도 한다.

글쓰기 스승은 배지영 작가다. 내가 살고 있는 소도시 군산에 작가가 있다는 것도 새롭고 그 작가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나는 작가를 처음 만났을 때 책에 싸인 받을 생각도 못했다. 그녀의 책 <소년의 레시피>를 읽고 에세이 장르에 푹 빠졌고, 대담하게도 나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책들은 그랬다. 책들은 읽는 동안 푹 빠지게 하고 읽고 나면 쓰고 싶어지게 만드는 마법을 지녔다. 그 중 가장 강력한 마법을 지닌 책이 나왔다.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부제는 '독자에서 에세이스트로.' 나는 이 책 제목이 너무 좋다. 내가 경험한 내용이 책 속에 있어서도 좋지만 제목은 마법 주문 같다.

군산 한길문고에는 여러 작가들이 찾아와 강연을 한다. 군산의 셀럽 배지영 작가도 당연히 신간도서로 강연을 했다. 그동안 그녀에게 배웠던 내용을 한 권에 압축해 놓은 책과 강연은 일개 독자인 내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았다.

강연 중간 쉬는 시간 강연을 듣던 청중 속에서 같이 글쓰기를 배웠던 선생님들을 보았다. 단체 채팅방에 쓴 글을 공유하기도 하고 '오마이뉴스' '브런치' 등에 공개한 그들의 글이 떠올랐다.

순간 내가 써온 글과 그들이 써온 글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찾았다. 바로 따스함이다. 여러 해 동안 써온 글에는 아픔과 기쁨이 있고 슬픔과 즐거움이 있었으며 실패와 성공이 있다. 이 모든 글속에 있는 따스함이 어디에서 왔을지 궁금했다. 나를 비롯한 그들은 일부러 따스한 글을 썼을까? 모두 온순한 성격을 가지지 않았을 수도 있고 주제에 따라 얼마든지 차갑고 냉정한 글을 쓸 수도 있었을 텐데. 다시 강연이 시작되고 나는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글의 따스함은 전해지는 것이라고.

지금이야 온라인을 통해서도 글쓰기를 배울 기회가 많지만 오프라인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다. 특히 지방 소도시에서는 더 그렇다. 혼자서 오랫동안 글을 써온 배지영 작가는 군산 사람들에게 그 기회를 열어주었다.

"제가 서울로 글쓰기를 배우러 다니고 있어요.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너무 힘이 들어요. 혹시 어른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수업을 하실 의향이 있으신지요?"

스스로 전업작가의 길로 접어든 그녀는 단 한 사람의 질문을 칼같이 거절하지 못했다. 그렇게 한길문고에서 '에세이 쓰기'가 시작됐다. 수업은 총 5기까지 있었는데 작가는 1기 첫 수업을 하면서 '쉽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나는 1기에 속해 있었는데 지금 그때의 글을 꺼내 읽어보면 얼굴이 화끈화끈하다. 이런 글을 열편이 넘게 매번 첨삭하고 수업해주었던 작가의 노고에 고마움을 표현할 방법을 지금도 찾을 수 없다.
 
내 글이 책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운 증표들. 일 년에 한 권씩 펴내고 싶다는 소망을 꼭 이루고 싶다
▲ 독립 출판으로 펴낸 내 책들 내 글이 책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운 증표들. 일 년에 한 권씩 펴내고 싶다는 소망을 꼭 이루고 싶다
ⓒ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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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을 듣고 새 책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을 읽었다. 혼자서 글을 쓰던 작가가 사적인 글쓰기에서 벗어나게 된 계기, 왜 어른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수업을 하는지, 무엇을 써야 하는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가 상세하게 들어있다. 그동안 수업시간에 배웠던 내용이 생각나기도 하고 그녀의 다른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떠오르기도 했다.

마지막 장에는 '계속 쓰면 책이 될까'라는 내용이 있다. 글쓰기를 배우고 노트북 폴더에 글이 차곡차곡 쌓이고 여러 매체에 보낸 글이 하나의 주제로 묶이면서 나는 '내 책'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 쓰는 사람이 많아진 요즘 '내 책 가지기'가 버킷리스트에 있는 사람들은 자주 접할 수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우유를 주고 말하기 법, 걷는 법, 뛰는 법만 가르치지는 않는다. 여러 감정들을 느끼게 해주고 웃는 모습에 박수를 쳐준다. 아이가 아파하면 같이 아파하고 슬퍼하면 위로해준다. 작가가 우리에게 해 준 수업은 이와 같았다. 작가는 글 쓰는 기교는 최소한으로 대신 표현하는 법과 꾸준히 쓰는 법을 끝도 없이 가르쳐준다.

즐거워서 쓰는 글이 있고 아픔을 무릅쓰고 쓰는 글이 있다. 어느 글이 더 쓰기에 좋을까 아니 쓰고 나서 느끼는 감정이 어떨까. 즐거워서 쓴 글은 더 즐거워진다. 아픔을 느끼며 쓴 글은 정말 이상하다. 쓰기만 했는데 아픔이 작아지거나 없어진다. 적어도 아픔을 간직하며 더 이상 아프지 않는다. 나는 이 단계가 넘어가면 꾸준히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 뒤표지에 이렇게 적혀 있다.
 
'쓰는 사람'은…
하찮아서 지나친 것, 가려진 것을 보는 시선이 글쓰기의 기본이라 여겼다.
나를 표현하고 나면 마음이 후련했다.
글 한 편을 쓰면 대단한 걸 이룬 것 같았다.
나만의 이야기가 뻗어나가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과 연결되는 게 통쾌했다.
현실이 바뀌지 않더라도 글 쓰는 자신은 달라졌다.


내 마음을 어쩌면 이리도 잘 표현했을까 하는 문장들이다. 

"작가는 글로 나를 표현하고 싶은 '쓰는 사람'의 욕망에 불을 지폈다. 이제 글쓰기 이전에 세계로 돌아갈 이유가 사라졌으므로 '날마다 쓰는 사람'이 되었다."

내 마음도 활활 타고 있다. 나는 이 불을 끄고 싶지 않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brunch.co.kr/@sesilia11)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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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아들을 키우며 꿈을 이루고 싶은 엄마입니다.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다같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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